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도 한일전으로 라이더컵을 만들자
2012년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륙대항전인 라이더컵를 취재할 때다. 캄캄한 새벽부터 길이 꽉 막혀 놀랐다. 관중이 그렇게 많았다.
라이벌전은 피가 끓게 한다. 선수뿐 아니라 관중도 그렇다. 라이더컵이 열리면 응원 열기로 개최 도시는 물론 개최국까지 후끈 달아오른다.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라이더컵의 경제 효과가 2억5000만 달러였다.
한국에도 라이더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대회인 남자 골프 한일전이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거리인 밀리언야드컵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2012년 한일 관계 경색으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사라졌다.
골프 한일전은 서로의 장단점을 비교할 계기가 된다. 양국의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 한국은 한일전 개최 이후 남자 골프 국제 경쟁력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그게 꼭 한일전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일전 3승 1패로 선수들의 자신감이 커진 건 확실하다. 라이벌전은 스포츠 인프라를 개선하고,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할 계기가 된다. 한일전이 열린다면 일본 투어에 나가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골프를 산업으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좋아하는 나라이며, 수많은 발명품이 나오고, 메이저 골프용품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와 테일러메이드를 한국 자본이 소유했다.
시장과 관심이 크니 국제대회를 통해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강화해 아시아 골프 맹주로 성장할 수도 있다. 영국이 유러피언투어(DP월드투어)를 주도하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범아시아 투어를 한국이 이끌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유이하게 여성 프로 골프가 남자 투어 인기를 앞선다. 여남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듯하다. 한일전을 통해 남자 골프의 매력을 알릴 수 있다. 일정이 된다면 남녀 혼성으로 국가대항전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일본과 함께 공동 주관 대회를 열고 있다. 내년은 한일 수교 60년이 되니 한일전이 부활할 명분도 좋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골프 단체전이 생긴다 하니 골프 팬들도 국가대항전을 주목할 것이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100위 이내 한국 선수는 4명, 일본 선수는 3명이다. 양쪽 실력 비슷해 팽팽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축구와 야구는 한일전을 앞두면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된다. 골프에서도 안 할 이유가 없다.
물론 한일전이 라이더컵이 되려면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테지만 가야 할 길이다. 라이더컵은 1927년 창설됐으나 1980년대가 돼서야 빅 이벤트가 됐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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