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스케이트 타고 휙휙 달리는 ‘美장’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4. 7.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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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투자는 미장, 단기 투자는 국장’ ‘국장 탈출은 지능 순’ ‘내가 서학개미가 된 이유’….

올해 상반기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7조3798억원을 순매도했다죠. 한국 증시를 떠난 이들이 향한 곳은 미국 증시입니다. 같은 기간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78억6760만달러(약 10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입니다. 그야말로 ‘머니 대이동’입니다.

‘국장 나와 미장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국장은 박스피에 갇힌 덕분에 수익률은 낮고, 툭하면 주가 조작에 신뢰도는 바닥이고, 물적분할 등 주가를 내리찍는 비상식적인 행태가 많은 데다, 이런 이유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단점은 많은데 장점은 별 게 없습니다. 양도소득세가 없다는 것 정도? 그마저도 금투세가 도입되면 애매해집니다. 반면 미장은 1위 기업과 혁신 기업이 즐비해 기대수익률이 높고, 실적에 따라 주가가 형성되는 등 시장이 예측 가능한 데다 상식적이어서 국장보다 훨씬 투자하기 쉽다는 게 정설입니다. 주식을 매매할 때 양도세가 22% 발생하지만, 그쯤이야 뭐, 미장에서 거두는 수익에 비하면 껌값?

그런 미장이 말입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빅테크를 중심으로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언입니다. 미 월가(街)에선 올해 상장 기업 자사주 매입 총액이 1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왔다나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일반적으로 주가는 ‘쑥’ 오르죠. 신발 끈 풀어져 불편하게 뒤뚱뒤뚱 뛰는 국장 옆에서 롤러스케이트 타고 휙휙 달리는 미장이 날개까지 단 격입니다. 이러니 국장 나와 미장 갈 수밖에요.

최근 투자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ETF에서도 국장 대신 미장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올 들어 개인 순매수 순위로 본 ETF는 1위부터 순서대로 ‘TIGER 미국S&P500(연초 이후 수익률 24.54%)’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1.81%)’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11.13%)’ ‘TIGER 미국나스닥100(27.52%)’ ‘TIGER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입니다. 주식형으로 카테고리를 좁히면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고요.

심지어 오래도록 ETF 1위 아성을 지켜온 삼성자산운용 점유율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미래에셋과 격차가 2%포인트대까지 좁혀진 이유로도 미장이 꼽힙니다. 개인 투자자 ETF 투자액만 떼어놓고 보면 오히려 미래에셋이 삼성을 앞서고 있다죠. 해외 주식 ETF 포트폴리오가 더 다양한 미래에셋으로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입니다.

집 나간 투자자를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윤석열정부가 ‘기업 밸류업’을 외치고 나선 것이 결국은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됐다는 한국 기업 주가를 높여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투자자를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를 짓누르는 이런저런 ‘디스-인센티브’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김소연 부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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