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막았지만, 좌파에 1당 내줬다”…‘절반 성공’ 마크롱 도박
" 상습적 도박꾼 마크롱이 계속 (게임) 플레이를 할 기회를 얻었다. "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 결과에 대한 리오넬 로랑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의 평가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장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과 연대세력이 143석을 얻으며 3위로 내려앉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중도 범여권 ‘앙상블’은 100석도 얻지 못할 거란 관측을 뒤엎고 168석으로 의회 2위를 차지하며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지난달 9일 전격적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한 마크롱의 위험한 도박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득세하자 “2027년 대선에서 극우의 집권을 막아달라”는 마크롱의 조기총선 명분이 프랑스 국민에게 어느 정도 통한 셈이 됐다.
실제 마크롱의 측근들은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오늘 결과는 의회 해산이 필요했다는 걸 입증했다” “중도 세력이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를 하며 마크롱의 선택이 옳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마크롱의 향후 국정 운영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82석으로 1위에 오르며 의회 주도권을 잡게 됐기 때문이다. NFP는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좌파 4개 정당이 뭉친 연합이다. 조기 총선이 결정된 후 RN의 총선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 맺어진 동맹이다.
이들은 마크롱이 펼쳐 온 중도 우파 성향의 개혁 정책들을 폐지하고 복지 국가로의 회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마크롱이 폐지했던 부유세를 더 강화해 재도입하고, 고소득자·기업 등에 대한 세금을 늘려 정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큰 반발을 불러왔던 마크롱의 연금 개혁 정책도 폐기하겠다는 방침이다. NFP는 이를 위해 62세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는 기존 계획을 폐기하고 정년을 오히려 60세로 낮추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좌파의 제동으로 마크롱은 일찌감치 레임덕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크롱은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2027년까지인 임기를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의회 권력이 야당에 넘어가면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국정을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CNN은 “프랑스는 예측불허의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섰지만 분명한 건 범여권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의회 권력을 잃게 되면서 권력이 대통령궁에서 의회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조기 총선 도박으로 나라를 불안에 빠트렸고, 결과적으로 RN이 의회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는 기회를 제공한 데 대한 책임론도 마크롱에게 쏟아질 수 있다.
일각에선 승부사 기질이 있는 마크롱이 쉽사리 국정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사임을 표명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후임 자리를 놓고 자신의 뜻을 관철해보려 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에선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지만, 다수를 차지한 당의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장 뤽 멜랑숑 LFI 대표는 당장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NFP에 통치를 맡길 의무가 있다”고 압박했다.
좌파 총리가 등장하면 프랑스에선 대통령과 총리의 정당이 다른 동거 정부가 역대 4번째로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앙상블과 NFP의 의석수 차이가 불과 14석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마크롱이 RN과 연합하지 않은 공화당 등과 손을 잡고 의회 다수파를 형성한 뒤 본인이 원하는 총리를 임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크롱으로선 NFP에서 LFI에 동조하지 않는 사회당과 녹색당 등 비교적 온건한 세력이 떨어져 나와 앙상블에 합류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 NFP가 해체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치권 바깥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 이뤄진 제3의 실무 정부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일상적인 국정 운영만 담당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좌파 연합이 이 같은 방안을 지지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1년 뒤 마크롱이 의회를 다시 해산하고 조기 총선에 나설 수도 있다. 헌법상 프랑스 대통령은 1년에 한 차례 의회 해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정치적 부담은 마크롱 본인이 오롯이 져야 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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