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리그 우승 선사한 마틴 아담과 울산의 '아름다운 이별'
[곽성호 기자]
▲ 지난 2022시즌 울산 HD에 리그 우승을 선사했던 마틴 아담 |
ⓒ 한국프로축구연맹 |
"계약 중에 선수를 이적료 없이 보내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마틴 아담이 우리 팀에 해줬던 거에 비하면 충분히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시즌 중반 팀을 떠나는 '헝가리 폭격기' 마틴 아담에 고마움을 표했다.
울산 HD는 리그 21라운드 종료 기준, 11승 6무 4패 승점 39점으로 리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 3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울산은 최근 선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며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영원한 '숙적' 전북 현대가 최하위로 추락한 가운데 김천 상무, 포항 스틸러스, 강원으로 이어지는 매서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은 선발과 로테이션으로 활약을 보여준 마틴 아담와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본격적으로 리그 우승에 도전한 2019년부터 2021시즌까지 울산의 결말은 늘 참혹했다. 시즌 초반 연전연승으로 선두 자리를 차지하며 우승에 대한 희망을 키워갔지만, 후반기 전북의 강력한 뒷심에 밀리며 '만년' 준우승팀에 그쳐야만 했다.
강력한 독기를 품고 시작했던 2022시즌도 흐름은 비슷했다. 시즌 초반 연승 행진을 질주하며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켰던 울산은 여름이 들어서자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6월 A매치 직후 홈에서 전북에 1-3으로 패배한 것을 시작, 19라운드에서는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0-2로 무릎을 꿇었다.
설상가상 정규 라운드 종료를 앞두고 성남-포항에 연이어 발목을 잡힌 울산은 전북의 추격을 허용하며 리그 우승 트로피를 또 헌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당시 2위를 달리던 전북과의 승점 차는 단 5점. 35라운드 홈에서 리그 우승을 걸고 전북과 운명의 맞대결을 펼쳤던 울산은 전반 초반 전북 바로우에 실점하며 끌려갔다.
후반 종료 직전까지 0-1로 끌려가며 패배의 향수가 짙게 나오던 순간, 울산을 구한 헝가리 '히어로'의 극장 멀티 골이 터지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바로 여름 이적 시장에 팀에 합류해 미친 듯한 골 폭격을 이어가고 있던 마틴 아담이 해결사로 나타난 것이었다. 아담은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 득점과 완벽한 헤더 슈팅으로 멀티 득점에 성공, 역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결국 전북과의 승점 차를 8점으로 벌린 울산은 아담의 활약에 힘입어 17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아담은 2022시즌 여름 팀에 합류해 리그 14경기 9골 4도움으로 동력이 떨어졌던 후반기에 완벽한 활력소가 됐고 절체절명의 순간 멀티 득점으로 활약하며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환호와 기쁨을 선사했다.
이듬해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공격 포인트는 줄었으나 주민규와의 환상적인 호흡과 선의의 경쟁을 이어갔고 리그 30경기에 나와 5골 4도움을 기록하며 울산의 리그 2연패를 도왔다. 이번 시즌에도 리그 10경기에 나와 3골을 올린 아담은 울산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헝가리 국가대표팀에 소집, 유로 2024 본선 무대를 소화하며 주가를 올렸다.
유로 대회 종료 후 아담은 유럽에서의 남은 선수 생활을 보내길 원했다. 울산 역시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바라고 있는 아담의 의견을 존중했고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아담의 공을 높게 평가해 자유 계약으로 풀어주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홍 감독은 더 오랜 시간 같이 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행선지가 어딜지 모르지만, 행운을 빈다"라고 답하며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울산과 이별한 아담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며 감동을 줬다. 지난 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1 2024' 21라운드 수원FC와의 경기 종료 후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낸 아담은 "이런 순간들은(이별) 항상 어렵다.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울산에서의 커리어는 끝나지만, 항상 응원 해주시는 거 잊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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