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임에 찬성하는 사람들조차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8가지 선임 이유'

김정용 기자 2024. 7. 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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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홍명보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 내정자가 결정된 이유에 대해 8가지 공식적인 이유가 나왔다. 하지만 홍명보라는 인물에 동의하는 사람조차 이 8가지 이유를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 법하다.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선임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축구협회는 앞선 7일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명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2월부터 현실적으로 최선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자주 나왔다. 축구계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 등 자금사정 때문에 거액연봉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 국내 지도자 중에서는 국가대표팀을 당장 맡을 수 있는 사람이 홍 감독 뿐이라는 점이 자주 이야기됐다.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제시 마시 감독 등이 후보로 떠올랐을 때 반전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마저 놓치면서 '돌고돌아 홍명보'론은 어쩔 수 없는 대안처럼 거론됐다. 홍 감독이 축구협회 전무로서 보여준 합리적인 일처리, 울산 감독으로서 K리그1 2연속 우승을 하며 보여준 성과도 분명 있었다.


이 기술이사가 브리핑에서 밝힌 8가지 선임 이유는 ▲ 대표팀 철학에 맞는 게임모델 ▲ 리더십 ▲ K리그 우수 선수 발굴, 선수 컨디션 체크, 연령별 연계성을 위해 국내감독 선임이 필요 ▲ 외국 지도자에 비해 오히려 앞서는 지도자 성과 ▲ 당장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외국인 감독이 한국 선수를 파악할 시간 부족 ▲ 대표팀 지도 경험이 아주 중요 ▲ 외국인 후보자들의 확고한 철학을 한국에 입히기엔 시간이 부족 ▲ 이전 재택 논란의 재연 리스크 등이다.


이 여덟 개 중 리더십은 분명 이론의 여지없는 홍 감독의 장점이다. 홍 감독이 K리그 우승 2회, 올림픽 동메달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 거스 포옛 후보나 다비트 바그너 후보보다 실적에서 앞선다는 말도 사실이다. 바그너 감독의 대표팀 지도 경험이 없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평가기준 중 절반 가량은 외국인이 안 되고 한국인으로 했어야만 했다는 취지로 덕지덕지 붙인 것에 불과했다. K리그 우수 선수 발굴, 선수 컨디션 체크, 연령별 연계성을 위해 국내감독 선임이 필요하다는 건 "해당 감독들이 한국에 너무나 오고 싶어했다"는 말, 최근 사례 중 남자대표팀의 파울루 벤투와 여자대표팀의 콜린 벨처럼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 감독도 충분히 전례가 있다는 점으로 반박이 된다. 당장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외국인 감독이 한국 선수를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이지만 이미 감독 선임에 있어 두 번이나 혼선을 겪은 뒤라, 3차 예선 통과 가능성이 약간 감소하더라도 이 기간 동안 담금질해 본선을 노리는 게 맞았다. 외국인 후보자들의 확고한 철학을 한국에 입히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 역시 월드컵 본선이 아니고 3차 예선만 바라보는 듯한 근시안적인 이유다. 마지막 이유인'이전 재택 논란의 재연 리스크'는 앞선 이유들의 반복이다.


특히 홍 감독이 "대표팀 철학에 맞는 게임모델을 가졌다"는 대목이 가장 의아했다. 이 기술이사는 "KFA 철학 및 게임모델을 고려할 때 경기 스타일을 보면 빌드업 시 라볼피아나 형태와 비대칭 스리백을 쓴다.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략한다. 선수 장점을 잘 살려 어태킹 서드에서의 라인 브레이킹, 카운터와 크로스, 측면 콤비네이션 등 다양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에서도 발전시켜나가야 할 기회창출 등이 좋았다. 울산은 작년 K리그에서 기회창출 1위,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였다. 활동량 10위는 효과적인 경기를 뜻한다. 아르헨티나도 월드컵 우승 당시 활동량은 하위권이었다. 이 점이 한국축구에 주는 교훈이다"라고 말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서형권 기자
홍명보 감독(울산HD). 서형권 기자

그러면서 나중에는 포옛 감독이 롱 볼을 선호하고, 바그너 감독은 강도 높은 압박을 선호한다며 이 축구는 한국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빌드업"이라는 스타일을 구축한 한국에는 홍 감독의 스타일이 더 잘 맞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숫자의 함정이다. 대부분의 프로 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선수단으로 우승하는 팀은 기회창출, 패스 성공률, 점유율 등에서 고루 1위를 차지한다. 활동량이나 태클 성공 횟수가 낮은 것도 일반적인 성향이다. 지난해부터 전북현대가 침체에 빠졌기 때문에 울산은 선수단의 화려함에 걸맞은 축구 스타일을 보이는 유일한 팀이었다. 위 수치들은 울산의 개성이 아니라, 그냥 울산이 최강팀이었다는 지표일 뿐이다.


홍 감독은 스스로도 과거 인터뷰에서 "너무 세세한 전술보다는 선수들을 잘 조합하는 데 신경을 쓴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 기술이사가 말한 라볼피아나는 이미 세계축구 조류에서 10여 년 전에 유행했다가 지금은 여러 팀이 부분적으로 쓰는 일상적인 부분전술이 된 지 오래다. 홍 감독의 전술적인 개성이라는 건 딱히 없다. 홍 감독은 현대축구에서 가장 상식적인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표준적인 전술 운영을 하면서, 리더십과 선수 역량 극대화로 성과를 내는 감독에 가깝다.


브리핑 막판에 "전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최소한 두 명의 유럽 코치를 요청했다"는 대목 역시, 장황한 자기합리화와 달리 홍 감독의 전술에 대해서는 온전히 신뢰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그냥 국내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리더십이 탁월한 홍 감독이 적임자였다고 하면 납득할 수 있는데, 설득하기 힘든 부분까지 다 합리화하려는 무리한 시도가 보인다.


홍 감독 선임 이유를 들으며 축구협회가 대표팀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발전방향을 모색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면 최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축구협회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한 일회성 이유들일 뿐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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