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명품 불패 신화는 영원할까

문수정,산업2부 2024. 7. 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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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이야기는 대체로 흥미롭다.

상상할 수 없는 범위의 재산, 돈 버는 법, 돈 쓰는 스케일, 큰돈을 거머쥐게 만든 가치관, 그들이 이겨낸 위기와 놓치지 않은 기회, 화려한 일상 등 무엇을 주제로 삼아도 관심을 끈다.

역사는 영원하고, 역사를 브랜드에 입힌 LVMH의 브랜딩은 '명품 불패 신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많은 이들에게 심어줬다.

그럼에도 LVMH의 '명품 불패'는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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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정 산업2부 차장


부자 이야기는 대체로 흥미롭다. 상상할 수 없는 범위의 재산, 돈 버는 법, 돈 쓰는 스케일, 큰돈을 거머쥐게 만든 가치관, 그들이 이겨낸 위기와 놓치지 않은 기회, 화려한 일상 등 무엇을 주제로 삼아도 관심을 끈다. 부자와 부자가 만나서 나누는 대화도 언제나 화젯거리다. 부자들끼리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몇 년 전 세계적인 두 부자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었다. 고(故) 스티브 잡스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회장이 대화의 주인공이다. 잡스는 미국 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애플의 창업자이고 아르노는 루이비통, 모에헤네시, 디올, 티파니, 태그호이어 등 75개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LVMH의 수장이다. 잡스와 아르노를 그저 ‘두 명의 부자’라고 단순화하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지만 돈 버는 법에 집중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202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알려진 두 사람의 대화는 이렇다. “30년 뒤에도 사람들이 아이폰을 쓸까요?”(아르노)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LVMH 브랜드의 제품들이) 30년 후에도 건재할까요?”(잡스) “모르긴 해도 사람들은 30년 뒤에도 변함없이 고급 샴페인에 취해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상품이 아니라 역사의 일부를 팔고 있으니까요.”(아르노)

이 대화가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이 아르노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가 말한 ‘고급 샴페인’은 LVMH의 주류 회사 모에헤네시의 대표 브랜드 ‘돔 페리뇽’을 떠올리게 한다. 돔 페리뇽은 17세기 프랑스 수도사가 만든 샴페인이다. 역사적 의미가 담긴 브랜드로 내세울 법하다. 역사는 영원하고, 역사를 브랜드에 입힌 LVMH의 브랜딩은 ‘명품 불패 신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많은 이들에게 심어줬다.

근사한 이야기다. 저런 가치관으로 경영을 하면, 브랜드를 역사에 접목시키면, 역사와 전통을 현대적으로 구현해내면 시대가 바뀌고 새로운 소비 집단이 등장해도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다.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역사를 파는 것’이라는 브랜딩은 시장에 적중했다. 아르노 회장은 포브스지가 선정한 ‘2023 억만장자’ 순위에서 2110억 달러(약 280조원)의 재산으로 1위에 올랐다.

LVMH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디올이 있다. 디올은 아르노 회장이 럭셔리 사업 결심하며 심혈을 기울여 인수한 브랜드다. 최근 그 디올에서 문제가 표출됐다. 노동 착취 사실이 이탈리아 밀라노 검찰 수사로 확인되면서다. 이탈리아의 디올 하청업체는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면서 심야와 휴일에도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중국이나 필리핀에서 온 불법체류자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위생도 보장되지 않은 곳에서 ‘명품백’을 만든 게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원가 공개도 이뤄졌다. 2600유로(약 385만원)에 판매되는 디올백의 제조 원가가 53유로(약 8만원)였다. 비윤리적 경영과 약 50배의 가격 뻥튀기는 소비자에게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겼다.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에는 디자인, 브랜딩, 마케팅 등의 비용도 포함되겠지만 ‘기능적인 존재로서의 가방’이 브랜드 로고를 붙이기 전 고작 8만원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그럼에도 LVMH의 ‘명품 불패’는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아르노 회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공식 발언도 하지 않았다. 대신 루이비통은 가격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지난 2월에 이어 지난 2일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졌다. 소비자는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다. 명품 불패 신화에 손을 들어주는 것도, 비윤리적인 기업을 손절하는 것도 소비자의 몫이다. 이런 선택들이 모여 또 다른 역사가 될 것이다.

문수정 산업2부 차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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