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안 싸도 된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승부차기로 4강 진출
[박시인 기자]
▲ 7일(한국시각) 독일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스위스의 유로 2024 8강전에서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이 승부차기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
ⓒ 로이터=연합뉴스 |
대회 시작부터 경기력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짐을 싸지 않은 채 살아남았다.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사상 첫 유로 우승까지 두 걸음만을 남겨두게 됐다.
잉글랜드는 7일(한국시간) 오전 1시 독일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유로(유럽선수권대회) 2024 8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4강에 오른 잉글랜드는 네덜란드-튀르키예 승자와 4강전에서 맞붙는다.
지지부진한 90분 공방전
잉글랜드는 3-4-2-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은 해리 케인이 나서고, 2선 좌우에는 주드 벨링엄-필 포든이 자리했다. 중원은 키어런 트리피어-데클란 라이스-코비 마이누-부카요 사카, 수비는 에즈리 콘사-존 스톤스-카일 워커, 골문은 조던 픽포드가 지켰다.
스위스도 3-4-2-1 포메이션이었다. 전방에 브릴 엠볼로, 좌우에 루벤 바르가스-파비안 리더가 나섰다. 미드필드는 미셸 애비셔-그라니트 자카-레모 프로일러-단 은도이로 구성됐다. 수비는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마누엘 아칸지-파비안 셰어, 골문은 얀 조머가 지켰다.
두 팀 모두 라인을 올리고 1차 전진 압박을 가했다. 스위스는 후방에서 매끄럽게 빌드업으로 풀어나오며 잉글랜드 진영으로 접근했다. 전반 10분을 넘어서며 잉글랜드가 점유율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스위스는 빠르게 수비로 전환하며 두터운 층을 형성했고, 잉글랜드는 공간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답답한 나머지 벨링엄과 포든이 내려와서 공을 터치하는 횟수가 늘었다. 무딘 창으로 단단한 방패를 뚫는 것은 쉽지 않았다. 눈에 띄는 슈팅 기회를 찾아보기 어려운 전반전이었다.
후반 5분 자카, 프로일러를 거쳐 엠볼로가 박스 안에서 돌아서며 시도한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잉글랜드는 후반 들어 슈팅 기회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며 졸전을 펼쳤다.
스위스는 후반 19분 리더, 바르가스 대신 스티븐 추버, 실반 비드머를 교체 투입했다. 비드머가 오른쪽 윙백에 자리하고, 은도이가 윙포워드로 전진 배치됐다. 후반 20분 아크 정면에서 애비셔의 하프 발리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들어 주도권을 쥐어나간 스위스는 후반 30분 승부의 균형추를 깼다. 공격으로 올라선 셰어가 전진 패스를 찔러 넣었고, 오른쪽에서 은도이가 낮게 크로스했다. 스톤스 발에 맞고 미세하게 굴절되며 문전으로 향한 공을 쇄도하던 엠볼로가 밀어넣었다.
다급해진 잉글랜드는 후반 33분 콘사, 트리피어, 마이누 대신 콜 파머, 에베레치 에제, 루크 쇼를 한꺼번에 투입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벨링엄을 중앙 미드필더로 한 칸을 내렸고, 좌우 윙백으로 에제와 사카를 배치했다. 2선 좌우에는 파머와 포든이 포진하는 형태였다.
이대로 무너질 잉글랜드가 아니었다. 후반 35분 라이스의 패스를 받은 사카가 페널티 박스 오른쪽 모서리 바깥에서 중앙으로 접어놓은 뒤 왼발 중거리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90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픽포드 선방' 잉글랜드, 승부차기서 승리
연장 전반 4분 라이스의 중거리 슈팅을 조머 골키퍼가 몸을 날려 멋지게 선방했다. 스위스는 연장 전반 8분 은도이를 불러들이고 데니스 자카리아를 넣었다. 중앙 미드필더인 자카리아를 오른쪽에 포진하는 다소 수비 지향적인 교체였다. 연장 전반 11분 벨링엄의 유효 슈팅은 조머 골키퍼가 잡아냈다.
잉글랜드는 연장 후반 4분 케인 대신 아이반 토니, 스위스는 제르단 샤키리를 투입했다. 연장 후반 10분에는 포든을 빼고,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를 넣었다.
