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문가 “북·러동맹은 양국 선택…핵기술 이전은 용납 안돼"
" “북·러 동맹은 국가의 외교 주권에 속하는 일이자 양국의 전략적 선택이다.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합리성도 갖는다. 다만, 어떤 영역에서든 핵 기술의 이전은 용납되지 않는다.” "
중국 최대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의 둥샹룽(董向榮) 아·태 글로벌 전략연구원 아·태정치연구실 주임은 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과 관련 “양측 모두 필요한 것을 취했지만,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북한이 상대적으로 협상에 유리한 지위에 있다고 본다”며 이처럼 말했다.
사회과학원에서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 표명에 대한 북한의 반발에 대해 “핵 확산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이롭지 않다. 이 원칙이 개별 나라의 입맛에 따라서 바뀌진 않는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의 비핵화도 포함돼 있다”며 한국 내 핵무장 여론도 경계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러 새 조약을 보는 중국 속내를 둘러싸고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북·러 밀착이 동북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초래해 중국이 불편할 거란 시각도 있는데.
“나토는 집단안전보장기구다. 나토 공약 5조는 각국이 집단 방위를 맡는다는 기본 의무를 규정한다. 동북아는 현재 여전히 주류가 양자 동맹이다. 아직 나토와 비슷한 집단안보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북·러(옛 소련 포함) 역시 동맹 관계를 처음 맺은 것은 아니다. 새로운 국제 환경에서 두 나라의 전략적 선택이고,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한 것이다. 양국이 현재 모두 엄격한 국제 제재를 받는 상태를 고려하면 두 나라의 최근 행보는 일정한 합리성을 갖는다. 국제 제재를 피할 수 있어서다. 러시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에서 북한의 실질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북한 역시 정세에 맞춰 자신의 요구를 제기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북·러의 반응을 볼 때 북한이 상대적으로 협상에 유리한 지위에 있다.”
-‘북·중 우호 협력 상호원조 조약’ 2조와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4조의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을 비교하면.
“억제라는 시각에서 보면 한국의 인식과 반응이 중요하다. 한국은 두 조약의 차이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차이의 의미가 어디 있다고 보는가?”
둥 주임은 한국의 인식을 되묻는 식으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북·중 조약은 한 나라가 침략을 받았을 때 전제조건 없이 개입을 규정했고, 북·러는 군사원조를 규정하면서 집단 자위권을 명시한 유엔헌장 51조와 국내법에 준하도록 했다.
-북·러 간 사실상 동맹 결성이 미·중 간 전략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까.
“중국은 미국을 경쟁 상대가 아닌 중·미 협력 동반자 관계라고 줄곧 강조해 왔다. 중·미 관계의 핵심 요소를 경쟁 관계로 요약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을 주요 경쟁 상대로 인식하는 양상이 변하지 않고 있다. 북·러가 손을 잡아도 미국의 이러한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계속 중국에 '확대관할법'(미국 국내법을 해외까지 적용)을 이용해 무역 관계 등 중국과 북·러 사이 정상적인 국가 관계까지 압박하고 있다.”
-북·중 최고지도자의 왕래가 지난 5년간 없었다. 2019년 6월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찾았으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에 올 차례라는 지적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북한은 역사상 전례 없고,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는 엄격한 폐쇄 조치를 취했다. 현재 북한의 대외 왕래는 선택적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중·북 고위층의 상호 방문은 양국 관계를 이끄는 힘이 될 수 있다. 방문 순서 등 하찮은 문제에 집착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지난 5월 27일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공동성명 발표 다음 날 북한 외무성이 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언급된 것을 강하게 비난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비핵화도 포함돼 있다. 북한과 한국을 포함한 관련 나라들이 여러 차례 공동성명에서 확인한 원칙적 입장이다. 핵 확산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이롭지 않다. 중국의 입장과 주장은 지역의 이익과 발전, 평화 안정 수요에 부합한다. 개별 나라의 입맛에 따라 바뀌진 않는다.”
-북한 핵 개발과 북·러 동맹이 동북아 핵 도미노의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한국에서 제기된다.
“북·러 연대가 동북아 핵확산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동맹을 체결해도 핵 기술 이전이 없을 수 있다. 동맹이 아니더라도 핵 기술을 이전할 수도 있다. 다른 나라와의 동맹 체결은 국가 외교 주권에 속하는 일이다. 다만 어떤 영역에서든 핵 기술의 이전은 국제 핵 비확산 메커니즘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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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골짜기 나오는 출발점 섰다”
-지난 5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중, 서울 한·일·중 정상회의, 지난 18일 한·중 간 외교·안보 대화 등 최근 양국 간 대화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배치한 이후 중·한 관계는 곤경에 빠졌다가 2017년 양국이 사드 문제의 원만한 해결에 공감대를 형성한 뒤 호전을 이뤘다. 이후 한국 정부가 중·미 경쟁 속에서 대만과 남중국해 등 문제에 대해 부당한 입장을 표현하고 행동하면서 중·한 관계는 좌절을 맞게 됐다. 중·한 관계의 악화는 양국 이익과 맞지 않는다. 현재 양자 관계는 골짜기에서 나오는 출발점에 섰을 뿐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우호 여론이 많이 약해졌다. 중국도 한국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사드 사건은 중·한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 곡선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중국 국민의 한국에 대한 분노는 한·미가 사드 배치로 중국의 안보 이익에 손해를 끼쳤다는 데서 비롯된다. 한국 국민의 분노는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취한 제재 때문이다. 또 홍콩 문제, 대만해협 문제, 코로나19 방역 등 많은 사건의 영향과 일부 정치인과 언론의 선동으로 한국 국민의 대중국 호감도는 끊임없이 하락했다. 상호 혐오의 ‘뉴 노멀’로 양국 관계 발전이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됐다.”
-해법이 있을까.
“중·한 관계 회복을 좋게 평가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양국 수교 30여년 이래 중·한 관계가 양국 국민의 복지에 보탠 커다란 공헌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한국 내 대(對)일본 정서는 한국 지도자·정부·주류 언론이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지 비우호적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대 중국 정서도 마찬가지다. 개선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둥샹룽=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아·태 글로벌 전략연구원의 아·태정치연구실 주임. 최근 중국 학술계와 관영 매체 등에서 왕성하게 활약하는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다. 베이징대 역사학 박사로 『열국지 한국』(2005), 『한국 비상의 외부동력』(2005), 『남한: 기적 창조』(2009), 『한국인 마음속의 중국 이미지』(2012) 등의 저서와 100여 편 이상의 한반도 관련 논저가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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