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흥어시 입어례 성어악)
2024. 7. 8. 01:51
살아있는 사람은 선악·희비 등 마음의 움직임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은 표정과 말로 드러낸다. 마음의 움직임을 자연의 질서에 맞춤으로써 사람 사이의 질서를 지키는 게 예(禮)이고, 예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평화가 곧 음악이다. 그래서 공자는 “시에서 사람의 마음을 일으키고, 예에서 사람답게 세우며, 음악에서 사람을 완성한다”라고 했다.
정(情)의 흥기가 곧 시심(詩心)인데 요즈음 사람들은 사회의 한 톱니바퀴로 살다 보니 시심을 가질 겨를이 없다. 시심이 동하지 않다 보니 감정이 더욱 메말라 예(禮)가 화석화(化石化)하고, 예가 화석화하다 보니 평화로운 고품격 노래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순후하지 못하고 ‘막 노는’ 느낌의 노래만 만연하는 경향이 짙다. 당말(唐末) 시인 두목(杜牧)의 “술 파는 여인들은 나라 망하는 줄도 모르고, 강 건너편에서 음란한 노래를 부르고 있네(商女不知亡國恨, 隔江猶唱後庭花)”라는 시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기우 때문일까?
중앙일보의 ‘시조백일장’과 ‘시조 외우기’ 경연이 시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에서는 성인가요가 얼씬 못하고 밝고 맑은 동요만 흘러나오기를 바란다. ‘가곡 부르기’ 운동으로 시와 예와 악을 동시에 살렸으면 좋겠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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