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씹' 논란에 연판장 재소환... 한동훈 "취소말고 그냥 하라" 직격

곽우신 2024. 7. 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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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요구 움직임에도 정면돌파 시사... 용산까지 나서며 친윤 vs. 친한 총력전

[곽우신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여론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 취소하지 마시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기 바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본인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겠다는 의향을 텔레그램 메시지로 보냈으나,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무시했다는 소위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았다)' 논란이 연일 여당 정치판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관련 기사: 한동훈,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배신자론 확산 효과?).

급기야 지난 전당대회 때 등장했던 '연판장'마저 다시 언급되고 있다. 과거 나경원 의원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친윤계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집단 행동에 들어갔던 연판장 사태가 재현될 기미가 감지된 것.

앞서 <한국경제>는 "국민의힘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한 후보의 사퇴 동의 여부를 묻는 전화를 일부 원외 인사들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보도했고, <국민일보>는 이어 "일부 원외 인사의 '한동훈 사퇴 기자회견' 움직임에 대해 '제2의 연판장은 다 죽는 길'이라는 등의 반발이 쏟아져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친윤(석열) vs. 친한(동훈)' 구도로 양 진영의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동훈 "연판장 취소 말고 지난번처럼 하라"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7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면 돌파'를 시사했다.

한 후보는 "선거관리위원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들이 제가 사적 통로가 아니라 공적으로 사과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연판장을 돌려 오늘(7일) 오후 후보 사퇴요구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예스(Yes)냐, 노(No)냐' 묻는 협박성 전화도 돌렸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같은 이유로 윤리위(원회)를 통해 저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얘기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론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 취소하지 마시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기 바란다"라며 "국민들과 당원 동지들께서 똑똑히 보시게 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논란과 타 후보들의 공세에도 본인의 지지 여론이 우세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오히려 "제가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라며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과 함께 변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전날 그는 이번 사태를 "당무 개입이자 전당대회 개입"으로 규정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이건 전당대회 개입" 한동훈의 반격, 주체는 생략). 김 여사가 보낸 문자 내용이 '사과'가 아니라 오히려 '사과하기가 어렵다'라는 쪽이었다며 적극 반격했다.

[친한] 배현진 "아둔한 자해극" 진중권 "한동훈 해명 맞다"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배현진 국회의원은 지난 6일 "공당의 정무 결정이 대통령 부인이 개인 전화로 보낸 문자 등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국민들이 상상하게끔 어리석은 장을 함부로 펼쳤다"라며 "이 후과를 누가 과연 감당하게 되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영부인의 거취는 1차로 대통령실에서, 당의 관련한 사안이라도 대통령실을 통해서 당 중앙과 협의되는 것이 국민 상식"이라며 "대통령실과 공당은 사인 간의 친목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가 영부인까지 마구잡이로 위험한 비방전에 소환하며 아둔한 자해극을 벌이는가?"라고 직격했다. "한 언론인의 입 뒤에 숨어 소설과 중상모략, 대책도 없는 견강부회로 전당대회를 퇴보시키는 무책임한 전략은 거둬주길 바란다"라고도 힐난했다.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 역시 같은 날 "대통령실의 공적 입장은 확고한 '사과 거부'인데, 문자를 통한 여사의 사적 입장은 사과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애매모호하니, 뭐라고 대답하기 곤란해 그냥 씹어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모든 일이 폐족이 될 위험에 처한 세력이 김건희 여사를 꼬드겨 벌인 일이라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며 "지난번에는 대통령실, 이번엔 아예 여사가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자의 내용에 관해서는 한동훈 위원장 측의 해명이 맞다. 이건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이라며 "원희룡과 그 배후가 당시의 상황과 문자의 내용을 교묘히 왜곡해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친윤계를 직격했다.

[친윤] 원희룡 "한동훈, 대통령 흔드는 해당행위" 용산 "일체 개입 안 했다"
 
  국민의힘 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반대 쪽은 원희룡 후보를 중심으로 친윤계 주류와 용산 대통령실까지 뭉치는 모양새다. 이날 한 후보를 향해 일제히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원 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에 대한 배신에 대한 질문에 '자신이 배신하지 않을 대상은 국민뿐'이라고 대답한 한동훈 후보가, 이번에는 김건희 여사의 문자 논란을 '전당대회 개입'으로 몰아가고 있다"라며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라고 '배신자 프레임'을 재차 내세웠다.

그는 "그럴수록 한동훈 후보에게 당 대표를 맡기면 안 된다는 확신만 확산될 뿐"이라며 "문자 논란 자체보다도 그걸 다루는 한동훈 후보 측의 태도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게 된 이상 문자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오해와 논쟁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이런 분이 당 대표가 되면 당과 대통령과의 관계는 회복 불능이 되고 당은 사분오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우리는 민주당의 탄핵 공세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날을 세웠다. 결국 "지금이라도 한동훈 후보가 문자를 공개해서 진실을 밝히거나, 아니면 사과하고 이 논란을 마무리하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지적이었다.

용산 대통령실은 이날 기자들에게 공지를 통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나 운동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십사 각별히 당부드린다"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나는 당원과 국민들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나경원 "패배 브라더스의 진풍경", 윤상현 "두 후보 모두 책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서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
ⓒ 유성호
 

이를 바라보는 다른 두 후보들은 '양비론'을 펼치고 있다. 연판장 사태의 피해자였던 나경원 후보는 "이래서 그들은 총선을 졌던 것"이라며 "어설프게 공식-비공식 따지다 우리 당원과 국민, 총선 후보가 그토록 바랐던 김건희 여사 사과의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라고 꼬집었다.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이 와중에 지긋지긋한 줄 세우기나 하면서 오히려 역풍이나 불게 만드는 무모한 아바타"라고 원희룡 후보도 저격했다. "패배 브라더스의 진풍경"이라며, 지난 총선을 지휘했으나 패배한 한 후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잡겠다며 출마했지만 큰 표차로 진 원희룡 후보 모두를 비판했다.

윤상현 후보 또한 "전당대회에 또 다시 대통령실을 끌어들이고 있다"라며 "한 후보는 당정갈등을 재점화하는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 또 다시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면 당과 대통령 관계는 끝"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제가 거듭 이번 전당대회를 '한동훈 대 원희룡 구도로 치르면 안 된다'고 경고한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솔직히 두 후보 모두 당이 이 지경이 된 데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신 "저는 당 대표가 되기 위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적도 없고, 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한 적도 없다"라며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유불리를 계산한 적도 없다"라며 스스로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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