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잠재력-핵잠수함 확보 필요성과 한‧미‧일 협력방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 고도화가 한국의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지만, 올해 미국 대선에서 비개입주의 입장의 트럼프가 재선되면 주한미군 규모가 감축되고,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되며,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이 심각하게 약화될 수 있다.
최근에 미국에서 있었던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바이든 재선 이후에 대해서도 대비해야겠지만, 트럼프 재선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 가능성을 더 우선순위에 두고 향후 안보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맹을 ‘자산’이라기보다는 ‘부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국이 과거처럼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면서 경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당장 독자적 핵무장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일본처럼 유사시 신속하게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핵잠재력(nuclear latency)’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필요하다.
‘핵잠재력’은 이론적‧기술적으로 핵폭탄이나 민간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위한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또는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갖춘 것을 지칭이다.
핵잠재력은 적국의 공격 비용을 높여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이 비록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일본처럼 유사시 신속하게 핵무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 북한이 지금처럼 남한을 무시하고 수시로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비확산론자들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매우 부정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자체 핵무장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상당수도 핵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광범위하게 지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유용원 의원 주도로 국회 무궁화포럼이 창립되어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를 위한 전략과 정책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관련 입법과 초당적 합력을 추구하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주로 트럼프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만약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미 간에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포함해 과거에 금기시되었던 의제들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북 협상을 담당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은 지난 5월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더 견고한 민수 원자력 능력이든, 더 나아간 복잡한 핵 프로그램이든 한국인들이 어떤 핵 능력을 증진하기로 결정한다면 미국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핵연료 재처리나 농축이 일본에는 허용돼 있지만 한국은 하지 못하고 있는데 트럼프 집권 2기 때 협상이 가능한가”란 질문에도 “왜 안 되겠나(Why not?)”라고 대답했다.
이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한국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20% 이상 우라늄 고농축을 허용하거나, 더 나아가 핵무장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국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하고, 핵잠수함 개발과 관련해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보다 협조적인 태도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회의 창’이 열려도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미리 되어 있지 않으면 결국은 기회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기회의 창’이 닫힐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올해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 및 핵잠수함 개발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치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를 위해 국가안보실 제3차장실과 외교부 그리고 국가정보원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T/F 구성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 T/F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재선되는가에 따라 한국정부의 선택지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바이든이 재선될 경우 비확산론자들의 영향력 때문에 한국정부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 개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에는 트럼프와 그의 핵심 측근들이 한국의 핵무장까지도 논의 또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과제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한미 모두의 국익과 에너지 안보에 부합한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물질(고농축우라늄, 플루토늄) 확보가 핵무기 개발에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핵물질 확보 기간에 따라 독자적 핵무장 시점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만약 한국도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의 권한을 확보하고 플루토늄을 비축해둔다면, 일본처럼 유사시 3~6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 행정부를 설득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의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한다면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역대 정부들이 달성하지 못한 매우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농축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현재 농축우라늄 시장은 러시아 로사톰이 점유율 46%를, 중국이 10~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세계 450개 민간 원자력 발전소에 농축우라늄을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상업적 농축우라늄 공급망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다.
2024년 5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우라늄 농축 업체이자 영국·네덜란드·독일 컨소시엄인 우렌코에 1억9600만 파운드(약 3343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고순도·저농축 우라늄(HALEU)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HALEU는 러시아 로사톰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
HALEU는 핵분열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우라늄 동위원소 농도가 기존 우라늄보다 높아 전력회사에서 연료를 자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원자로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도 자국의 농축우라늄 수요량 20% 정도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으나 올해 5월 13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93개 상업용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러시아산 농축우라늄(20%, 연간 10억달러)에 대한 수입금지법안(H.R.1042)에 서명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의 충격을 대비해 27억2000만달러에 이르는 연방정부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대신 캐나다·호주·카자흐스탄 등 주요 우라늄 생산국들을 통한 수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라늄 수요가 늘어난 데다, 미국은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 기술이 부족해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적잖다.
