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미국의 대통령 후보 토론과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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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통령선거 후보 첫 TV토론이 끝난 뒤 두 후보자가 주고받은 치졸한 언사, 고령의 한계를 드러낸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중도사퇴 압박 등 후폭풍이 여전하다.
자국의 거물 정치지도자 두 명이 권위 있는 방송토론에서 말한 거짓들을 상당수 미국 시청자들은 별 의심 없이 듣고 받아들였을 것이고, 그들의 말은 인터넷, SNS를 타고 엄청나게 퍼져나갈 텐데, CNN은 왜 더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팩트체크된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더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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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통령선거 후보 첫 TV토론이 끝난 뒤 두 후보자가 주고받은 치졸한 언사, 고령의 한계를 드러낸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중도사퇴 압박 등 후폭풍이 여전하다.
토론을 주관한 CNN도 좋은 평가를 못 받았다. CNN은 토론 중에는 진행자가 지적을 하지 않고 토론이 끝난 뒤에 "도널드 트럼프는 토론에서 30개 이상의 거짓 주장을, 바이든 대통령은 9가지 거짓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CNN은 토론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러 팩트체크를 올렸지만, TV 시청자들은 우연히 찾지 않는 한 그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도 "TV로 이벤트만을 시청한 미국인들에게는 트럼프가 반복해서 한 거짓말은 거의 반박되지 않았다"고 했으며, 이를 지적하지 않은 사회자들도 함께 비판했다.
논리학의 대표적인 오류 중 발화자의 권위에 기대어 발언이 참임을 주장하는 '권위의 오류', 제품 광고 등에서 흔히 보듯 발화자가 그 분야 정통한 권위자가 아닌데도 쉽게 믿어버리는 '부적절한 권위의 오류'가 있다. 이런 오류들은 정치 분야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자국의 거물 정치지도자 두 명이 권위 있는 방송토론에서 말한 거짓들을 상당수 미국 시청자들은 별 의심 없이 듣고 받아들였을 것이고, 그들의 말은 인터넷, SNS를 타고 엄청나게 퍼져나갈 텐데, CNN은 왜 더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팩트체크된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더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을까. 옳다고 받아들인 정보, 진실이라 믿었던 마음을 바로잡고 돌이키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진실을 추구해야 할 언론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만일 우리에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없다면, 당연히 사상의 시장은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의 민주주의도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인식론적 위기로 진입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11월16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위협 요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의 걱정은 현실이자 일상이 됐다. 인터넷, SNS에서 쏟아지는 정보, 뉴스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다수의 학자는 "SNS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정보를 찾는 것보다 가짜(거짓)를 판별하는 능력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가짜를 가려내기가 너무 어렵다. 포털사이트에서 수시로 검색하면서 그때그때 간단히 궁금증을 풀면 그만일 뿐 '이게 정말 맞는가'라는 합리적 의심 하에 그 많은 검색 내용을 끈기 있게 비교 검토하기에는 시간과 체력 소모가 여간 크지 않다. 요즘 가장 핫한 주제인 인공지능(AI)마저도 진지하게 거짓 정보를 알려주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증상으로 사용자를 농락한다.
언론 역시 설익은 정보, 실상이 밝혀지기 전의 단편적 정황으로 속보를 양산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균형 있게 담기보다 일방의 주장을 편향적으로 보도해서 독자들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CNN 토론에 쏟아진 비판을 보며 언론으로서 가장 기본으로 삼아야 할 진실 추구 사명,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되새겨 본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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