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AI 수업 활용, 거부할 수 없는 시대 흐름
챗GPT가 2022년 11월 처음 등장한 후 교실 풍경이 변하고 있다. 출시 초기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거나, 모르면서도 아는체한다거나, 심지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한다는 등의 비판은 이제 핵심이 아닌 기술적 수준의 문제가 되었다. 현장에서 체험하는 AI는 답변 속도와 정보의 양에 더해 이제는 소통 방식까지 진화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변화는 매초 매시간 그 모습을 달리한다. 문답을 주고받을수록 실시간 자기학습을 통해 진화한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매주 보내오는 패컬티라운지에서도 수업 중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혁신적 제안과 적용 사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기계가 아닌 ‘지능’이 가져다주는 당혹감은 여전하나, 대세는 공존과 활용이다. 최근 기사만 보더라도 학생들이 교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AI는 학생이 되어 AI에게 새롭고 창의적인 질문을 계속 던지는 역할 훈련, AI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4가지 전략, ‘인간다움’을 유지하면서 AI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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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량·집체형 교육은 지속 불가능
AI 활용, 학생 맞춤형 수업 가능
학생·교수·AI의 집단지성 활용을
」
유발 하라리는 지난해 초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AI가 인간을 통제하기 전에 인간이 AI를 통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 핵심 메시지 중 하나가 AI에 의한 ‘정치적’ 개념의 창조였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민주주의’ 개념에 비교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체제와 거버넌스 개념에 대해 내가 묻자 챗GPT는 세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데이터에 기반해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Datacracy’, 시민들의 요구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Flexistate’, 정책 대안들을 실시간 분석·조합하여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는 ‘Synthetocracy’다.
‘개념’은 파편화된 현상이나 관점을 일관된 특징에 기초하여 고도로 추상화시킬 때 가능하다. 인간과 AI 간 개념 창조를 위한 경쟁의 시대가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학생들에게 출제한 서술형 문제를 주고 답안을 작성해 보라고 하자 챗GPT는 스스로 평가 기준을 만들어 답을 쓰고 문항별 점수를 매긴다. 몇 점을 줄 것이냐고 묻자 92점을 매겼다. ‘무엇이 부족하여 만점이 아니냐’는 질문에 한국사회에 대한 맥락과 구체적인 사례가 부족했단다. ‘이를 보완하여 다시 정리하라’고 하자 순식간에 수정하더니 이제는 98점을 준다. 최상급 수준의 답이라는 자기 칭찬도 곁들였다.
교육에 있어 혁명적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과 인간의 감정이 공유되고, 칭찬과 격려, 질책과 훈육이 가능했던 어쩌면 가족 외 유일한 관계망이었던 교육 공간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기기에 최적화된 학생들은 맛집 검색하듯 인간이 축적해 온 지식을 키워드 몇 개 혹은 몇 개 문장으로 실시간 받아볼 수 있다. 교수들은 연구주제에서부터 통계처리에 이르기까지 24시간 지치지 않는 지식협력자를 두고 있다.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내용을 전달하던 교육은 패러다임 혁명이 요구된다. 무불통지에 일필휘지의 새로운 ‘지식기계종’이 인간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출간한 『그랜드 퀘스트』에서 장병탁 교수는 사람에게 쉬운 일은 기계가 잘하지 못하고, 사람에게 어려운 일은 상대적으로 잘한다는 것이 인공지능의 가능성이자 한계라고 진단하면서,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이전이 가능할 것이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열린 세계에 부합하는 교육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대량·집체형 교육이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인가. 수업 첫날 AI와 함께 개발한 학업능력시험을 통해 학생 개인의 수준을 파악하고, 개별 학생에 최적화된 맞춤형 교육을 언제 어디서나 가능토록 하고, 교수는 주기적으로 학습 향상 수준을 점검한다면 어떨까. 또 표준화된 교육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교육접근권을 높이고, 수업 참여의 민주성을 높여가며, 주어진 문제에 정답을 내지 못해 불안해하는 학생이 아닌 스스로 문제를 개발하고 창조하는 비판적 시민을 양성하는 공간이 된다면. 학생-교수-AI가 함께 만들어가는 집단지성의 공간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창용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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