최근 우라늄값은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우라늄 가격은 올해 2월 5일 파운드당 106달러까지 치솟으며, 2007년 9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우라늄 현물 가격이 최근 1년간 7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21년까지만 해도 우라늄 가격은 파운드당 30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우라늄값이 치솟는 이유는 주요국들이 전력 생산 효율이 높은 원자력 발전으로 눈을 돌리면서 핵심 연료인 우라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카자흐스탄·니제르 등 주요 우라늄 생산국들에서 시설 공사 지연 등의 문제로 우라늄 공급 차질이 빚어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우라늄 정광의 43%가량을 공급하는 카자흐스탄에선 국영 기업 카자톰프롬이 황산 등 원료가 부족하고 신규 광산 건설이 지연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에 우라늄을 공급해온 서아프리카의 니제르는 작년 7월 군사 쿠데타 이후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간접적인 포탄 지원으로 현재 한러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어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저농축 우라늄 수출이 앞으로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3년 치 우라늄을 확보했고 추가로 3년 치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향후 품귀 현상이 벌어질 경우 계약 이행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 국제 자원시장에서 계약은 언제든 파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우라늄 농축 설비 가운데 절반(용량 기준) 가까이가 러시아에 몰려 있다. 미국 기업이 켄터키주 파두카에서 운영했던 마지막 상업용 농축공장은 2013년 문을 닫았다. 미국 내 농축시설은 유럽 컨소시엄(유렌코)이 보유한 유니스 공장이 유일하다.
그러므로 한국은 에너지 안보, 경제안보 차원에서 민간 원자력 발전소에 사용할 농축우라늄의 공동 생산 및 공급을 위해 한․미․일․영국(또는 유럽)과 우라늄 최대 부존국인 호주 등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제한해 온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가 공동으로 발표한 「우라늄 2016: 자원, 생산 그리고 수요(Uranium 2016: Resources, Production and Demand)」에 따르면 ‘kg당 260달러 미만’ 비용으로 채굴할 수 있는 우라늄의 전 세계 매장량은 764만1600톤이다.
이 기준으로 매장량이 많은 국가는 호주(178만800톤), 카자흐스탄(94만1600톤), 캐나다(70만3600톤), 나미비아(46만3000톤), 남아프리카(44만9300톤) 순이다.
북한은 2023년 3월 한국 항구 인근 수중에서 터뜨려 항구 초토화는 물론 미국의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의 전개와 증원전력의 항구 출입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핵어뢰’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에는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 영웅함’을 진수하면서 김정은이 기존의 중형잠수함들도 모두 전술핵을 탑재하는 공격형 잠수함들로 개조하려는 ‘저비용 첨단화 전략’을 공개했다.
북한은 로미오급(1천800t급)과 고래급(2천t급) 잠수함 20여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만약 이들 잠수함을 모두 개조해 척당 10개의 발사관을 장착하고 이를 전술핵탄두가 들어 있는 SLBM으로 채울 경우 최대 200여발의 ‘전술핵 SLBM’ 위협이 가해진다.
2021년 1월에 개최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김정은은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히고 “핵장거리타격능력을 제고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
그러나 핵잠수함 건조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자 김정은은 2023년 12월에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선박공업 부문에서 제2차 함선공업혁명을 일으켜 해군의 수중 및 수상전력을 제고하며 국방력 발전 5대 중점목표 수행에서 미진된 과업을 빠른 기간 안에 집행하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제시”함으로써 핵잠수함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따라서 북한의 핵잠 개발이 언제 완료될 수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의 핵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도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록 핵무기를 탑재하고 있지는 않아도 한국과 일본이 핵잠을 보유하게 되면 전술핵무기를 탑재한 북한의 디젤중형잠수함이나 미래의 핵잠수함을 보다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타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핵잠수함은 은밀성과 공격 및 수중작전 능력에서 재래식 잠수함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핵잠수함의 최대 속도는 시속 46km로 재래식 잠수함보다 최대 3배 이상 빠르다. 적국 해역의 표적을 타격한 뒤 신속히 빠져나온 후 최단 시간에 재공격에 나설 수 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영국의 핵잠수함은 1만4400km 떨어진 포클랜드 해역에 10여일 만에 도착해 아르헨티나 해군 순양함을 격침시켜 전쟁의 승기를 잡은 반면 함께 출발한 재래식 잠수함은 5주나 걸려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는 핵잠수함의 진가가 입증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재래식 잠수함보다 덩치가 커 더 많은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도 핵잠의 장점이다. 일부에서는 핵잠수함이 소음이 심해 오히려 디젤 잠수함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최근에 건조되고 있는 핵잠은 첨단 방진 마운트를 부착해 디젤 잠수함 이상으로 조용하고 은밀하게 기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개월 이상을 잠항할 수 있는 핵잠에 비해 재래식 잠수함은 하루에도 두세 차례 적어도 수일에 한번은 물 밖으로 나와 디젤터빈을 돌려 축전지를 충전하고 연료도 주기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적국의 위성이나 대잠초계기 등에 발각될 가능성이 크다.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의 노출은 생존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해군이 보유한 손원일급 잠수함의 잠항능력은 2주다. 그것도 속도를 5노트 이하로 낮췄을 때의 이야기지, 비상사태가 발생해 20노트 이상의 전속 주행을 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배터리가 방전돼 버린다.
