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 대화 내용 유출, 누가·왜?…'읽씹 문자' 미스터리

김기정 2024. 7.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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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7ㆍ23 전당대회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누가, 어떤 의도로 공개했는지, 과연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그것 뿐인지 등 여러 의문이 커지고 있다.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통령 부인 사이의 대화 내용이 유출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지난 4일 해당 메시지를 공개한 CBS 간부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19일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한 후보에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몇 번이나 국민께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사과하라면 하고 더 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런 취지의 메시지를 한 후보에게 1월 15일부터 1월 25일까지 다섯 차례 보냈으나 모두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친윤계는 “김 여사가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충분히 전달했다”는 반면, 한 후보 측은 “사과 취지가 아니었다”며 의견이 엇갈린다.

김 여사가 한 후보에 메시지를 전달한 시점은 4ㆍ10총선을 석 달 앞두고 ‘김 여사 리스크’가 정치권 주요 이슈로 부상했던 시기였다. 김 여사가 메시지를 보낸 전후인 같은 달 17일 당시 김경율 비대위원은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거론하며 명품백 사건 관련 사과를 촉구했고, 이어 한 후보도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18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9일)라고 말했다.

이에 김 여사가 메시지를 보냈지만 한 후보가 답하지 않았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윤석열 대통령도 불쾌해 했다고 한다. “이전부터 쌓여온 한 후보에 대한 불신이 이 사태를 기점으로 폭발했다는 것”이 친윤계 의원의 설명이다. 특히 1월 21일엔 당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배석한 3자회동에서 한 후보에게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며 윤 대통령과 한 후보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이 여권에서 회자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당시 한 종편 채널은 1월 23일 관련 내용을 기사화했다. “비슷한 시기 한 친윤계 의원이 해당 메시지 전문을 주변 몇몇 의원에게 보여주면서 문자 읽씹 논란이 처음 퍼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당 주변에선 친윤 의원에게 김 여사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윤 대통령 아니냐는 말까지 떠돌았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해당 문자를 봤다는 이들 중엔 '윤 대통령이 친윤 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추론할 수 있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다"고 전했다. 또 공개되지 않은 메시지 내용 중엔 김 여사가 ‘천번 만번이라도 사과하겠다’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다만 해당 메시지를 의원들에게 보여줬다는 소문의 당사자는 “나도 원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전언 형태로 떠돌던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전당대회를 19일 앞둔 지난 4일이다. CBS의 한 논설위원은 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한 후보에 보낸 메시지를 재구성해 공개했다. 이를 두고 대화 당사자인 한 후보는 6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금 이 시점에 이런 얘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비정상적인 전당대회, 당무 개입으로 많은 분이 생각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와 가까운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밀한 문자가 공개된 것은 김 여사의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걸 누가 해킹을 해 빼내겠느냐”며 “이 모든 일이 폐족이 될 위험에 처한 세력이 김 여사를 꼬드겨 벌인 일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지난번엔 대통령실, 이번엔 아예 여사가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자의 내용에 관해선 한 후보 측의 해명이 맞는다. 이건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원희룡 후보는 7일 SNS에 “진 교수는 문제의 문자 원문을 보셨나. 보셨다면, 누구의 폰에 있는 것을 보신 건가”라고 되물었다.

메시지 관련 소문이 처음으로 돌았다는 지난 1월로부터 무려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누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 논란을 재점화하려 했는지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기정·윤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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