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요한 "제3자 특검 추천?…한동훈, 절대 뱉지 말아야 될 얘기했다"
"혁신 확실·화끈하게 안 하면 당 망해"
"당이 잘못될 때 쓴소리 거침없이 할 것"
"어대한 기류? 여론조사 믿지 않는다"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의 파란 눈은 유독 '혁신'을 말할 때 반짝였다. 22대 총선 직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인 후보는 "아직 당 혁신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장을 냈다고 밝혔다.
인 후보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혁신'을 수차례 언급했다. 국회에 입성하기 전 '호남 출신의 평범한 사람'이었던 자신은 물론, 당원을 비롯한 국민이 당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게 인 후보의 설명이다. 그는 "애벌레가 나비가 될 만큼의 변화가 없으면 (여소야대 정국에서) 주도권을 못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혁신을 확실하게, 화끈하게 하지 않으면 당이 망한다"고도 했다.
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처리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가 떠올랐다고 했다. 인 후보는 5·18 당시 시민군 편에서 외신기자들을 위해 통역을 한 바 있다. 그는 "5·18 때 우리가 전두환한테 외쳤던 구호가 '독재 타도'였다. 그 말이 저도 모르게 40여년 전 기억과 오버랩되면서 다른 사람들은 다른 구호를 외치는데 제 입에서는 '독재 타도'가 나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겨냥해 "독재하고 싸운 사람들이 독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폭주가 날로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느 때보다 정부와 밀착된 관계를 형성하고 당내 목소리를 한 색깔로 만들 수 있는 리더십 있는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는 게 인 후보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지도부를 이끌 '리더'의 적임자는 원희룡 당대표 후보라고도 했다.
인 후보는 원 후보의 경쟁자인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을 내놨다. 인 후보는 한 후보가 '채상병 특검'을 제3자 추천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한 후보가 절대 입에서 뱉지 말아야 될 얘기를 했다"라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것인데, 한 후보의 주장은 시기상조였다"고 지적했다.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대해서는 "당원들은 탄핵에 대한 상처가 크다.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들은 당원 만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믿지 않는다"라며 "(선거인단에서) 대구·경북이 40%다. 이들은 한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더라"라고 관측했다.
다음은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와의 일문일답.
Q. 최고위원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까, 당 혁신은 멈춰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확신을 더욱 갖게 된 건 최근 영남을 다녀와서였다. 당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나라가 큰일 났는데, 당이 잘 돼야 이걸 바로 잡는데 당이 지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더라. 청년들은 우리 당이 주춤하고 있고, 방관하고 있다고 하더라. 제가 지난해 11월에 당 혁신위원장을 하면서 누누이 말했다. '당이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라고. 지금 당원들의 인식도 이와 같다. 그것도 작은 변화가 아니고, 애벌레가 나비가 될 만큼의 변화가 없으면 우리 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주도권을 못 잡을 것 같다, 그냥 소멸돼 버릴 것 같다는 게 당원들의 목소리였다.
이러한 호소가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저에게 (혁신하라는) 확신을 줬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고, 의사를 37년 해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가 국회에 들어왔지만, 이거 진짜 바꿔야 되겠구나. 당을 바꾸지 않고 나라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당을 바꿔서 당이 대통령실과 정부를 이끌어줘야 한다. 혁신을 확실하게, 화끈하게 하지 않으면 당이 망한다. 당을 제대로 혁신하기 위해서 최고위원에 출마했다."
Q. 왜 원희룡 당대표 후보와 손을 잡았나.
"지방선거까지는 2년 남았고, 대통령선거까지는 3년이 남았다. 훌륭한 대표와 최고위원이 당을 이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아이디어가 꽤 많다. 청년한테 희망을 주고 우리 원로 당원들한테는 존경을 표하고, 그동안 지지를 아낌없이 한결같이 해준 분들을 잘 모시기 위해선 '창조'를 해야 한다. 또 당정 관계를 밀착시키고, 한 색깔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제가 원 후보를 좋아하는 건, 국회의원을 세 번 했고 도지사를 두 번하고, 또 윤석열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도 해서 저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다 파악하고 있어서다. 제가 국민의힘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을 했다. 원 후보가 저에게 러닝메이트로 하자고 그러길래, '그럼 의료분쟁은 어떻게 할 거냐' 물었더니 (원 후보에게서) 바로 나오는 얘기가 '제 아이디어가 많다. 제가 당대표가 되면 그건 0순위로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저는 의사를 37년간 했고, 대학병원에서는 33년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까 솔깃하더라. 그래 믿어보자 싶었다.
