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달앱만 배불리는 혈세 지원

심성아 2024. 7. 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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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에서 햄버거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님 말을 들었을 때 황당해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무료배달 수수료 상품에 가입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배달 플랫폼 정책에 자영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언제까지 영세업자의 배달 수수료를 지원해 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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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매출이 2000만원이 넘는데도 손에 남는 건 300만원밖에 안 된다고요?”

광주 남구에서 햄버거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님 말을 들었을 때 황당해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평일 점심시간이 한창인 오후 1시, 끊임없이 들어오는 배달 콜 주문 소리에 겉으로는 장사가 엄청나게 잘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룟값, 월세, 인건비, 공과금 등을 전부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한다.

배달 플랫폼에서 가져가는 수수료에, 한 건당 3000원가량의 고정 배달료까지 고려하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행 배달플랫폼 수수료 정책은 자영업자들에겐 ‘일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라는 게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설명이다. 각 플랫폼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수수료율과 고정 배달료에 배달 비용까지 자영업자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무료배달 수수료 상품에 가입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상에서 가게 노출이 적어지면 매출은 직격탄을 맞는다. 배달 플랫폼 정책에 자영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배달 플랫폼들이 잇따라 무료배달 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내놓은 정률형 수수료 상품은 자영업자의 이익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늘어난 수수료 부담은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배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음식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국내 1위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영업이익 7000억원가량의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독일의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는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겼다. 배달앱과 자영업자의 상반된 처지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투영한다.

600만명 자영업자 하소연에 정부는 큰 인심이라도 쓰듯 영세 음식점에 대한 배달료 지원 정책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운 수수료 갑질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계산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혈세로 외국계 배달 플랫폼 배만 불리게 될 것이란 비관론이 번진다.

정부가 언제까지 영세업자의 배달 수수료를 지원해 줄 수 있겠는가. 결국 지원금 효과는 오래가지 못하고, 배달플랫폼과 자영업자 간의 종속관계는 더 강화되지 않겠는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수료 책정이다. 불공정한 배달플랫폼의 수수료 체계를 바로 잡고, 공정한 시장 여건을 조성해야 근원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참여한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은 불공정 약관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일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부터 바로잡아 달라는 얘기다.

정부는 현금성 지원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만지작거릴 때가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눈물 어린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상생의 밑그림도 마련될 수 있다는 걸 깨닫기를 바란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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