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많은 대단지 특혜"…'잡음' 커지는 분당 선도지구 공모
지난 6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안말초등학교에서는 이매촌 한신·동신·금강·동부(1·2·3·5단지)의 통합 재건축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주민 5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이곳은 성남역·서현역·이매역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분당 내에서도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단지로 손꼽는다. 이날 참석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선도지구 공모지침이었다. 일부 주민은 관련해서 성남시의 행정에 대해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이번 성남시의 공모 기준이 국토교통부의 가이드라인(5월 22일 발표)과 달리 적용돼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5일 성남시는 선도지구 공모지침을 발표했는데, 배점이 가장 큰 주민동의율(100점 중 60점) 산정에 있어 아파트와 토지를 공유하는 상가 소유주의 동의 여부를 제외했다. 평촌·중동·일산·산본 등 다른 1기 신도시가 국토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가도 주민동의율 산정에 포함하기로 한 것과는 다른 결정이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윤모 재건축(이매촌 한신·동신·금강·동부 통합) 추진준비위원장은 “이미 상가소유주(62명) 100%의 사전 동의를 받았다”며 “당연히 포함해야 할 상가 동의를 뺀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또 국토부안(10점)과 달리 통합 정비 참여 가구 수의 배점을 15점으로 늘리고, 참여 단지 수 배점은 10점(국토부안)에서 4점으로 줄였다. 주민 최모씨는 “4개 단지 2496가구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데, 참여 단지 수 배점이 10점(4개 단지 이상 만점)에서 4점으로 줄면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가 최대 1만2000가구를 뽑는 분당을 중심으로 과열되고 있다. 특히 상가 동의 여부를 제외하고 통합 재건축 참여 가구 수 배점을 늘린 것에 대해 분당 내 여러 단지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상가가 많은 대단지에 특혜를 주기 위해 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특히 단지 내 상가 비율이 10%를 넘는 일부 대단지에 유리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가 소유주가 많을수록 재건축 동의율을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다.
지난달 29일 열린 성남시의 선도지구 공모지침 설명회에서는 주민들이 ‘일부 단지만을 위한 졸속 정책, 성남시는 각성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분당신도시 내 52개 아파트 단지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분당재건축연합회도 “주민동의율 산정에 상가 동의율을 제외한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기준”이라고 성명을 냈다.
최근 성남시는 민원이 빗발치자 “상가 동의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재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인 박종각 의원은 최근 민원인들의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쪽에서는 "공모 기준을 바꿔라" 또 다른 쪽에서는 "그대로 둬라" 요구해서다. 박 의원은 “기준을 또 바꾸면 반발 강도는 더 세질 수 있다”며 “성남시도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사업성의 판단 기준이 되는 용적률, 공공 기여율, 공공기여 방식 등을 먼저 설명하지 않는 데에 대한 불만도 크다. 이매촌 주민 박모씨는 “분담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도 모르는 데 재건축 동의부터 하라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이 진행될수록 주민 이견을 조율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중심을 잡아야 할 지자체가 오히려 주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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