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철의 시시각각] 민주당의 탄핵 희화화
검찰을 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오랜 야당 시절 검찰이 야당 탄압에 앞장섰다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 정권을 잡은 뒤에도 고분고분하지 않은 검찰 때문에 난감했다. 그래서 집권하면 검찰 힘 빼는 일에 몰두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대놓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했다.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정파적 수사, 별건 수사, 강압 수사, 구속 만능주의, 피의사실 공표 등이다. 그렇다고 검찰이 뚜렷하게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법에 명시된 독점적 기소 권한을 행사했고, 법에 정해진 절차를 지켰다. 하지만 법의 잣대를 일부에만 선택적으로 들이대는 경우가 없지 않았고, 혐의가 나올 때까지 먼지를 터는 수사 방식도 지나칠 때가 많았다. 법으로 포장한 권한의 남용이다. 합법적인 권한 행사와 선택적 남용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충돌한 지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사건이다. 결론적으로 조 전 장관 측 비위가 분명해 그를 싸고도는 것으로 비친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해 정치적 심판을 받았다. 반면에 정권 교체 후 검찰이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에 대해서도 민심은 가혹하게 심판했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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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파적 수사라며 검찰 비판하더니
비판하던 검찰 행태 답습한 탄핵안
탄핵제도가 야당 정략 도구로 전락
」
탄핵소추권도 법에 정해진 국회의 권한이다. 소추권은 기소권과 비슷하고, 탄핵소추안은 일종의 공소장이다. 최근 민주당이 이 권한을 사용하는 행태를 보면 자신들이 비판해 온 검찰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된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는 모두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나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했다. 이들의 혐의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이들이 맡은 수사나 재판 진행의 힘을 빼는 게 목적이다. 정파적 수사에 버금가는 소추권의 남용이다.
국회에 제출한 탄핵소추안에는 많은 위법 사항이 담겼다지만, 하나같이 풍문이거나 일방적 주장, 언론 보도 수준이다. 이미 다른 사건 재판에서 사실로 인정받지 못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관련자들이 나서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밝힌 내용도 있다. 울산지검 ’대변 사건‘은 다른 사람 행동이라는 게 밝혀졌고, 검사가 피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허위 증언을 시켰다는 혐의도 피의자 본인이 꾸며낸 말이라고 부인했다. 탄핵 적절성을 넘어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명예훼손인데, 사과는커녕 당사자들을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한다. 국회 청문회는 방송으로 실시간 공개된다.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는 것과 마찬지다.
일각에서는 혐의 사실이 너무 부실해 공개된 청문회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면 오히려 민주당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불러서 호통만 치고, 모순을 지적하면 말을 끊고, 그래도 안 되면 복도로 내쫓아 벌주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강압수사와 다를 게 없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탄핵안을 의결하고 나면 곧바로 대상자들의 직무는 정지된다. 혐의가 부실하니 유죄(탄핵 결정)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일단 구속하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검찰의 관행과 닮았다.
탄핵은 사법과 정치가 해결할 수 없을 때 민의에 기대 사용하는 최후의 비상수단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탄핵안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위축시키거나 재판을 지연하려는 목적을 위해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쯤으로 전락했다. 결국 탄핵 제도 자체를 희화화한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했을 때 외국 언론의 반응은 경탄에 가까웠다. 워싱턴포스트는 “독재와는 구별되는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줬다"고 썼다. 앞으론 이런 반응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국회 다수파 야당의 권한 남용 수단으로 전락한 탄핵 권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 대신 ’국탄완박(국회 탄핵권 완전 박탈)‘이 더 급한 것 같다. 검찰의 과오는 이 논란 속에 또 묻힌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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