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총선 대역전극 일궜다…프랑스판 버니 샌더스, 멜랑숑은 누구
이번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 연합이 예상을 뒤엎고 극우 정당을 누르고 1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의 한 축을 이끌어온 장 뤼크 멜랑숑(72)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에게 관심이 몰리고 있다. NFP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6월 9일 임시 총선을 소집한 이후 결성된 공산당, 녹색당, 사회당, LFI의 동맹이다.
멜랑숑 LFI 대표는 정치 경력 48년으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급진 좌파 정치인이다.
멜랑숑 대표는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로 이주한 스페인계 우편집배원 아버지, 이탈리아계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1951년 탕헤르(현재 모로코의 항구도시)에서 태어났다. 1962년 프랑스로 이주한 그는 프랑슈콩테대학교서 철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어 교사, 지역신문 기자 등을 하다가 1976년 사회당에 가입해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당의 거물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미테랑계 주요 인사로 활동했다.
이때만 해도 멜랑숑 대표는 사회당의 거물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됐다. 사회당 소속으로 프랑스 지방의회, 중앙의회, 유럽의회에 여러 차례 선출됐다. 1998년~2004년에는 프랑스 에손주 부지사를 지냈다. 그러던 그는 "사회당이 너무 친기업적으로 변질했다"고 비판하며 2008년 탈당한 뒤, 2016년 LFI를 창당해 이끌어 왔다.
멜랑숑 대표는 세 차례 대권(2012년·2017년·2022년)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2년 대선에 처음 출마할 당시 공약집 『인간이 먼저다』를 내놨는데 공약집으로는 이례적으로 프랑스에서 3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인간이 먼저다』에는 남녀평등의 실현, 모든 차별 척결, 임금 인상과 사회적 불안정해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멜랑숑 대표는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에 맞서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프랑스 남부에서 무슬림을 타깃으로 한 혐오 범죄가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무슬림 혐오에 반대하는 대중 시위가 열렸는데 이때 멜랑숑 대표가 행진에 참여했다.
고령인데도 프랑스 청년층에서 인기가 높은 그는 프랑스판 버니 샌더스(82)로 불린다. 둘 다 고령인 데다 미국 상원에서 유일한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와 정치적인 성향이 비슷하다는 점, 청년층에게 인기가 높다는 점 때문이다. 멜랑숑 대표는 공식 유튜브 구독자수만 108만명에 달해 현직인 마크롱 대통령(34만명)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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