[애플 쇼크웨이브]흔들리는 '윈텔' 연합…MS도 애플 학습 효과?

백종민 2024. 7. 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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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신형 '서피스' AI PC에 퀄컴 칩 사용
30년 '윈텔' 동맹 균열 발생
일각선 인텔 각성 못하면 x86 종말 가능성 경고

개인용컴퓨터(PC)의 역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Intel)의 연합인 '윈텔'의 주도로 이뤄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S가 운영체제(OS)를,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를 담당하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PC를 처음 선보였던 애플도, MS와 인텔을 기용했던 IBM도 두 회사의 결합 앞에 무너져 내렸다. 두 회사는 DOS 시대를 지나 윈도 운영체제 시대를 거치며 난공불락을 성을 구축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후 조금씩 생겨난 균열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연합의 한 축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상황이 2020년 애플이 인텔의 CPU를 퇴출한 애플 실리콘 혁명이 MS의 진영에서도 본격화하는 신호라고도 인식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마이크로소프트의 행사에서 코파일럿+PC를 지원하는 서피스프로와 서피스 PC가 처음 공개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인텔이 퀄컴 킬러를 내놓지 못한다면 x86의 시대는 곧 끝날 것이다"

최근 미 정보기술 전문매체 ZD넷은 MS의 노트북과 태블릿 PC인 '서피스 프로'와 '서피스'에 대한 리뷰 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적었다. 이 매체가 이런 제목을 선택한 것은 신형 서피스가 과거 제품과 비교해 너무나 다른 성능을 보인 탓이다. 성능이 향상됐지만, 배터리 사용 시간은 더 늘어났다. 성능이 달라진 이유는 분명했다. 이 PC 내부에는 기존에 사용했던 인텔 칩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모뎀으로 잘 알려진 퀄컴이 제조한 칩이 박혀 있었다.

서피스 시리즈는 MS가 AI 시대를 맞아 선보인 '코파일럿+' PC의 한 종류다. 처음 선보인 코파일럿+ PC는 모두 퀄컴의 칩을 사용했다. 삼성, HP, 에이수스, 에이서, 델 등 세계적인 PC 업체들이 모두 코파일럿+ PC를 선보이기 위해 퀄컴의 칩을 공급받았다. 지금 코파일럿+ PC에서 인텔의 몫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파일럿+는 인터넷 연결 없이 PC만으로 AI기 능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 처리장치)가 필요하다. MS는 코파일럿+ 기준을 충족하는 NPU의 성능 수준을 40TOPS(1TOPS는 초당 1조번 연산)으로 정했다. 현재 출시된 인텔의 CPU인 '메테오 레이크'에 내장된 NPU의 성능은 최대 10 TOPS다. CPU와 GPU, NPU를 모두 합쳐도 34TOPS에 그쳐 코파일럿+의 기준인 40TOPS에 미달한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45TOPS의 성능으로 MS의 성능 기준을 뛰어넘었다. 이렇다 보니 퀄컴의 칩을 사용한 PC만이 코파일럿+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됐다.

사진=DALL·E 3

◆애플이 쏘아 올린 변화의 시도, MS도 따르나=1980년대 초반, IBM이 PC를 선보이며 MS와 인텔이라는 두 기업을 선택한 후 PC 분야에서 MS와 인텔의 위상은 철옹성이었다. 물론 지금에서야 AMD가 CPU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렸고, 시가총액에서는 인텔을 추월했지만, 여전히 매출에서는 인텔의 위상이 단연 돋보인다.

인텔은 MS가 신형 윈도 운영체제를 내놓을 때마다 새로운 CPU를 선보였고 히트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예가 펜티엄이다. 윈도 시대에 등장한 '펜티엄'은 인텔을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의 자리로 끌어 올렸다.

두 회사는 아예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윈텔'. MS의 '윈도'와 인텔의 사명 중 '텔'을 합쳐 부르는 신조어다.

연합이 유지되려면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 추가 기울면 연합이 유지될 수 없다. 지금 윈텔의 상황이 그렇다. MS의 입장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칩을 통해 아이폰과 맥컴퓨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결정적 계기다. 애플은 2020년 전격적으로 인텔 칩 대신 자신들이 개발한 칩을 PC에 사용하며 '애플 실리콘'의 시대를 열었다. 최근 애플이 발표한 AI '애플 인텔리전스'도 애플 실리콘에 기반한다. 애플은 인텔의 칩에서 독립하는 데 당당히 성공했다.

MS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애플보다도 먼저 ARM 기반 윈도를 선보이는 등 변화를 모색했지만 충분한 성능의 칩이 없었기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DALL·E 3

◆퀄컴의 절치부심, '윈텔' 판을 바꾸나=MS의 마음을 사로잡은 새 주인공은 퀄컴이다. 퀄컴은 1990년대 한국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상용화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후 통신모뎀에 주력하며 꾸준히 반도체 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후에는 AP로의 전환에 주력하며 '스냅드래곤'칩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퀄컴은 스마트폰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퀄컴은 애플이 2020년 M1 칩으로 PC 시장에 진입하자 이듬해인 2021년, 애플 출신들이 설립한 반도체 설계 업체 누비아(Nuvia)를 인수하며 PC 칩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꾸준한 개발과정을 거쳐 2023년 말 누비아가 개발한 오라이언 CPU에 기반한 PC용 '스냅드래곤 X'를 선보였다. 그동안 스마트폰 진영에서 준비해온 인공지능, GPU 성능을 결합해 애플은 물론 인텔과도 경쟁할 수 있는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MS의 새로운 파트너가 될 새로운 후보의 등장이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는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자회견에서 'PC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콜로세움과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치열한 시장의 경쟁에서 이겨온 만큼 PC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MS와 퀄컴의 구상에도 걸림돌은 있다. 프로그램 간의 호환성이다. 기존 인텔 칩에 맞게 설계된 프로그램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ARM 기반의 퀄컴의 칩과는 호환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ZD넷은 게임을 제외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빠르게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다.

물론 인텔도 대비책은 있다. 3분기에 내놓을 '루나레이크'라는 새로운 CPU다. 어쩌면 인텔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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