동해 1함대를 출발하여 북한 마양도 기지까지 항해시간 왕복 1주일에 여유 배터리 3일분 남겨두면 실제 손원일급 잠수함이 마양도 기지 앞에 매복할 수 있는 작전시간은 불과 4일이다.
공기불요장치(AIP)를 갖춘 최신형 재래식 잠수함도 최대 3주 이상 수중작전을 지속하기 힘들다.
북한 잠수함의 수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여러 척의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고, 핵잠 건조에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긴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한미일 정상이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북한이 수년 내에 미 본토까지 은밀하게 항행할 수 있는 핵잠수함을 진수하게 된다면, 북한은 확실한 ‘제2격’ 능력을 확보하게 되어 한미일의 안보에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가 시급하다.
그러므로 향후 한미일 간에 원자력 잠수함 공동 개발 및 운용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핵추진 잠수함은 농축 우라늄을 동력원으로 사용하지 SLBM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NPT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2021년 9월 영국·호주와 안보 협의체 ‘오커스’를 신설하면서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다른 나라에 지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이 핵추진 기술을 공유한 건 1958년 영국이 마지막. 미 고위 당국자는 호주에 대한 지원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며, 추후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핵확산에 나선다는 비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호주에 지원하는 핵추진 잠수함이 ‘핵무장’ 잠수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그것이 ‘핵무장’ 잠수함은 아니므로 핵확산과는 무관하다.
브라질은 2008년에 6억 달러 규모의 프랑스산 디젤 잠수함 구입 의사를 표시하면서 향후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기술이전 등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브라질은 2008년 12월 프랑스와 국방 분야 전략협력 협정을 체결했는데, 당시 협정은 프랑스의 기술이전을 통해 브라질이 재래식 잠수함 4척과 핵잠수함 1척을 건조한다는 내용이었다.
브라질은 이미 핵잠수함의 기본 설계를 끝냈으며 2020년 10월엔 원자력 엔진 제작에 착수했다. 따라서 브라질이 호주보다 앞서 핵잠수함을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이 핵잠수함을 갖게 되면 핵무기 비보유국 중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브라질의 핵잠수함 건조 계획은 지난 1979년 수립됐으나, 예산과 기술 문제로 40년 가까이 미뤄지다가 프랑스와 국방 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브라질 정부는 현재 2037년까지 6천t급 핵잠수함 아우바루 아우베르투 호 건조를 추진한다.
브라질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하게 되면,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외의 국가 중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브라질은 핵 추진 관련 장비와 기술 이전 규모를 늘리고자 프랑스 정부를 설득하고 있으나, 프랑스는 전략적으로 민감한 부분에 대한 정보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이를 꺼리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원자력 엔진을 장착한 잠수함은 전 세계적으로 총 129척에 불과. 미국이 68척을 보유해 가장 많고, 이어 러시아(29척), 중국(12척), 영국(11척), 프랑스(8척), 인도(1척) 등이다.
브라질은 당장은 1척만 건조할 예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6척을 보유할 목표를 갖고 있다. 호주는 최종 8척을 보유할 예정이다.
