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월 몰아 쉬자는 '빨간 날'…직장인 반기는데, 경제 득될까
직장인이라면 ‘빨간 날’을 반기는 마음은 매한가지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대체 공휴일을 늘리는 내용이 유독 관심을 끈 이유다. 다만 휴일 확대에 대한 경제 효과 분석은 엇갈린다. 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근로자와 양극화 문제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역동경제 로드맵을 공개하며 공휴일을 특정 날짜가 아닌 ‘요일제’로 개편하는 내용의 휴일제 개편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어린이날·현충일같이 특정 날짜의 의미가 크지 않은 공휴일을 월·금요일로 지정해 자연스럽게 ‘황금연휴’로 만드는 식이다. 2025년까지 경제 효과 등 연구 용역을 진행한 뒤 2026년 이후 추진할 계획이다. 실현까지 한참 남았지만, 직장인 관심사라 화제를 모았다.
정부가 노리는 건 직장인 민심뿐 아니라 연휴 소비 증가에 따른 경제 효과다. 대체 공휴일의 경제 효과에 관한 분석은 많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펴낸 ‘8·17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당시 광복절 주말 직후 월요일(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결과 ▶전체 인구 절반인 2500만 명이 쉬고 ▶1인당 평균 8만3690원씩 더 쓴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 소비 지출 증가액이 2조900억원이라고 집계했다.
보고서는 흔히 말하는 ‘내수 진작’ 효과가 4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숙박업 1조800억원 ▶운송서비스업 1조500억원 ▶음식업 1조5500억원 ▶오락·문화서비스업 5200억원이다. 공휴일에 외식이나 여행에 나서는 사람이 많을수록 혜택을 받는 업종이다. 권태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도 경기 불황 때 내수와 일자리를 위해 공휴일을 늘린다”며 “관광·쇼핑으로 소비가 직접 늘어나는 부분만이 아니라 휴식에 따라 올라갈 노동 생산성, 사회적 편익 같은 무형의 가치까지 고려하면 경제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장인이 아닌 사업주나 자영업자 입장에선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휴일을 늘리면 산업 현장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수 업종이 아닌 제조업의 경우 휴일에 공장을 돌리지 못할수록 손해여서다. 앞서 경총은 2013년 공휴일에 공장을 돌리지 못하면 28조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는 휴일에 일할 때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휴일 일하는 근로자에게 휴일근무수당(통상임금의 150%)을 줘야 해서다. 휴일 매출이 나오더라도 직원에게 줘야 할 수당이 더 많이 늘어날 경우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대기업·공무원과 달리 휴일에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중소기업·비정규직과 양극화도 문제다. 근로기준법상 휴가·휴일 규정을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로 두고 있어서다. 이들 소규모 사업장은 휴일근무수당 지급 의무 대상에서도 빠져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휴일에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업종도 있지만 반대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을 차감한 순수 경제 효과까지 차분하게 따져야 한다”며 “현재는 내수가 워낙 침체한 상황이라 대체 공휴일 확대에 따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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