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고양이와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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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검은색 아기 고양이를 한 마리 입양했다.
장마철 빗속에서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를 친구가 구조했고 우리 집에서 키우기로 했다.
하루는 고양이가 졸려하기에 자장가를 불러주어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가 깨어나려 해서 다시 자장가를 불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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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검은색 아기 고양이를 한 마리 입양했다. 장마철 빗속에서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를 친구가 구조했고 우리 집에서 키우기로 했다. 바이러스와 결막염으로 얼굴이 엉망이고 온몸이 앙상했던 고양이는 병원 약을 먹고 며칠 쉬면서 밥 잘 먹고 잘 자더니 금세 통통하고 깨끗해졌다. 건강해진 아기 고양이의 체력은 인간이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양이는 하루 종일 집안 이곳저곳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다가 까무룩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나 질주하기를 반복했다. 아기 고양이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특히 이 친구는 키보드 소리를 너무 궁금해해서 타자치는 소리가 들리면 어디에서든 달려와 노트북을 할퀴고 물고 키보드 위로 걸어 다니고 난리가 났다. 주로 집에서 작업하는 나에게는 이 방해꾼을 어떻게 잘 달래서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내가 찾아낸 방법은 고양이와 열정적으로 놀아주고 체력을 소진시킨 뒤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력이 예민한 고양이는 금세 깨어나고는 했다. 하루는 고양이가 졸려하기에 자장가를 불러주어 보았다. 고양이는 금세 팔다리를 늘어뜨리더니 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가 깨어나려 해서 다시 자장가를 불러보았다. 고양이는 다시 깊은 잠에 들었다. 작은 소리에도 쉽게 깨어나는 모습만을 보아 왔기에 무척 신기했다.
아이가 없는 나로서는 자장가를 불러본 적이 처음이었다. 내가 부를 수 있는 자장가는 모두 엄마가 어린 시절 내게 불러줬던 것들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깊은 잠에 들게 하기 위해 누군가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가 구전돼 이어져 왔다는 사실은 아름다웠다. 자장가와 잠든 얼굴이 인류의 어린 시절을 이루고 있으며 우리는 자장가로 이어져 있다. 자장가의 가사는 모두 부드럽고 따뜻했다. 자장가의 울림 속에서 연약하게 잠든 모습을 보이며 자라왔을 인간들을 떠올리면서 잠든 고양이의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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