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규의 달에서 화성까지] NASA의 우주탐사 기초연구·인력, 미국 대학서 키워진다
종착지는 수성이다. 수성 적도 지역은 섭씨 973도까지 치솟지만, 극점은 영하 193도로 곤두박질친다. 이들은 수성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메신저’를 보냈다. 수성 궤도에 탐사선을 투입하려면 어마어마한 태양 중력과 맞서야 한다. 고심 끝에 지구는 1회, 금성 2회, 수성을 3회 근접 비행하는 복잡한 궤적을 선택했다. ‘매리너 10호’(1975)에 이어 수성으로 간 두 번째 탐사선인 메신저는 2011년부터 5년간 수성을 공전하며 그 성분과 지질·자기장에 관한 자료를 전송했다. 최초로 수성 전면 지도를 완성했고, 수성 핵이 액체 철로 구성된 증거와 극지에서 물·얼음과 유기 분자를 찾는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태양계 안팎 탐사하는 우주탐사선들
이번엔 명왕성이다. 2006년 초, ‘뉴 호라이즌스’는 초속 16.26㎞로 발사돼, 당시까지 인간이 만든 비행체 중 최고 속도를 경신했다, 그리고 지구와 태양 중력권을 벗어나는 탈출궤도를 따라 항진했다. 목성을 지난 탐사선은 기기 점검을 빼고는 최대 절전모드를 유지했다. 이어 2015년 여름, 명왕성 표면 1만2500㎞ 상공을 지날 때는 지구~태양 거리의 34배만큼 떨어져 있었다. 뉴 호라이즌스는 명왕성이 속한 카이퍼 벨트 천체를 답사한 첫 임무로, 슬러시 같은 질소 얼음이 유빙처럼 흐르는 충격적인 장면을 전송했다. 지각 밑에서 얼음이 뿜어 나와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명왕성은 역동적인 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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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성·명왕성·태양 탐사 진행 중
113개 대학, NASA 연구 뒷받침
존스홉킨스 APL, 1만여 명 근무
한국은 인재도 교육기관도 부족
」
그런가 하면 지구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천체를 타격하는 실험도 했었다. ‘쌍소행성 궤도변경실험’(DART)이다. ‘다트’는 모성과 위성이 짝을 이뤄 공전하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그 충격으로 위성의 궤도가 얼마나 변했는지 평가하는 임무다. 2021년 겨울에 발사돼 이듬해 가을 계획했던 대로 위성과 충돌했으며 공전주기가 32분 단축됐다. 인위적인 충격으로 충돌을 막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쾌거였다.
파커 태양탐사선은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초속 195㎞로 태양을 스쳐 지나간다. 사람이 만든 비행체가 태양에 610만㎞까지 접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탐사선이 태양을 훑듯이 비행하면서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온도는 1400도! 열 차폐막, 즉 방패 뒤에 숨겨진 장비로 태양 외곽 대기인 코로나에 관한 궁금증을 푼다. 한 과학자는 “이 임무는 태양에 착륙하는 거나 다름없다”라며 “달 착륙처럼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ASA 임무 추진하는 존스홉킨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이 모든 게 미 항공우주국(NASA)이 한 일이라는 걸 눈치챘으리라. NASA 임무는 대학·연구소·민간기업에서 추진한다. 화성 로버는 주로 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달 정찰궤도선(LRO)은 NASA 고다드센터가 제작자다. 존스홉킨스대의 응용물리연구소(APL)는 NASA의 우주 임무를 통째로 맡고 있는 대학 부설 연구센터다. 이곳에선 민·군 연구를 함께 하고 있으며, 계약직을 포함, 1만2000명이 일한다.
한국 천문연구원 일행은 지난달 APL에 갔다. 민간 연구가 이뤄지는 남측 캠퍼스 200동 건물 천장에는 메신저와 뉴 호라이즌스, 다트, 파커 태양탐사선의 2분의 1 축소모형이 매달려 있었다. APL의 긍지가 느껴졌다. APL은 ‘성간지도 작성 가속 탐사선’(IMAP) 발사를 1년 앞두고 최종 점검을 하느라 분주했다. 대형 청정실 통유리 안으로 ‘아이맵’이 보였다. 은퇴를 앞둔 한 엔지니어가 말해준 아이맵 임무는 이렇다. 태양에서는 여러 입자가 쏟아져 나온다. 이른바 태양풍이다. 이게 태양계 밖까지 가면 성간물질과 충돌한다. 이렇게 거대한 거품, 즉 태양권이 생기는데 이것을 탐사하는 게 아이맵이다. 그 거품은 지구-태양 거리의 123배로 명왕성이 지구와 가까울 때보다 4배 더 멀다. 아이맵은 그 거품을 뚫고 들어온 태양계 밖 입자들과 먼지를 분석한다. 말 그대로 ‘인터스텔라 임무’다.
세계 유일 진공챔버 둔 대학
다음 목적지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이다. 이곳은 태양계 전체 위성 중에서도 대기가 있는 유일한 위성이다. 지름은 수성의 1.06배, 달의 1.48배다. 게다가 메탄 바다와 호수가 펼쳐져 있다. APL은 지구의 원시대기와 비슷한 그곳에 ‘드래곤플라이’라는 헬리콥터를 투입한다. 이 헬기는 세계 최초로 동력을 쓰는 완전 제어 비행과 수직이착륙(VTOL) 기능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타이탄 탐사를 벌인다. 드래곤플라이는 4년 뒤인 2028년 7월 발사돼, 2034년 목적지에 도착한다. 우리는 2층 상가건물만 한 진공챔버를 둘러봤다. 타이탄처럼 질소를 1.45기압으로 충전해 섭씨 영하 179도로 유지하는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시설이다. APL 사람들은 ‘중대한 도전에 중대한 기여를 한다’는 긍지로 일한다. 무엇보다도 사람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미국 국립과학원(NAS) 밑에 ‘대학우주연구협회’(USRA)라는 단체가 있다. 우주과학 연구와 우주기술에 관한 대학원 교육과정을 갖춘 113개 대학 연합체다. 이들 대학이 없다면 NASA는 달과 화성에 단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다. 기초연구와 함께 인력을 키워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달 궤도선의 과학장비와 우주망원경의 성능을 결정하고 제작, 분석하는 팀을 갖춘 곳은 다 합쳐도 다섯 군데가 안 된다. 잘 훈련된 사람은 턱없이 부족한데, 삶의 질에 가치를 두는 세대는 고민 끝에 외국행이나 다른 진로를 택한다. 애국심에 호소하던 시대는 갔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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