그리고 혁신위원장할 때 이 양반(원 후보)이 왔지 않나. 저한테 와서 '인 위원장, 제가 험지로 가겠다'라고 했는데 말은 아무 소용이 없다. 행동이 중요하다. 원희룡은 행동으로 실천한 사람이다. 거기에 따르는 의리를 제가 보여줘야 됐다. 제 역할은 이제 최고위원이 되면 당이 잘못될 때 쓴소리를 거침없이 하겠다. 제가 무서운 건 하나님과 국민밖에 없다. 내가 정치를 모르는 게 약점이지만, 또 정치를 모르고 안 하는 게 강점이다. 왜냐, 누구한테 빚을 갚을 게 아무것도 없다. 그게 제일 무서운 것이다."
Q. 최고위원 후보들 중에 라이벌 또는 기대되는 후보가 있나.
"8일 호남을 시작으로 각 지방을 돌면서 합동연설회를 할텐데 그때 비전을 좀 들어보려고 한다. 무슨 공약을 하는지 전라도 말로 '허는 걸(하는 걸) 봐서' 저 후보의 공약이 말이 되는 건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지 보겠다.
기대가 되는 후보는 김민전 후보다. 저하고 아주 잘 맞는다. 김 후보가 우리 당의 얼굴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여성이라서 당의 얼굴이 아니라 머리가 대단히 좋은 사람이라, 당이 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Q. 최근 한 방송에서 "여론조사 안 믿는다.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 뒤집힐 가능성은 90%다"라고 주장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나.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들은 당원 만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믿지 않는다. 틀린 잣대로 재면 맞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여론조사는 참고 사항일 뿐이다. (선거인단에서) 대구·경북이 40%다. 이들은 한동훈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더라."
Q. 한동훈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주장의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 당원들은 탄핵에 대한 상처가 너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것인데, 한 후보가 절대 입에서 뱉지 말아야 될 얘기(제3자가 추천하는 채상병 특검법 수용 가능성)를 했다. 지금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고, 미진하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특검법을 발의해도 늦지 않다. 한 후보의 주장은 너무 시기상조였다."
Q. 채상병 특검법이 지난 4일 야당의 주도로 강행 처리됐는데, 여당의 지도부로 선출된다면 거대 야당의 폭주를 어떻게 막을 건가.
"민주당은 독재에 아주 아름답게 저항해서, 처음으로 평화적인 수평적 정권교체(1997년 김대중 정부 탄생)를 이룬 당이다. 그런데 지금은 독재하고 싸운 사람들이 독재를 하고 있다. 적을 닮아버렸다. 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통역을 하며 외신들에게 광주 상황을 알렸다. 당시 우리가 전두환한테 외쳤던 구호가 '독재 타도'였다. 그 말이 (지난 4일 채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처리될 때) 저도 모르게 40여년 전 기억이 오버랩(포개어지다)되면서 다른 사람들은 다른 구호를 외치는데 제 입에서는 갑자기 '독재 타도'가 나왔다.
민주당은 지금 권력으로 죄를 덮으려고 하고 있다. 그들이 실력 발휘하도록 놔두면 된다. 영어에 그런 표현이 있다. '낫 소 커먼 센스(not so common sense·별로 상식적이지 않은)'. 민주당을 볼 때 그 생각이 자꾸 난다. 민주당이 김대중 정신을 가진 멋있는 당이 아니라, 퇴색이 돼버렸고 변했다. 민주당은 역사를 기억해서 잊어버린 '김대중 정신'을 좀 되찾아야 한다."
Q. 마지막으로 당원과 국민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월요일(8일)에는 호남에서 합동연설회를 한다. 그래서 광주에 내려가서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 저는 '호남의 아들' '순천의 아들'이다. 얼굴색은 다르지만 할아버지가 항일 투쟁하면서 애족장을, 아버지는 인천상륙작전 참전, 저는 광주 항쟁에서 통역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세우는데 아주 조금 기여를 했다. 저를 믿어도 된다. 호남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처럼 경제 발전은 많이 더뎠지만, 제가 (호남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 광주 발전과 전남, 전북 발전을 이뤄내겠다. 호남, 저를 좀 믿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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