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졸업 전 실업팀 취업한 한체대생 제적 정당"…역도계는 우려
홍천군청 역도 109㎏급 황수환(25) 선수는 고3 내내 소년부 54㎏ 1등을 휩쓸었다. 2018년 한국체육대학교 역도부 54㎏급 신입생으로 들어가 입학했다. 지난해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황씨는 “조기취업제도가 있으니 팀을 찾아보라”는 교수의 조언에 실업팀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 홍천군청 역도부와 계약을 맺었다. 대다수 실업팀은 매년 1월 한 차례만 선수를 뽑는다. 대한역도연맹에 등록된 황씨 소속은 2월부터 홍천군청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학기엔 지도교수‧학과장 결재를 받아 ‘조기취업자 출석인정 신청서’도 냈고, 출석인정이 안 되는 일부 수업은 팀에 연차를 내고 수업을 들으러 가기도 했다.
문제는 졸업 직전인 2023년 6월 한체대가 황씨를 제적하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함께 졸업이 예정된 동기 김승환(25‧평택시청‧55㎏급) 선수도 함께 제적됐다. 이들은 급히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해 일단 제적 처분의 효력은 정지시켰지만, 본격적으로 낸 취소소송은 지난 3월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 “조기취업=선수등록 아냐, 학칙 따라야”
그러나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학교의 손을 들어줬다. 1977년 학칙이 더 상위규정이고 오히려 더 최근에 개정된 최신법이라는 이유다. 재판부는 2019년 조기취업자 수업관리지침을 두고는 “조기취업을 한다고 항상 다른 기관 선수등록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타 기관 선수 등록시 제적하는 한체대 학칙과 취지가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이 조기취업자로 학과장 결재를 받긴 했지만 다른 팀 선수등록까지 승인한 건 아니라는 취지다.
판결이 그대로 패소가 확정될 경우 황 씨와 김 씨는 모두 고졸 신분이 된다. 4년을 다닌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선수생활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연봉에 차이가 생긴다. 한체대를 졸업하면서 딴 교사 자격증도 제적과 동시에 사라진다. 선수 생활을 접고 코치‧감독‧교수 등 새 진로를 찾을 때에도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 제약이 크다. 이 때문에 황씨와 김씨가 모두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역도계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월에 팀을 찾지 않으면 선수로서 취업이 불가능한 실업팀 특성 때문에 향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한체대에서 올해 가을 복학 예정인 2명은 선수 생활을 희망하는 학생들로, 황씨, 김씨와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한 역도계 관계자는 “선수에겐 실업팀 입단이 취업”이라며 “졸업 후에 선수생활을 계속 할 정도면 최상급의 엘리트 선수인데, 이들만 유독 취업을 막는 건 불합리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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