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페이퍼 19세 청년 사망 22일 만에 장례식…황화수소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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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유족과 장례 절차 합의
전북 전주의 한 제지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열아홉 살 청년이 사고 발생 22일 만에 장례를 치르게 됐다. 유족과 사측이 보상과 장례 절차 등에 합의하면서다.
전주페이퍼는 8일 "전날 회사 대표이사가 A씨(19) 유족을 찾아 위로와 사과 뜻을 전하고 보상 관련해 유족 요구 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양측 합의에 따라 그간 지연됐던 A씨 장례식이 이날(8일) A씨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 유족도 지난 4일부터 이어온 무기한 단식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주페이퍼 측은 "동료이자 가족을 잃는 슬픔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힘쓰겠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관리를 완벽히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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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사서 황화수소 4ppm 검출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A씨 유족 측 요구에 따라 전주페이퍼 측이 7일 오전 사고 발생 현장을 재조사한 결과 4ppm 안팎의 황화수소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사고 당시와 비슷한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설비 가동을 멈춘 뒤 진행했다. 회사 측은 "최근 지속한 폭염과 장맛비로 인해 습도가 높아지면서 황화수소가 검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인체에 크게 해가 미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황화수소가 검출된 만큼 정확한 원인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전주 덕진소방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6일 오전 9시22분쯤 전주페이퍼 공장 3층 설비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사고 당시 6일가량 멈춰있던 기계를 점검하기 위해 혼자 설비실에 들어갔다 사고를 당했다.
A씨 유족은 "명백한 인재"라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건강했던 A씨가 입사 6개월 만에 사망한 점 ▶2인 1조 작업 수행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점 ▶종이 원료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황화수소 등 유독 가스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현장에 혼자 투입된 점 등을 근거로 댔다.
반면 회사 측은 "유해 가스 노출에 따른 사고 위험이 전혀 없었다"며 "사고 이후 회사와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 외부 기관 등이 5차례에 걸쳐 유해 가스 농도를 측정했지만, 황화수소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가동 전 설비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순찰 업무였기 때문에 2인 1조 작업이 필수는 아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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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1차 부검 결과 심장마비"
사고 발생 후 A씨 유족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은 전주페이퍼 공장 정문에 분향소를 차린 뒤 회사 측에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 게시, 장례 절차 협의, 노사와 유가족 추천 전문가 등이 참여한 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해 왔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맡겼다. 회사 측은 "1차 부검 결과 사인이 심장비대증과 심근경색에 따른 심장마비인 것으로 파악했지만, 그동안 고인을 잃은 유족 마음을 배려해 외부에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A씨는 전남 순천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이던 지난해 이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마친 뒤 같은 해 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이후 수습·직무 교육을 거쳐 지난 5월 26일 해당 팀에 배정됐다고 한다. 사고 이후 A씨가 생활하던 공장 기숙사에서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하기 전에 겁먹지 말기' 등 그의 생전 목표와 계획이 담긴 노트가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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