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지사 선거 고이케 웃었다…'포스트 기시다' 영향 주목
사실상 여야 대결 구도로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71)가 웃었다. 일본 NHK는 7일 치러진 선거 출구 조사 결과 고이케 현 도쿄도지사의 예상 득표율이 40%를 넘어 당선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6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성 최초 도쿄도지사에 취임했던 고이케 지사는 이번 당선이 확정되면 3선 지사 기록을 세우며 인구 1400만명, 일본 수도 도쿄도를 향후 4년간 더 이끌게 된다.
고이케 지사는 출구 조사 발표 직후 웃는 얼굴로 자신이 주도한 도민퍼스트회 색깔인 녹색 옷과 스카프를 두른 채 선거 캠프에 등장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2기 8년에 걸쳐 다양한 정책 목표의 약 90%를 추진, 달성했다”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지난 8년간의 실적을 평가받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고이케 지사는 어떤 정책을 가장 먼저 시작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방위와 재해”를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 누구든 살기 쉽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쿄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민당 추천을 받아 출마하진 않았지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지원 선언을 하면서 사실상 여당의 지원사격을 받아왔다.
TV 앵커 출신인 그는 국회의원과 환경상·방위상 등을 역임한 스타 여성 정치인이다. 2016년 7월 도쿄도 지사 선거에 자민당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저출산 대책, '고객 갑질' 방지 조례 추진 등으로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을 추모하는 행사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조선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는 56명이란 역대 최다 후보가 출마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올들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이 연패해자, 사실상 여야 대결 구도로 치러진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가 ‘자민당 시험대’란 평을 받기도 했다.
한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지원을 받으며 고이케 지사와 맞대결을 펼쳐 관심을 끌었던 입헌민주당 출신인 렌호(蓮舫·전 참의원·56)는 고이케 지사와 이시마루 신지(石丸伸二·41)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安芸高田)시 전 시장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이날 고이케 지사의 당선이 확실함에 따라 자민당 역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자민당은 지난해 말 불거진 정치자금 스캔들로 올해 들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입헌민주당에 연패해왔다.
지지율 추락으로 연임 가능성이 낮아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로서도 고이케의 승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오는 9월 자민당 내 총재 선거에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연임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로 인해 정치 자금 역풍이 진정되면서, 지지율 정체를 겪고 있는 기시다 총리로서는 앞으로 부분적으로 지지율을 다소 되돌릴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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