스위스는 샤키리를 앞세워 몇 차례 예리한 공격력을 뽐냈다. 연장 후반 11분 샤키리가 오른쪽에서 기습적인 코너킥 슈팅을 시도해 골대 모서리를 강타했다. 연장 후반 13분 스위스는 애비셔, 프로일러를 불러들이고, 제키 암도우니와 빈센트 시에로를 들여보냈다. 곧바로 샤키리의 패스를 받은 암도우니의 슈팅이 픽포드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아쉽게 득점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연장에서도 헛심을 거듭한 두 팀은 승부차기로 들어갔다. 잉글랜드는 5명이 모두 성공시킨 반면 스위스는 1번 키커 아칸지의 슈팅이 픽포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결국 잉글랜드가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연이은 졸전' 잉글랜드, 2경기 연속 연장 승부 끝에 생존
잉글랜드는 프랑스와 더불어 유로 2024 개막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게 무색할만큼 최악의 졸전으로 실망감을 주고 있다. 답답한 빌드업, 공격에서의 창의성 부족, 선수 조합 등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조별리그를 1승 2무, 2득점으로 통과한 잉글랜드는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벨링엄의 극적인 동점골, 연장 전반 케인의 역전 결승골로 간신히 8강에 올랐다. 팀워크는 커녕 선수 개인의 역량으로 버티는 모습이 역력했다.
스위스는 이번 유로 2024에서 우승후보 독일, 스페인 등을 제외한 국가들 중에서 가장 조직력이 뛰어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안정된 수비 조직력은 물론이고, 세련된 빌드업과 적정한 간격 유지, 전방 압박 전술, 선수 운용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는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압도하며 2-0 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이날 잉글랜드 선발 라인업의 변화 폭은 크지 않았다. 경고 누적으로 빠진 마크 게히 대신 콘사가 대신했으며, 스리백 변화가 특징이었다. 좌우 윙백에 트리피어와 사카를 놓고, 앞선 경기들에서 줄곧 2선 왼쪽에서만 뛰었던 포든은 이날 처음으로 본 포지션인 오른쪽에 포진했다.
전반은 잉글랜드, 후반은 스위스가 좀 더 앞서는 경기 흐름이었다. 전체적으로 지지부진했다. 공격에서의 날카로움은 결여된 채 답답함을 보였다. 스위스가 후반 30분 선제골을 만들었지만 잉글랜드도 5분 뒤 곧바로 사카의 동점골로 따라붙으며 기사회생했다.
4강 티켓은 승부차기에서 갈렸다. 픽포드 골키퍼의 한 차례 선방과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특히 사카는 유로 승부차기에서 서사가 있다. 지난 유로 2020 결승전에서 19살의 어린 나이에 5번 키커라는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축한 바 있다. 사상 최초로 결승에 오른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에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허자먼 사카는 이번 스위스전에서 3번 키커로 나서며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앞서 후반 40분팀을 구해내는 동점골까지 기록하며 4강 진출에 기여했다.
잉글랜드는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올랐지만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었다. 5경기 동안 90분 기준으로 첫 경기 세르비아전 승리가 전부다. 이후 4경기에서는 전부 90분 안에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토너먼트 들어서며 2경기 연속 연장 승부를 벌인 만큼 향후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유로 2024 8강전]
잉글랜드 1 - 사카(도움:라이스) 80'
스위스 1 - 엠볼로(도움:은도이) 75'
*잉글랜드, 승부차기 5-3승
잉글랜드 : 파머 O 벨링엄 O 사카 O 토니 O 알렉산더 아놀드 O
스위스 : 아칸지 X 셰어 O 샤키리 O 암도우니 O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건 전당대회 개입" 한동훈의 반격, 주체는 생략
- "드디어 대전에서도..." 중앙로 가득 메운 무지개 행렬
- 제주도라 끊지 못하는 쿠팡, 근데 너무 괴롭다
- '분노의 맥주'라는 국산 맥주... 정말 이걸로 만들었다고?
- 아테네올림픽경기장에 '태권!' 구호가 울려퍼진 사연
- 동상은 철거됐지만 그의 흔적은 철거되지 않았다
- 올 여름 도쿄 어때? 400엔으로 느린 여행 하세요
- 농민대회 때 경찰과 충돌로 청년농민 구속, 전농 '항쟁' 선언
- 월급 37만원, 이게 감사한 일이 되는 대한민국
- '100m 태극기' 설치한다는 서울시, 문화재 안전경비원은 감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