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이어지는 정규리그... MVP 후보는?

양형석 2024. 7. 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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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홈런 1위 데이비슨- 최연소 도전 김도영- LG 최초 MVP 노리는 오스틴

[양형석 기자]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 MVP로 유력한 세 선수. 왼쪽부터 김도영, 오스틴, 데이비슨
ⓒ 연합뉴스
 

지난 6일 장마가 한창인 가운데 열렸던 2024 KBO 올스타전이 하늘의 도움(?)으로 무사히 막을 내렸다. 하지만 각 구단 선수들은 올스타 휴식기의 여유를 누릴 새도 없이 오는 9일부터 곧바로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다. 상위권 팀들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이 걸려 있는 선두 도약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예정이고 중·하위권 팀들 역시 가을야구 티켓을 확보하기 위한 엄청난 경쟁이 예고돼 있다.

올해 KBO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투구 판정 시스템 'ABS'의 도입이다. 전반기까지의 성적을 보면 ABS의 도입은 투수보다는 타자 쪽에 더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올 시즌 전반기의 리그 평균타율은 .276로 작년의 리그평균타율 .263보다 .013가 높아졌다. 반면에 올해 전반기 리그 평균자책점은 4.84로 작년의 4.14보다 0.70이나 높다. ABS가 전반기에는 타자들에게 유리했고 투수들에게 불리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개인 성적도 더 좋아졌다. 작년엔 노시환(한화 이글스)이 31홈런101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부문 2관왕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이미 전반기에 26홈런과 73타점을 기록한 선수가 나왔다. 또한 2010년의 이대호나 2020년의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처럼 특정선수가 개인기록을 독식하는 것도 크게 줄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MVP 경쟁이 시즌 막판까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데이비슨] 4년 만에 40홈런 탄생할까

자고로 홈런왕은 정규리그 MVP로 가는 '바로미터'였다. 프로 원년부터 작년까지 야수가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해는 총 25회였는데 그 중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가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경우가 무려 20번이나 됐다. 작년의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처럼 리그를 지배하는 '슈퍼 에이스'가 없는 올 시즌 야수 쪽에서 정규리그 MVP가 나온다면 홈런왕이 MVP에 선정될 확률이 산술적으로 80%에 달한다는 뜻이다.

NC 다이노스 팬들은 작년의 페디에 이어 올해 전반기 홈런 1위 맷 데이비슨을 통해 2년 연속 정규리그 MVP의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빅리그 6년 동안 4개팀에서 활약하며 54홈런157타점을 기록했던 데이비슨은 작년 일본 프로야구의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19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데이비슨은 검증된 장타력에 비해 타율 .210, 출루율 .273에 그치면서 작년 시즌이 끝난 후 히로시마에서 퇴단했다.

지난 1월 NC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한 데이비슨은 4월까지 5홈런에 그치며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5월에 8홈런을 때리며 감을 잡기 시작한 데이비슨은 6월 한 달 동안 24경기에서 12홈런25타점을 기록하면서 단숨에 홈런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데이비슨은 지난 4일 SSG 랜더스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2회 끝내기 투런홈런을 터트리며 기분 좋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타율 .284 26홈런64타점50득점으로 전반기를 마친 데이비슨은 후반기 활약에 따라 2020년의 로하스에 이어 4년 만에 40홈런을 노릴 수 있다. 다만 홈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타점(64개,공동 8위)과 많은 삼진(87개,6위), .218에 불과한 득점권타율 등은 후반기에 데이비슨이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NC에 손아섭과 박민우,박건우 같은 뛰어난 교타자들이 많은 만큼 차려진 밥상만 잘 쓸어 담아도 데이비슨의 MVP 수상 확률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김도영] 이승엽 넘어 최연소 MVP 등극?

루키시즌 타율 .285 13홈런73타점을 기록했던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은 2년 차 시즌에 3할 타율을 기록했지만 홈런이 9개로 떨어졌다. 당시 일부 야구팬들은 이승엽이 거포보다는 '교타자'에 가까운 선수라고 짐작했지만 이승엽은 3년 차 시즌에 32홈런114타점으로 커리어 첫 MVP가 됐다. 그리고 그 시절의 이승엽처럼 고졸 3년 차의 어린 나이에 MVP에 도전하는 선수가 등장했으니 바로 KIA 타이거즈의 '천재타자' 김도영이다.

루키 시즌 타율 .237 3홈런19타점13도루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김도영은 작년 84경기에서 타율 .303 7홈런47타점72득점25도루로 호타준족 내야수로서의 가능성을 뽐냈다. 그리고 3번째 시즌을 맞는 올해 김도영은 그야말로 '완성형 타자'로 급성장하며 KIA의 전반기 선두질주를 이끌었다. 김도영은 득점(78개)과 OPS(1.030) 1위, 홈런 2위(23개), 최다안타 3위(109개),도루 공동 5위(26개)라는 환상적인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사실 김도영이 빠른 발과 날카로운 타격을 앞세워 이종범의 뒤를 이을 호타준족 내야수로 성장할 것은 많은 야구팬들이 기대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183cm85kg으로 결코 거구라고 할 수 없는 김도영이 한 달 동안 10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릴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김도영은 지난 6월23일 한화전에서 '괴물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시즌 20번째 홈런을 터트리며 역대 5번째로 '전반기 20-20클럽'에 가입했다.

MVP 후보로서 어느 하나 흠 잡을 곳 없이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김도영에게 유일하게 아쉬운 한 가지는 바로 전반기 19개나 기록했던 실책이다. 만약 김도영의 실책행진(?)이 후반기에도 계속 이어진다면 2021년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이 세웠던 한 시즌 최다실책 기록(32개)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만약 김도영이 한 시즌 최다실책 기록을 세우고 그 기록이 부각된다면 MVP 경쟁에서도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오스틴] 구단 최초 MVP 노리는 효자 외인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신흥명문으로 떠올랐던 LG 트윈스는 1994년 우승을 끝으로 무려 28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따라서 LG구단과 팬들에게는 작년 29년 만에 차지한 한국시리즈 우승이 더욱 감격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LG에게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MBC 청룡 시절부터 지난 42년 동안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정규리그 MVP다.

LG 역시 1995년의 이상훈(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1998년의 김용수 등이 정규리그 MVP에 가까이 다가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그 해 홈런왕을 차지한 '잠실 라이벌' OB 베어스의 김상호와 타이론 우즈에게 MVP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올해 역시 여러 구단에서 쟁쟁한 선수들이 있지만 LG에도 MVP에 도전할 만한 선수가 있다. 바로 올 시즌을 통해 LG의 간판타자로 자리잡은 외국인타자 오스틴 딘이다.

작년 정규리그에서 타율 .313 23홈런95타점87득점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오스틴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도 타율 .350 1홈런5타점으로 맹활약하면서 LG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LG에서는 작년 11월 오스틴과 총액 130만 달러에 재계약했고 오스팀은 LG 외국인 선수 최초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리고 오스틴은 올해 전반기에도 타율 .297 17홈런70타점51득점11도루의 좋은 성적으로 LG타선의 4번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사실 오스틴은 넓은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만큼 홈런왕 경쟁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전반기 출루율 공동 1위(.435) 홍창기와 문성주가 테이블세터를 구성하고 있는 만큼 오스틴이 타점을 올릴 기회는 더욱 많다. 오스틴이 후반기 분발을 통해 3할 이상의 타율과 .900 이상의 OPS, 타점 선두 등극, LG 외국인 최초 20-20클럽 가입 등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달성해 나간다면 MVP후보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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