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과학기술 젠더혁신 필요조건 '예산 확대'

2024. 7. 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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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시대이자 문명사적 전환이라고 불릴만한 시기에 진입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10여 년 전부터 과학기술계의 젠더 혁신(Gendered Innovation) 활동이 있어 왔다.

젠더혁신 활동은 그간 과학기술 연구과정에서 성별 참여와 성별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이혜숙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장에 의하면 "과학기술 젠더혁신은 연구 혁신 전 과정에 성별 특성을 반영하여 남녀노소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는 포용적 혁신 전략이자 과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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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기술적’ 성차별 재생산 우려
기술혁신 과정부터 성별 특성 반영해야
차인순 배재대학교 초빙교수

기술의 시대이자 문명사적 전환이라고 불릴만한 시기에 진입했다. 거의 매일 새로운 과학기술 이야기가 들린다. 경이로움과 동시에 두려움도 든다. AI 챗봇이 성차별적 표현이나 집단 혐오적 표현을 전달하는 문제들과 AI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적 판단 기준을 제공한 사례들에 대한 국내외적 성찰이 있긴 했다. 하지만 성 불평등이나 인권침해가 ‘기술적’으로 재생산될 가능성 또한 여전히 크다.

코로나19 백신이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효과가 덜 하고 부작용이 크다는 2021년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조사 결과처럼 과학기술 연구에서 성별 특성은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성별에 따라 약물 부작용의 종류나 발병률의 차이가 작지 않게 나타난다는 세계의 연구 동향이 있음에도 우리는 의사나 간호사에게서 혹은 약사에게서 아직 이런 설명을 듣기는 어렵다. 성별 고정관념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심장 질환이 남성 질병으로 간주하거나, 골다공증이 여성 질환으로 간주한다든지 말이다. 뇌질환에서도 여성에게 치매가 많고, 남성에게는 자폐 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과학자들의 발견도 잇따른다. 하지만 최근에 미 식품의약청에서 승인한 치매치료제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

반면 과학기술의 잘못된 활용은 급진전하기도 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 의뢰로 분석한 2022년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듯 최근 성매매 양상은 ‘기술적’ 활용을 통해 광범위하게 홍보되고 이동식 성매매로 확산하여 왔다. 과학기술이 중립적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상 과학기술은 누군가의 선하거나 그렇지 않은 의도나 목적하에 생산되기도 하고 이용되기도 한다. 이제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과학기술이 성인지적이지 못하다면 불평등한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걱정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10여 년 전부터 과학기술계의 젠더 혁신(Gendered Innovation) 활동이 있어 왔다. 젠더혁신 활동은 그간 과학기술 연구과정에서 성별 참여와 성별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이혜숙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장에 의하면 “과학기술 젠더혁신은 연구 혁신 전 과정에 성별 특성을 반영하여 남녀노소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는 포용적 혁신 전략이자 과정” 이다. 세계보건기구, 유럽연합, 미국국립보건원 등 여러 기관들과 네이처 등 과학 분야 학술지들도 성별 참여와 성별 특성을 고려한 과학기술연구를 독려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여성과학자들의 노력으로 과학기술기본법에 변화가 생겼다.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성별 등의 특성을 반영하고, 정부가 기술영향평가를 실시할 때 대상 기술의 성별 특성 분석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며, 또 과학기술통계와 지표 특성을 고려하여 성별 등의 특성 분석이 반영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내년 주요 과학기술 R & D 연구 예산을 올해보다 약 3조원 늘린 24조 8천억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3대 게임 체인저 분야인 첨단바이오, AI와 반도체, 그리고 양자과학기술 분야의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주 아쉽다. 미래 산업과 관련된 연구에 집중 투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남녀노소 국민의 삶 하나하나를 개선하는 과학기술 연구 투자도 똑같이 중요하다. 연구의 변수가 늘어날수록 시간과 예산 투자 확대는 필요조건이 된다. 당장의 개발을 위해 여성을 ‘나중에’ 놓는 관행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곧 있을 정부의 2025회계연도 예산안 확정과 이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젠더 혁신을 위한 연구 예산 투자가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차인순 배재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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