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尹 탄핵청원' 꺼냈다…北 김여정의 뻔한 노림수

정영교 2024. 7. 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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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8일 담화를 내고 우리 군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6년 만에 육상·해상 접경지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재개한 것에 대해 "자살적인 객기"라고 비난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언급하며 자의적 판단에 따른 대남 공격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남남갈등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동시에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까지 쌓으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사격 재개에 "정세격화 도발"


김여정은 이날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엄청난 재앙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경 일대에서의 전쟁연습 소동을 한사코 강행하는 자살적인 객기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며 "단언하건대 우리 국가의 문앞에서 노골적으로 벌리는 원수들의 불장난은 그 무엇으로써도 변명할 수 없는 명백한 정세 격화의 도발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는 지난달 26일 부대별 작전지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대별 작전지역에서 천무사격을 하는 모습. 해병대사령부 제공, 연합뉴스

이어 김여정은 우리 군이 9·19군사 합의 효력 정지 이후 실시한 해상·육상 포사격 훈련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이미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각양각태의 전쟁연습 소동과 각종 첨단 무장 장비들의 연이은 투입으로 '전쟁에네르기'가 과잉 축적되어 폭발 직전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 실시된 한·미·일 최초의 다영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에 대해서는 "반공화국 대결 광란의 극치로서 지역에 대한 군사적 지배를 노린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준동이 위험한 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반발했다. 이는 한·미·일 연합훈련에 미 해군의 니미츠급(10만t)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같은 최신예 해상 전력이 참가하는 것에 그만큼 위협을 느낀다는 방증으로 볼 여지가 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CVN-71·10만t급)이 지난달 22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 부산기지에 입항해 부두에 접안하고 있있는 모습. 한·미·일 3국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연합훈련 ‘프리덤 엣지’(Freedom Edge)에 참가 위해 방문한 루즈벨트함은 길이 300m, 축구장 3배 크기의 비행 갑판, 승조원 5500여 명이 탑승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송봉근 기자


"尹 비상탈출 시도"


김여정은 이날 난데없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동의자가 최근 100만명을 넘어섰다고도 지적했다. "최악의 집권위기에 몰리운 윤석열과 그 패당은 정세 격화의 공간에서 '비상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는 자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칠성판(고문 도구)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다.

그는 또 "전쟁광들에 대한 내외의 규탄 배격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끊임없이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전쟁 분위기를 고취하며 나중에는 위험천만한 국경 일대에서의 실탄사격 훈련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국내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취지다.

오물풍선 살포와 GPS 공격,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한국의 방어적 훈련을 부당한 공세처럼 몰아가며 정세 악화의 책임을 전가하는 동시에 남남갈등을 자극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회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글. 국회청원 홈페이지 캡처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전형적인 명분 쌓기용 담화"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관련 내용을 공개해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김여정이 윤 대통령 탄핵청원 언급을 내정 간섭으로 보고 비판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리 국가 원수를 비난하는 등 우리 내정에 간섭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우리 사회의 국론 분열을 꾀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결코 통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해 9월 28일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핵무력강화정책의 헌법화" 문제가 상정돼 "전폭적인 지지찬동 속에" 채택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무장력 사명 지체없이 수행"


김여정은 "전쟁광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을 침해하거나 선전포고로 되는 행동을 감행했다고 우리의 기준에 따라 판단되는 경우 공화국 헌법이 우리 무장력에 부여한 사명과 임무는 지체없이 수행될 것"이라는 위협도 내놨다.

이는 핵무력정책법 1조 2항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은 핵무력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전쟁억제가 실패하는 경우 적대세력의 침략과 공격을 격퇴하고 전쟁의 결정적 승리를 달성하기 위한 작전적 사명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평양 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달 19일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3조를 발동시키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 해당 조약 3조는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 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에는 한 쪽의 요구에 따라 "가능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 협상 통로"를 가동하도록 하고 있다.

김여정이 선전포고 등을 운운한 것으로 미뤄 북한이 향후 한·미·일의 합동훈련 등 조치를 해당 조항의 '무력침략 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 위협'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명분으로 활용할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여정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경우 핵무력정책법에 근거해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핵 위협으로 볼 수 있다"며 "군사적 충돌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에는 새 조약을 근거로 러시아의 개입을 도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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