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 타보자"…美 4성 장군 네 명이 한국 상륙함 찾은 까닭
미국 해군이 주도하는 다국적 해양 훈련 '환태평양 훈련(RIMPAC·림팩)'은 미 우방국들이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목적이 있지만, 전세계 해군들이 한 데 모여 교류하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각국의 해군력과 국력을 은근히 과시하는 자리기도 하다.
대표적인 게 '함상 리셉션(함정 개방 행사)'이다. 진주만에 정박해 있는 자국 함들을 림팩 참가국 군인들에게 개방하고, 일부 교민들을 초청해 각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을 알리는 행사다.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의 4900t급 차기 상륙함 천자봉함에서 열린 한국 함상 리셉션에는 미군 대장(4성 장군)이 네 명이 연달아 방문했다고 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새뮤얼 파파로 인태 사령관,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스티븐 쾰러 미 태평양함대사령관, 케빈 슈나이더 태평양공군사령관 등이었다. 일본을 비롯한 타국 함정들엔 4성 장군이 한 두명씩만 방문했는데, 대장이 네 명이나 한국 함정을 찾았다는 걸 두고 "그만큼 미측의 관심사가 크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해석이 퍼졌다.
입소문을 타면서 인도, 싱가포르 등에서도 "한국 함정을 타보자"는 얘기가 돌았다는 것이 해군의 설명이다. 그로 인해 통상 리셉션에는 250~350명 가량이 방문하는데, 한국 리셉션에는 500여명이 몰렸다. 특히 하와이에 거주하는 생존 6·25 참전 용사가 리셉션에 참석한 일도 화제가 됐다. 해군 관계자는 "'오늘날 한국이 이런 국력을 갖게된 것도 당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면서 "이를 높이 평가한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해군 림팩 전대를 이끌고 있는 문종화 대령이 "림팩은 한국군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한다"면서 "2026년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 도전에 이어 2028년엔 림팩 연합기동부대 부사령관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 올해 림팩에서 림팩의 지휘부라고 할 수 있는 연합해군구성군사 부사령관으로 진입했다. 림팩 지휘부 구성을 뜯어보면, 해군의 이 목표치가 허황된 것만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일본은 역대 림팩에서 미국의 ‘고정 파트너’ 자리를 지켜왔다. 림팩을 총지휘하는 연합기동부대 사령관은 보통 미 3함대사령관(올해는 존 웨이드 중장)이 맡고, 연합기동부대 차석 사령관(vice CCTF)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맡아왔다. 올해는 요코타 가즈시 해장보(海将補·소장에 해당)가 이 자리에 있다. 일본의 국력과 림팩 기여도 등을 종합한 배려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전쟁 포기 등이 포함된 '평화 헌법'으로 인해 다국적군의 전투 지휘를 담당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호(HADR)' 역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전투 지휘는 연합기동부대 사령관과 그를 보좌하는 연합기동부대 부사령관(deputy CCTF) 라인으로 이어지는데, 부사령관은 직제상 일본 측이 맡는 차석 사령관보다는 낮다.
이 때문에 한국이 ‘2026년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2028년 연합기동부대 부사령관’을 목표로 한다는 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해군은 보고 있다. 한국이 올해 림팩에서 미국 다음으로 전력과 인력을 많이 파견하는 등 기여도도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진주만=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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