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별 반영 안 된 정부통계 활용한 특례평균임금 산정 문제없어"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근로자에게 지급할 보험급여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산정하면서 관련 법령에 따라 성별에 따른 구별이 반영되지 않은 월별 노동통계조사보고서 통곗값을 사용했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성별에 따른 구별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임의로 정부 통곗값을 활용해 새로운 수치를 도출할 경우 오류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돼선 안 된다는 이유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와 B씨 등 2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특례평균임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A씨와 B씨는 귀금속 제품 제조업체에서 귀금속 세공원으로 근무하며 분진작업에 종사하다가 2005년과 2006년 각각 진폐 판정을 받고 장해등급(11급)을 부여받았다.
공단은 두 사람에게 지급할 산재보험금을 결정하면서 당시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라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정부에서 발간하는 월별 노동통계조사보고서를 참고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한 평균임금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특례평균임금을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보고서에서 A씨 등과 업종, 사업장 규모, 직종 등이 유사한 근로자 임금총액을 찾아 이를 토대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산재보험법 제38조 5항은 "보험급여 산정 시 진폐 등 직업병으로 인하여 보험급여를 받게 되는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한 평균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근로자의 보호에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산정방법에 따라 산정한 금액(이하 '특례평균임금'이라 한다)을 해당 근로자의 평균임금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위법인 당시 시행령 제26조 2항은 "위 법률 규정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산정방법에 따라 산정한 금액'이란 직업병으로 확인된 날을 기준으로 해당 근로자가 소속한 사업과 업종 및 규모가 유사한 사업에 소속한 근로자 중 해당 근로자와 성별 및 직종이 유사한 근로자의 임금액을 고려하여 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당시 노동부령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12조는 "위 시행령 규정의 '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정한 금액'은 노동부장관이 작성하는 월별 노동통계조사보고서상의 임금 중 직업병으로 확인된 날이 속하는 분기의 전전분기 말일부터 이전 1년간 해당 근로자가 소속한 사업과 업종 및 규모가 유사한 사업에 소속한 근로자 중 해당 근로자와 성별 및 직종이 유사한 근로자의 월 임금의 총액을 합산한 금액을 그 기간의 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보고서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통계가 제시됐다.
첫 번째는 제조업 근로자의 월 임금총액을 1규모(10인~29인), 2규모(30인~99인), 3규모(100인~299인), 4규모(300인~499인), 5규모(500인 이상) 등 사업장으로 구분한 통곗값이었다.
두 번째는 10인 이상 사업장과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구분한 통곗값, 세 번째는 중소규모(10인~299인)와 대규모(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구분한 통곗값이었다.
그런데 이 중 첫 번째 통계의 경우 직종을 '생산근로자'와 '관리사무 및 기술근로자'(이하 관리·기술근로자)로 분류한 각 통곗값과 성별을 남자와 여자로 분류한 각 통곗값이 따로 조사돼 있을 뿐, 직종과 성별을 함께 적용해 분류한 통곗값(즉, 남자 생산근로자, 여자 관리·기술근로자 등의 통곗값)은 조사돼 있지 않았다.
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통계의 경우의 경우 남자 생산근로자, 여자 생산근로자, 남자 관리·기술근로자, 여자 관리·기술근로자 등 성별과 직종이 모두 반영된 통곗값이 조사돼 있었다.
공단은 A씨와 B씨의 특례평균임금을 산정하면서 관련 시행령과 규칙에 따라 1997년 9월과 10월을 기준으로 각각 이전 1년간 작성된 월별 노동통계조사보고서에 기재된 통곗값 중 '제조업, 1규모(상용근로자 10인~29인), 생산근로자'의 월 임금총액을 적용했다.
A씨가 근무했던 사업장은 1997년 9월 폐업했는데, 폐업 당시 상시근로자 수가 6명이었고, B씨가 근무했던 사업장은 같은 해 10월에 폐업했는데, 폐없 당시 상시근로자 수가 25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A씨와 B씨는 "규모와 직종만이 아닌 성별까지 고려된 임금총액을 적용해야 한다"라며 "월별 노동통계조사보고서상 '업종은 제조업, 규모는 10인 이상, 직종은 생산근로자, 성별은 남자'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월급여총액을 기초로 산정한 평균임금을 바탕으로 보험급여액을 계산해, 이미 지급된 보험급여액과의 차액을 지급해달라"고 공단에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재해근로자가 월별 노동통계조사보고서상 어디에 해당하는지 정할 땐 비교 항목인 업종, 규모, 성별, 직종이 가급적 모두 고려돼야 한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피고로서는 매월 노동통계조사보고서상 원고들이 소속했던 사업과 그 업종과 규모가 유사하고, 원고들과 성별과 직종이 같은 근로자의 임금액을 계산할 수 있었음에도 성별을 구분할 수 없음을 전제로 이 사건 각 처분을 내리고 말았는바, 이는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통계의 '10인 이상 사업장 남자 생산근로자' 임금총액에서 '30인 이상 사업장 남자 생산근로자' 임금총액을 제외하면 업종(제조업), 규모(10인∼29인), 성별(남자), 직종(생산근로자)이 모두 반영된 임금총액을 산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보고서에 제시된 통곗값을 사용하지 않고 구분 기준과 조사 항목이 다른 여러 통곗값을 활용해 새로운 수치를 산출할 경우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원고들이 제조업 1규모 사업장의 남자 생산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두 번째 통계의 10인 이상 사업장의 남자 생산근로자의 통곗값에서 30인 이상 사업장의 남자 생산근로자 통곗값을 제외하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이 사건 조항이 규정한 네 요소인 업종(제조업), 규모(1규모), 성별(남자), 직종(생산근로자)이 모두 반영된 월 임금총액을 산출할 수 있는데도, 피고는 그중 성별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요소만이 반영된 통곗값을 적용해 특례평균임금을 산정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평균임금 정정 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원심이 사용한 방법은 1규모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일 뿐이고, 2규모~5규모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라며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통계 사용 방법을 달리 하는 것은 공평한 보상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통계에서 제시된 통곗값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구분 기준, 조사 항목 등이 다른 여러 통곗값을 활용해 새로운 수치를 산출할 경우에는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라며 "이 사건 통계에는 특정 월 기준 '전월 말 근로자수'와 그 전월 기준 '당월 말 근로자수'가 다르게 기재된 곳이 여럿 발견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원심의 방법을 적용할 경우 정확한 수치를 도출해 낼 수 없고, 실제로도 특정 월의 임금총액이 음수가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이 특례평균임금에 월별 노동통계조사보고서에서 조사된 임금 통계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상, 해당 근로자와 조건이 비슷한 근로자를 찾는 데에는 위 보고서의 통계조사 항목에 따른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따라서 이 사건처럼 이 사건 조항이 요구하는 네 요소 중 일부가 고려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이 사건 조항이 예정하고 있는 결과이므로 무리하게 네 요소가 모두 반영된 값을 도출해 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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