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신기록 갈아치운 자동차 수출…변수는 '트럼프 리스크'
지난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자동차 수출이 올해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전기차의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차(HEV)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이 선전한 영향이다. 하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대미 차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액은 370억1000만 달러(약 51조166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출액이다. 지난해 상반기(356억5000만 달러)에 9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세운 데 이어, 올해 1년 만에 또 기록을 깼다.
특히 지역별로 대미(對美) 수출이 전년 대비 29.8% 늘어난 184억5000만 달러로 전체적인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상반기 전체 자동차 수출의 49.9%에 해당하는 비중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유럽연합(-30%), 중동(-18.7%), 중남미(-8.3%) 등 다른 지역은 역성장했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순수 전기차 수출은 전 세계적인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차(19.5%)와 내연기관차(7.2%) 수출이 많이 늘어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캐즘 영향과 저가형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 등 악재 속에서도 전기차 수출은 선방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국에 강점이 있는 하이브리드차 수출도 글로벌 수요 증가와 발맞춰 크게 성장했다”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자동차산업 상반기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연간 자동차 수출액을 전년 대비 5.4% 증가한 747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부품 산업까지 합치면 4.4% 증가한 980억 달러로, 1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금리 인하로 인한 유럽 시장 정상화 ▶하반기 신형 전기차 출시 ▶주요 시장에서의 SUV와 하이브리드차 선호 지속 등을 호재로 꼽았다.
다만 오는 11월 미 대선 결과가 향후 한국 자동차 수출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될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현행 정책 기조를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이 재집권한다면 전기차 확대로 비교적 전기차에서 경쟁우위를 보이는 한국 업체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수출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가진 대선 TV 토론회에서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도입하겠다’는 기존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장상식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 연료를 중시하고,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 중국 다음으로 한국과의 무역 구조에 대해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전기차에 대한 혜택은 대통령 행정 명령만으로도 줄어들 수 있으므로 전체적인 대미 친환경차 수출에 악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미 자동차 수출 의존도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실장은 “저가형 중국산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침투가 빨라지고 있고, 이에 대응해 유럽 시장도 점점 빗장을 닫는 상황”이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아세안·중동·인도·중남미·아프리카 등 신규 시장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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