브라질의 핵잠수함 건조는 프랑스 나발(Naval) 그룹의 기술에 의존하는데, 이 회사는 오커스 출범으로 호주와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 파기의 피해를 본 회사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4년 3월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州) 이타구아이에서 열린 신형 디젤 기반 통상동력형(재래식) 잠수함 토넬레루 호 진수식에서 “모든 핵확산 방지 방침을 완벽하게 존중하면서, 브라질이 원한다면 프랑스는 그편(핵잠수함 개발)에 설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브라질에 대한 핵추진 잠수함 기술 개발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처럼 핵잠수함 건조는 NPT체제와 무관하게 추진 가능하며, 미국이 기술지원을 하지 않겠다면 프랑스와의 협력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만약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과 관련해 협력하지 않겠다면, 프랑스와의 협력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한국이 이 같은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면 미국은 한국과의 협력을 계속 거부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프랑스의 핵잠수함처럼 저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잠 건조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은 미국보다 프랑스의 핵잠수함 운용 경험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할 수도 있다.
한국이 핵잠 개발을 위해 프랑스와 협력을 추진한다면, 미국이 2021년에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함으로써 46조 잠수함 사업을 날린 경험이 있는 프랑스는 크게 환영할 것이다.
호주는 2016년에 20년 이상 된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프랑스 군수업체와 400억 달러(약 46조원) 규모의 잠수함 건조사업을 체결했으나, 미국이 2021년에 영국, 호주와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신설하고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함으로써 호주와 프랑스간 계약은 파기됐다.
그러자 프랑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프랑스의 등에 칼을 꽂았으며 전임 도널드 트럼프와 똑같이 행동한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한국은 조선(造船) 분야의 확고한 강국으로서 브라질이나 호주와는 다르게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건조하고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우수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프랑스와 협력하더라도 많은 대가를 지불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이미 한국형 핵잠수함 원자로의 기본설계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 기본설계를 마쳤다는 것은 추진기관의 자재를 발주해 원자로를 건설하기 직전 단계라고 보면 된다.
이와 관련 김시환 글로벌원자력전략연구소장은 “원자력연구소는 이미 2004년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 기본설계를 마쳤습니다. 국가 지도자가 결심만 하면 2년 안에 원자로를 제작해 잠수함에 장착할 만반의 태세를 갖췄습니다.”라고 밝혔다.
한국은 조선(造船)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과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핵잠 건조 분야에서 미국이나 프랑스가 한국과 협력하는 것이 그들 국가, 특히 미국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핵잠수함은 크게 추진 동력만 핵인 공격핵잠수함(SSN)과 무기도 핵인 전략핵잠수함(SSBN)으로 나뉜다.
핵잠수함을 보유한 6개국은 모두 SSBN을 운용하지만, 브라질과 호주가 건조하려는 잠수함은 핵무기가 없는 SSN이다. 한국이 건조하려고 하는 것도 핵무기가 없는 SSN이다.
현재 브라질은 프랑스의 기술로 핵잠수함(최대 6척)을 설계하고 있지만, 핵무기 제조에 쓰이지 않는 저농축 우라늄(농축도 20% 미만)을 채택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런데 호주는 핵 보유국이 아닌데도 핵무기로 전환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첫 번째 국가가 됨. 따라서 일각에선 “호주가 핵 보유국에 준하는 지위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한미일이 핵잠수함의 공동 개발 및 운용을 위한 3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과 일본이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대만 유사 사태시 미국이 특히 일본 핵잠수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핵잠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한미일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협력에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영국, 호주와 오커스를 신설하면서 호주에 대한 지원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며, 추후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와의 핵잠 개발 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차별화를 모색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와는 오히려 현재보다 핵잠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국방부 장관이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 국방장관 대행은 2024년 3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등은 엄청난 군사적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확장억제에서도 미국은 주도하는 게 아니라 지원하는 역할이어야 한다. 미국이 동맹에게 제공해야 할 핵심적인 도구는 정보력과 외교력이다.”라고 지적함으로써 확장억제에서 미국이 ‘주도’ 역할 대신 ‘지원’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트럼프가 재선되면 바이든 행정부처럼 전략핵잠수함을 한국에 수시로 입항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핵잠수함의 공동 개발 및 운용을 위한 한미일 3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이 북한의 잠수함 위협을 견제하고, 일본이 중국의 잠수함 위협을 견제하는 것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에도 부합할 것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6월 2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1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필리 조선소는 1997년 미 해군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돼 현재는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아커사(社)의 미국 자회사이다.
