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안준호팀', 한국 농구 부활 신호탄 쐈다...한일전 1승1패
한국 남자 농구가 강호 일본을 상대로 선전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대표팀은 7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컵 2차전에서 일본에 80-88, 8점 차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한일전 2연전을 1승 1패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지난 5일 같은 장소에서 치러진 1차전에선 85-84 역전승을 거뒀다.
최악의 침체기에 빠진 한국 농구엔 고무적인 결과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2진급을 내보낸 중국·일본에 밀려 역대 최악인 7위에 그쳤다. 한국은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랭킹 50위로 아시아의 강호인 일본(26위)보다 24계단이나 아래다. 게다가 일본은 이달 파리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최정예 멤버를 꾸려 전력이 한국에 크게 앞선다는 평가였다.
일본은 파리올림픽에 자력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이번 대회는 일본의 올림픽 출정식 격이었다. 반면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KBL 시즌이 끝난 뒤 얼마 되지 않은 탓에 4일만 훈련하고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부 농구인은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30점 이상 패배를 안 당하면 다행"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국은 예상을 뒤엎고 일본과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일본이 자랑하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인 하치무라 루이(LA 레이커스)와 와타나베 유타(멤피스)가 두 경기 모두 벤치에 앉았으나, 지난달부터 꾸준히 발을 맞춘 자국 리그 대표와 귀화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기에 여전히 막강 전력이었는데, 한국은 밀리지 않고 난타전을 벌였다. 올림픽 출정식을 대승으로 장식하려 한 일본의 계획에 한국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한국 선수들의 맹활약에 일본 선수들의 얼굴엔 당황 기색이 역력했다.
비결은 안준호 감독가 단행한 과감한 세대교체와 용병술이다. 지난 1월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13년 만에 현장 지도자로 복귀한 안 감독은 "나이가 적지 않지만 '젊은 농구'를 한다고 자부한다. 요즘 트렌드가 빠른 농구인데 공수 전환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선언하고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선수 보는 눈’이 탁월하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안 감독은 우선 20대 초중반의 '젊은 피'를 대거 발탁해 핵심 역할을 맡겼다.
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전과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안 감독의 대표팀 데뷔전이자 아시안컵 예선 A조 첫 경기였던 호주 원정에서 접전 끝에 71-85로 아쉽게 지는 선전을 펼쳤다. 호주는 세계 5위로 아시아 최강팀이다. 완패가 예상됐지만, 한국은 오히려 2쿼터 종료 3분여 전까지 33-20, 13점 차로 앞섰다. 2차전에서 태국(91위)을 96-62로 완파했다.
안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귀화 선수 없이 평균 24세의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대표팀 12명 가운데 2000년대 태어난 선수가 절반인 6명, 나머지 6명 가운데 5명도 1999년생이다. '젊은 안준호팀'은 가드 이정현(소노), 유기상(LG), 센터 이원석(삼성) 등이 펄펄 날며 한국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대부분 안 감독이 발굴해 대표팀에 발탁한 '젊은 피'다. 안준호 감독은 전화 인터뷰에서 "서동철 코치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뛰어준 덕분에 이겼다"고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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