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in]"저녁 시간, 안식 줄 '신(Scene)'을 만드는 게 아파트 조명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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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집에 왔을 때, 마음에 안식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신(Scene)'을 만드는 게 아파트 조명의 역할입니다. 단지 안 빈 공간에 빛을 채우고 빛을 흐르게 하면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지요. 입주민들의 '저녁이 있는 삶'은 이런 조명을 통해서 더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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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건설in'은 건설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건설사의 핵심사업, 신성장동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설인들을 만나 생생한 업계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집에 왔을 때, 마음에 안식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신(Scene)'을 만드는 게 아파트 조명의 역할입니다. 단지 안 빈 공간에 빛을 채우고 빛을 흐르게 하면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지요. 입주민들의 '저녁이 있는 삶'은 이런 조명을 통해서 더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대우건설 본사에서 만난 이형우 대우건설 경관조명 담당은 부산 '더비치푸르지오써밋'의 야간 풍경 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 설명했다. 단지 안의 갈대숲에는 갈대 키와 엇비슷한 라인 조명들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배경으로 깔리자 빛이 리듬을 맞춰 흘러나왔다.
이 담당은 "갈대숲과 어울리도록 조명 기구부터 현장에 맞게 제작했다"며 "음악에 맞춰 잔잔하거나 화려한 빛이 갈대밭을 감싸도록 '신(Scene)'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이 저녁에 단지 안을 산책하면서 이 공간에 머물 때 감동과 쉼을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를 입힌 것이다.
집 안에서 밖을 내다본 풍경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인 단지가 안산의 '푸르지오브리파크'다. 단지 내 티하우스 앞의 공간에 꽃잎이 흩날리고, 낙엽이 지고, 눈이 오는 풍경들을 조명으로 표현했다. 여름에는 광장에 물이 얕게 차는데, 그때는 물고기들이 노는 걸 보여준다. 계절에 따라 1년 동안 선보일 조명 계획을 짜서 단지를 비춰주는 콘셉트다.
대구 '달성파크푸르지오힐스테이트'에는 원형 파고라가 품은 달 조명을 설치했다. 그는 "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자연광 같은 느낌의 조명이 무엇일까 고민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에서 조명이 중요하게 떠오른 건 2010년 이후부터다. 이 담당은 "과거 '1세대 조명'은 제대로, 밝게만 비추면 그만이었다"며 "그런데 2000년 후반에 발광다이오드(LED)가 보편화되면 '2세대 조명'으로 넘어갔고, 그때부터 아파트에 조명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이어 "LED는 전자기기라서 모양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고 효율도 좋다"며 "이로 인해 2010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 외관에 간접 조명들이 쭉쭉 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은 "현재 제가 만들어 가고 있는 건 콘텐츠를 담은 '3세대 조명'"이라며 "이제는 조명이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전에는 아파트 옥탑이나 벽면을 밝히는 식으로 외부에 보이는 모습에 치중해 입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했다면, 지금은 입주민들이 조명을 즐길 수 있는 요소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조명에 맞춰 음악이 흐르도록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이 담당은 "공동주택이다 보니 사실 음악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어느 날 점검을 하려고 음악을 껐을 때 주민들이 오히려 '음악이 안 나온다'고 민원을 넣었다더라"고 전했다. 그는 "그 때 입주민들도 '스토리가 있는 조명'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누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요즘에는 경관 조명을 특화한 아파트 단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조명에 대한 입주민들의 인식도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그는 "1000세대 이상 대단지에서는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경관 조명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살아보면 알게 되는 게 경관 조명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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