‘미국 연안을 오가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돼야 한다’는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건조해 왔고, 1997년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하고 있다. 상선뿐 아니라 미 교통부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해상 풍력 설치선 등 다양한 선박을 건조한다.
미국 조선소들은 존스법에 따라 사실상 경쟁 없이 나눠 가진 건조 물량에 의존하다가 기술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진다. 최근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인력난까지 맞물려 납기 지연이 일상화됐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6월 21일 현지 언론에 “한화의 필리 조선소 인수는 미국의 해양 전략에서 획기적인 이정표”라며 “미국 조선업의 경쟁 환경을 바꿀 것이고,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조선소는 한화가 끝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이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해양전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의 북핵 위협은 2010년대 상반기에 한미가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진행할 때와 비교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시 한국 측은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 한국이 세계 5위의 원자력 발전 강국인데도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미국의 핵 비확산정책과 북한에 미칠 영향 등을 이유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는 이제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전락했고,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거의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현재 일본과 인도에는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가 핵 비보유를 전제로 미국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신속하게 재개해 가까운 미래에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으로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일부 비확산론자들은 한국이 핵무장하면 일본도 핵무장할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본이 핵무장할 때 한국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해 혼자 동북아에서 비핵국가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핵탄두 6,000기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50t을 이미 추출했다. 이는 비핵국가 중 보유량이 최대규모이고 기술력도 최고 수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 평균 수준의 기술로 플루토늄 8㎏이면 1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술 수준이 높은 일본은 5, 6㎏만 갖고도 핵폭탄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북아에서 핵무장 경쟁이 벌어질 경우, 우리는 플루토늄도 추출하고 우라늄도 농축해야 하지만, 일본은 그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
따라서 1994년 영변 핵위기 당시 일본 구마가이 히로시 관방장관이 “기술적으로 3개월이면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미․중․일․러 중 우리만 비핵국가로 남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도 일본과 같은 수준의 핵잠재력부터 시급히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태도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은 지난 5월 22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핵연료 재처리나 농축이 일본에는 허용돼 있지만 한국은 하지 못하고 있는데 트럼프 집권 2기 때 협상이 가능한가”란 질문에 “왜 안 되겠나(Why not?)”라고 대답했다.
폼페이오의 지적처럼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위한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으므로 한국의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은 협상 재개를 지금부터라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 경제안보 차원에서 원자력 발전소에 사용할 농축우라늄의 공동 생산 및 공급을 위해 한․미․일․영국(또는 유럽)과 우라늄 최대 부존국인 호주 등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는 그 과정에서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제한해 온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되면 핵잠의 공동 개발 및 운용을 위한 한․미․일 또는 한․미․일․호주․영국 컨소시엄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도 핵잠 관련 한국과의 협력을 거부한다면, 한국 정부는 브라질처럼 프랑스와의 협력을 모색하거나 독자적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핵잠수함 개발을 추구해 왔지만, 당시에만 해도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건조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건조하고 수출까지 추진할 정도로 우리의 잠수함 개발 역량이 성장했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과 일부 전문가들의 비판적인 시각을 과도하게 의식해 핵잠수함 개발을 ‘비닉 사업’으로 추진한다면 보안 문제 때문에 관련 기관들과 기업들 간의 협조가 어려워져 사업 추진 기간과 비용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제는 한국정부도 호주나 브라질처럼 핵잠수함 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핵잠 개발에 충분한 예산을 할당함으로써 브라질의 경우처럼 핵잠 개발이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역대 진보정부들이 핵잠 개발에 큰 관심을 보여 왔으므로, 한미일이 공동으로 핵잠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3국 협력사업은 한국에서 미래에 정권 교체가 이루어져 진보정부가 불범하더라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같은 사업은 한미일 간의 군사협력 수준을 지금보다 현저하게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국익과 동아시아전략에도 전적으로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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