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에 '제2연판장' 없던 일로... 한동훈측 "100장 만들어도 못 막아"
[곽우신 기자]
▲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서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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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까지 나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자들끼리의 설전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자제를 당부하고 나선 것이다. 역풍이 거세게 불자 당초 이날 오후로 예정되어 있었던 '한동훈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하지만 양측의 격렬한 공방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연일 쉬지 않고 날 선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상대를 저격하는 단어들이 쏟아졌다. 김건희 여사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두고 뒤늦게 불붙은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자회견 취소되고 박종진 선관위원 사퇴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제4차 전당대회 관련 당헌·당규 상 금지하는 선거운동이 행해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국민의힘 당규에는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라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및 반대 여부를 묻는 행위는 금지하고 선거운동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이는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줄 세우기' 등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원희룡 후보 캠프 측에 경고 사격을 한 셈이다.
이어 "또한 당내 화합을 위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나 캠프 관계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한동훈 후보 측에도 화살을 날렸다. 이들은 "총선 패배 이후 개최되는 이번 전당대회의 시대적 사명은 국민의힘의 개혁"이라며 "이 개혁에는 당의 굳건한 화합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는 제4차 전당대회 경선과정에서 당헌·당규를 위배하여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에는 중앙윤리위원회 제소 등 당헌·당규에 마련된 모든 제재 조치로 단호히 대응하겠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당의 전당대회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자칫 당 전체의 악재로 번질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오늘 오후 3시로 예정되었던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SBS 보도에 따르면, 당초 이번 '제2의 연판장'을 주도한 박종진 인천광역시 서구을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물의를 빚어 오늘 오후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한다"라며 선관위원직에서도 물러날 뜻을 밝혔다.
박종진 당협위원장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같은 인천에서 출마한 원희룡 당시 인천 계양을 후보와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선거관리위원회 소속임에도 '한동훈 후보 사퇴 촉구'에 연루됐다는 지적이 나오며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사실상 원희룡 후보의 선거를 도와주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 울산시당간담회 참석한 원희룡 후보 민의힘 원희룡 대표 후보가 7일 울산시 남구 울산광역시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7.7 [원희룡 후보 캠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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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원희룡 후보는 이번 사태와 본인은 연결고리가 없다는 취지로 항변하고 있다. 그는 이날 부산광역시 당원협의회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 기자들을 만나 "나도 보도를 통해서 알았다"라며 "그래서 '저희 캠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혹시 관련된 게 있으면 나한테 보고를 해라. 거기에 따라서 내가 지침을 내리겠다'라고 했는데, 조사해 본 결과 저희 캠프와 관련은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깥의 원외위원장들이 이 총선 참패의 책임을 놓고 부글부글하는 데서 일어나는 움직임들이 좀 조직화 양상으로 가려고 하는 그런 것들이 있다"라며 "제가 우리 캠프에 관련 있지도 않지만, 설사 마음적으로 지지하는 위원장들도 '그거는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되니 당의 화합을 위해서 안 되기 때문에 전면 중단하고 앞으로도 그런 시도 하지 말라'라고 이미 제 입장은 얘기를 했다"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이번 사태가 '제2의 연판장'으로 불리는 것도 경계했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초선 친윤계 국회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나경원 의원을 집단 공격,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저지했던 '연판장 사태'와 비교되는 데 거리를 둔 것이다.
그는 "'연판장 사태' 그 이름 자체가 프레임에 넣으려는 것"이라며 "1년 전엔가 2년 전인가 있었던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연판장 사태는 사실은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그런데 그때 연판장에 주동자들이 지금 특정 캠프의 핵심 멤버들이다. 실제 진짜 연판장 사태에 주동자를 했던 사람들이 지금 연판장으로 이걸 프레임을 짠다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힐난했다.
당시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던 인사들 중 일부가 현재 한동훈 후보 캠프를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장동혁 의원의 경우 아예 최고위원 후보로 나서며 한동훈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된 점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근거가 없는 그거야말로 정말 프레임을 조작하기 위한 악의적인 선동"이라며 "자숙하라"라고도 공격했다.
▲ 국민의힘 분당 당원조직대회 찾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청에서 열린 분당갑 당원조직대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7 [한동훈 캠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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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캠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마이크를 잡고 "연판장 1장이 아니라 100장을 만들어도 미래로 나아가려는 당원 동지와 국민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대변인은 "지금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지는 구태와 정치적 논란은 오히려, 왜 우리 국민의힘이 변화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라며 "당 대표가 되기 위해선, 한 때 '동지'를 자처했던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있지도 않은 대통령의 마음을 파는 '윤심 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있지도 않았고, 있지도 않을 배신을 운운하며 당원들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라며 "이런 행태가 이번 전당대회의 판을 바꿔보려는 특정 후보 의중이 담기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상대 후보 측의 '배신자' 프레임을 비난한 셈이다.
특히 "당 대표에 도전하는 4명의 후보들은 당원과 국민 앞에 '미래를 위한 공정 경선'을 서약했다"라며 "서약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같은 당 후보에게 인신공격에 가까운 흑색선전을 일삼고 카메라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식적인 웃음을 파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정치 베테랑'의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권력을 등에 없고 호가호위하며 힘없는 원외위원장을 줄세울 것이 아니라 우리 당의 비전과 미래를 함께 논의하자"라며 "이기는 정당은 당내에서 줄 세우고, 개인적 친소 관계로 민심을 외면할 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민심에 부응하고 변화할 때만 비로소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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