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검사' 헛짚은 이성윤…"이러니 묻지마 탄핵 말 나오지"
더불어민주당이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검사인 박상용 검사를 탄핵해야 한다며 적시한 첫 번째 사유는 이른바 ‘대변 의혹’이다. 민주당은 2일 당론으로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박 검사가 청사 내에서 음주를 한 뒤, 설사 형태의 대변을 싸고 화장실 세면대와 벽면에 발라 공용물손상죄를 범했다’고 적었다. 검사로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의혹을 처음 꺼내든 것은 서울 중앙지검장 출신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9년 1월 8일 오후 6시 울산지검에서 검사 30여 명이 모여 회식을 했는데, 다음 날 아침 민원인 대기실 바닥에 대변이 대량 발견됐다”며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검사는 쌍방울 수사기밀 유출 사건 수사 중에 엉뚱한 수사관을 압수수색 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받아 실명을 공개한 것은 민주당 최고위원 서영교 의원이다. 서 의원은 지난달 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보고서에서는 쌍방울이 주가조작을 위해 북한에 달러를 건넸다고 했는데 박 검사가 무리하게 이재명 전 대표의 방북 대가로 엮었다”고 비난하면서 “지난 법사위에서 (거론된) 그 주임검사 이름이 박상용 검사다. 박상용 검사 관련한 험한 이야기가 지난 법사위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아니라고 했다니까 제가 인식한 것으로 하고. 그럼 진실은 밝혀 봐야 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이 의원은 같은날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해당 내용을 또 얘기했고, 의혹은 일파만파 확산했다.
당시 박 검사 측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해당 의혹이 거짓이라고 전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묵살했다. 이성윤 의원의 법사위 발언 직후 해당 회식 자리에 동석했던 한 검사는 텔레그램으로 이 의원에게 “관련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지만 이 의원은 무시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변 소동'의 당사자로 지목되자 박 검사는 5일 이성윤‧서영교 의원 등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박 검사는 유튜브와 최고위원회의 등에서의 발언은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기에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 검사를 대리하는 권창범 변호사는“서영교 의원의 경우 장소가 국회일 뿐이지 직무상 발언이 아니다. 실명을 오픈할 정도면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장이 커지자 '대변 소동'을 키우던 의원들은 물러서는 모양새다.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이성윤 의원은 4일 기자와 만나 “(박 검사의) 실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박 검사를 "어떤 검사"로 지칭했다는 거다. 서영교 의원도 7일 통화에서 “당사자가 아니라고 했으니 진실을 밝혀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대변 소동을 “험한 이야기”라고만 언급했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했다는 점을 축소하고, 비위를 강조하려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무리하게 끌어다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니 ‘묻지마 탄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7일 “탄핵 근거가 빈약하다는 비판 여론에 '전 국민 제보를 받겠다'는 촌극까지 벌이고 있다”며 “이 전 대표 재판을 멈추기 위한 여론전이자, 자신을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직접 수사하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공무원을 망신주려는 목적으로 탄핵제도가 희화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탄핵이라는 것은 공무원에 대한 징계 중에서도 가장 중한 징계”라며 “사실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음주 추태 같은 부분을 굳이 적시한 것은 재판 지연 목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검사 탄핵안과 관련해 지난 2일 있었던 법사위 회부 표결에서 민주당 곽상언 의원이 기권표를 던져 강성 지지층의 맹공을 받고 있다. 곽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안 설명만 듣고 탄핵 찬반을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지만 이 전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민주당 곽상언이 아니라 국민의힘 곽상도인줄”, “당론을 어겼으니 스스로 원내부대표직을 내려놓아라”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친명계에서도 “확신이 없으면 법사위 조사에는 더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조상호 법률위 부위원장) 등의 지적이 나왔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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