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에 묻힐 뻔한 롯데 '진짜 재능'…명장+명코치 만나 꽃 피울 준비 마쳤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019년 롯데 자이언츠 1군 코칭스태프로 선수들을 지도했던 야구인 A씨는 2022 시즌 롯데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불과 3년 전까지 팀에서 2루수로 전략적인 육성을 위해 노력했던 유망주 고승민이 우익수로 기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고승민이 신인 때 수비에서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다. 2루수로는 190cm에 가까운 신장 때문에 뭔가 어설퍼 보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타구 판단과 스타트, 송구 능력까지 좋은 내야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했다"며 "롯데가 고승민의 포지션을 외야로 옮긴 뒤 2023년에는 1루수, 우익수로만 기용했다. 2루수로 테스트조차 하지 않는 걸 보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또 "신인 선수를 뽑을 때 구단이 평가했던 스카우팅 리포트 자료도 있을 것이다.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고승민을 2루수로 아예 쓰지 않은 건 구단의 실수로 봐야 한다"며 "선수와 구단 모두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고승민은 2019년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롯데 사령탑이었던 양상문 감독(현 한화 이글스 1군 투수코치)은 고승민의 기량과 잠재력에 주목, 2019 시즌 5월부터 1군 출장 기회를 부여했다.
고승민은 2019 시즌 1군 30경기 타율 0.253(83타수 21안타) 6타점 OPS 0.657로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성적을 거뒀다. 수비 실책 2개가 있었지만 프로 무대를 처음 경험하는 19살 루키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고승민의 포지션은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22 시즌 2루수에서 우익수로 바뀌었다. 롯데가 2020 시즌을 앞두고 FA로 영입한 안치홍이 자이언츠 부동의 2루수로 뛰고 있던 상황에서 래리 서튼 당시 롯데 감독은 고승민의 수비 위치를 변경시켰다.
고승민은 2022 시즌 92경기 타율 0.316(234타수 74안타) 5홈런 30타점 OPS 0.834로 빼어난 타격 성적을 거뒀다. 우익수 수비에서도 한 차례 치명적인 본헤드 플레이를 겪기는 했지만 크게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2023 시즌이었다. 서튼 전 감독과 롯데 프런트는 고승민에게 1루, 우익수 겸업을 지시했다. 롯데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2023 시즌 성적에 사활을 걸었다. '2루수' 고승민을 테스트하거나 믿고 기회를 주기보다 당장 공격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롯데는 여기에 외야진을 포화 상태로 만들었다. 내야수로 입단한 핵심 유망주 윤동희, 김민석을 외야수로 수비 위치를 옮겼다.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복무 중인 조세진까지 더하면 교통정리가 어려울 정도로 외야에 타격 재능을 갖춘 야수들을 몰아넣었다. 반면 내야는 공수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저연차 선수들이 없었다.
고승민은 2023년 1루수로 62경기, 우익수로 30경기 선발출전했다. 수비의 영향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지만 고승민의 타격 성적은 94경기 타율 0.224(255타수 57안타) 2홈런 24타점 OPS 0.649로 곤두박질쳤다.
결과론이지만 고승민의 부활은 포지션을 2루로 다시 옮기면서부터 시작됐다. 고승민은 2024 시즌 2루수로 40경기, 좌익수로 13경기에 선발출전했다. 팀 외야 자원이 부족한 까닭에 좌익수를 겸엄했지만 2루수로 정체성을 더 뚜렷하게 가져가고 있는 중이다. 타격 성적도 타율 0.316(215타수 68안타) 6홈런 43타점 OPS 0.860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10월 롯데 지휘봉을 잡은 뒤 2024 시즌 구상에서 2루수 문제와 맞닥뜨렸다.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민성을 주전 2루수로 내정하고 개막을 맞았지만 김민성은 부상과 부진 속에 기대에 못 미쳤다.
1980년대 명 내야수로 KBO리그를 호령했던 김광수 롯데 벤치코치는 김태형 감독에게 '고승민 2루수 고정'을 제안했다. 김광수 코치는 2000년생으로 나이가 젊은 데다 2루수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기량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광수 벤치코치는 두산 베어스 시절에도 손시헌, 고영민 등 훗날 국가대표로 성장한 내야수들을 지도했던 경험이 있다. 고승민에게 충분히 대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김광수 코치의 혜안은 롯데가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춘 군필 2루수를 보유한 팀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데이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베테랑 야구인의 '선구안'이 고승민의 포텐셜 폭발을 이끌었다.
야수들의 수비력 평가에 냉정한 김태형 롯데 감독도 고승민의 2루 수비는 믿고 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2024 시즌 중 꺼내든 '2루수 고승민' 카드는 선수와 구단 모두를 살리는 효과를 낳았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27일 고승민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직후 "고승민의 2루 수비는 현재 10개 구단에서 톱클래스다"라며 "고승민만큼 2루 수비력을 갖춘 선수는 많지 않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뛰어난 유망주들은 프로 초창기에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야구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 고승민에게 붙어있던 수비 포지션의 '애매함' 딱지는 명장과 명코치를 만나면서 떼어질 채비를 마쳤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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