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비와도 "배달해드릴게요"…편의점서 이걸 많이 시켰다
무더위와 장마가 본격화하면서 편의점과 기업형 수퍼마켓(SSM)이 '집 앞 배달'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편의점과 SSM은 '슬세권'이란 말이 나올 만큼 슬리퍼를 신은채로 부담없이 장을 보는 근거리 쇼핑채널이다. 하지만 궂은 날씨로 매장에 오기 꺼리는 고객이 있다면, 그 수요까지 확보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전략이다.
비오니까, 더우니까…“배달해 드릴게요”
장마철 고객 수요 확보에 발 빠르게 나선 곳은 GS리테일이다. GS리테일이 전국이 장마 영향권에 들어간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우리동네GS앱 등의 퀵커머스 일평균 매출을 분석한 결과, 비교적 화창했던 6월 한 달간 퀵커머스 일평균 매출보다 7월의 퀵커머스 일평균 매출이 49.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점 GS25의 매출은 43.8%가 늘었고, 수퍼 GS더프레시의 매출은 54.1% 올랐다.
GS25에서 장마철 최대 배달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상품은 식용유(452.5%), 소용량 채소(347.1%), 밀가루·부침가루(339%) 등 부침개 주재료였다. 우산 매출도 308.9%나 급증했다. GS25 관계자는 “갑자기 비가 내리면 편의점을 직접 찾기보다 1시간 내로 받아볼 수 있는 편의점 퀵커머스로 우산을 주문하는 이색 소비 수요가 유입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GS더프레시에는 궂은 날씨에 ‘집밥 수요’가 늘며 국산 과일(122.5%), 양곡(86.1%), 계란(85%) 주문이 많아졌고, 제습 용품(84.2%)도 배달로 받아보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무더위에 구매를 꺼릴 만한 무거운 상품을 골라 ‘무료 배달’을 내세운 곳도 있다. 롯데슈퍼는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무거운 상품’을 구매하면 구매 금액과 관계없이 무료로 배달하는 ‘하절기 무료 배달’을 실시한다. 수박 1통, 쌀 1포(4kg 이상), 화장지 1묶음(24롤 이상), 세탁세제류(3kg) 1개, 생수(300㎖*20개, 500㎖*20개, 2ℓ*6개 묶음)가 대상이다. 이 중 한 가지만 구매해도 매장 근방 500m 내에서 무료 배달이 가능하다. 지난해 하절기 무료배달을 도입했더니 매출과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 5%가량 늘었다는 것이 롯데슈퍼의 설명이다. 올해는 무료 배달 운영 점포 수를 지난해보다 약 10% 늘려 140여개 점에서 실시한다.
‘오세요’에 더해 ‘갈게요’로
그동안 편의점과 수퍼 등 근거리 유통채널은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에 주력해왔다. 편의점에 방문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반값택배’ 서비스나 특화 상품 개발 등으로 일단 매장을 자주 찾게 해 소비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배달 전략은 한 발 더 나간다. 오프라인 매장에 나올 수 없거나 구매를 망설이는 수요가 있다면 “찾아가겠다”는 전략으로 시장을 키우려는 노력이다. GS25 관계자는 “배달로 GS25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추후 오프라인에서도 GS25를 찾게 되는, 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촘촘한 오프라인 매장은 적은 비용으로 배달을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전국 1만8000개가 넘는 GS25와 GS더프레시 매장은 그 자체가 물류센터로 배달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였다. 롯데슈퍼는 기존에 배달 대행업체와 일정 규모의 배달 건수를 계약해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여름에 줄어든 배달 건수를 하절기 무료 배달로 채우는 개념이다. 추가 비용 없이 고객 편의성은 높이고, 무거운 상품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를 이끌어 매출 증대를 노린다는 것이 롯데슈퍼 측의 설명이다.
배달 강화로 ‘날씨 변수’ 관리
1인당 평균 주문금액을 비교해보면 배달 주문(1만8000원·7월 GS25 기준) 이 매장 방문 주문(7000원)보다 높은 점도 배달 강화 전략에 힘을 실어준다. 배달 고객 1명이 오프라인 고객 2.5명의 매출 효과를 내는 셈이라서다. GS25 관계자는 “비 오는 날 배달 5000원 상품권을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등의 프로모션으로 날씨로 인한 매출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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