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내 군기지 샅샅이 들여다본다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김규환 2024. 7. 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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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쿠바 엘 살라오 등 네곳에 스파이 기지 건설 중 정황
美 플로리다 미군 전화통화 등 군사 시긴트 유출 가능성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 고려하면 美 안보에 위협
美 “면밀히 주시…필요하면 적절한 대응 조치 취할 것”
시진핑(習近平·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월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 기간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격랑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이 미국을 염탐하는 스파이 기지를 ‘미국의 앞마당’ 격인 카리브해의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확대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본토 바로 앞에 첨단 군사정보 수집 능력을 갖춘 '스파이 기지'를 설치함으로써 미국 안보에 전례 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본토 및 역내에서의 안보 공약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데 확신이 있다”면서도 “미국은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지난 2일 밝혔다.

그는 “중국의 쿠바에서의 활동이 수십년 간 계속됐고 중국이 쿠바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앞서 1일 중국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 스파이 기지가 쿠바 내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해군기지가 있는 관타나모만에서 불과 110㎞가량 떨어진 곳에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건설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쿠바는 미 플로리다주에서 160㎞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만큼 ‘미국의 앞마당’이라고 불린다. 쿠바에 중국의 스파이 기지가 들어선다면 중국은 미국 군사기지들이 몰려 있는 미 남동부 전역의 e메일과 전화통화, 위성통신을 비롯한 시긴트(SIGINT·신호정보)를 수집하고 미 선박의 통행도 감시할 수 있다. 더군다나 주변을 오고가는 선박의 통행도 손금을 보듯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미국은 20세기부터 쿠바 남동부 해안에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미 마이애미까지의 거리는 370㎞ 남짓이다. 1960년대 초반엔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면서 ‘핵전쟁’ 위기까지 간 적도 있다. 냉전시대였던 1962년 소련이 쿠바에 핵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한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을 고려하면 중국의 쿠바 스파이 기지 건설은 미국에 대한 강력한 도전일 수 있다.

지난해 6월 쿠바 베후칼 인근의 한 군사기지에 출입금지 철조망이 처져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소련은 1962년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고 시도했다. 쿠바에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소련의 미사일 기지를 포착한 미국은 그해 10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소련과 11일간에 걸친 극한 대치 상황을 연출하며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이길 때까지 서로 피해를 무릅쓰며 경쟁하는 게임)을 벌였다. 당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은 기지를 완공한다면 이를 선전 포고로 간주하고 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미·소 간에 핵전쟁 직전까지 가는 위기감이 고조되며 ‘3차 세계대전’의 전운(戰雲)이 짙어졌다. 결국 미국은 튀르키예에 있던 미사일 기지를 철수하고, 소련은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을 중단한 절충점을 잦아내 전쟁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CSIS 연구진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 수년 간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쿠바가 전자감시 시설을 크게 업그레이드하고 확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스파이 기지 위치가 베후칼과 엘 살라오, 와하이, 칼라바사르 등 네 곳으로 특정했다. 지금까지도 건설이 진행 중이지만 이전에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곳들이 대부분이다.

아바나 인근 베후칼의 경우 이전에 스파이 기지로 이미 확인됐던 곳이지만, 위성사진으로 해당 시설의 역량, 몇 년 간의 확장, 중국과의 연관성 등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확인됐다고 WSJ은 전했다.

베후칼과 칼라바자르 등 두 곳에 위성을 모니터하고 통신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이는 대형 접시 안테나가 있다고 설명했다. 쿠바에는 위성이 없는 만큼 이들 안테나는 상당한 우주 프로그램을 가진 중국에 유용할 것이라고 CSIS는 분석했다.

특히 지난 1월 베후칼에 가장 최신 접시 안테나가 설치됐으며, 지난 10년 간 이 부지에 있는 다른 인프라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보인다. 네 곳 중 가장 최근에 포착된 스파이 기지는 엘 살라오에 있다. 엘 살라오는 쿠바 남동부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산티아고 데 쿠바 외곽에 있는 도시다. 관타나모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지난 3월2일 촬영된 쿠바 엘 살라오에 건설된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스파이 기지의 위성사진. ⓒ CSIS 홈페이지 캡처

2021년 공사가 시작된 이곳 시설은 원형 배치의 '안테나열‘(列)로 알려진 대규모 안테나 대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테나열은 전자신호를 탐지하고 포착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보고서 책임 저자인 매슈 푸나이올 CSIS 선임연구원은 “이곳 스파이 기지 시설이 완공되면 관타나모 기지에서 나오는 통신 및 기타 전자신호를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CSIS 보고서와 관련해 백악관과 미 국가정보국(DNI)은 코멘트를 거부했다고 WSJ은 전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6월 중국이 쿠바에서 2019년부터 미국 감시를 위한 스파이 기지를 운영해오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그해 6월22일 WSJ이 미 전·현직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과 쿠바는 섬 지역에 새로운 군사 훈련 시설을 짓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플로리다 해안에서 불과 100마일(약 160.9㎞) 떨어진 곳에 중국군과 보안 및 정보 작전부가 배치될 수 있다는 경보가 워싱턴에 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쿠바에 중국의 전자 스파이 기지를 짓기로 중·쿠바 양국 정부가 합의했으며, 중국이 그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틀 뒤에 성명을 내고 "중국은 2019년 또는 그전부터 쿠바에 스파이 기지를 두고 있으며, 정보수집 기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시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월 취임하면서 관련 보고를 받았고 관련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백악관은 당시 e메일 성명을 통해 중국이 최소 2019년부터 쿠바에 스파이 기지를 두고 정보 수집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대서양과 라틴아메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인도·태평양 등에서 글로벌 군사·정보 자산을 확장하려는 시도에 대해 보고받고 중국의 세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백악관은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당국자는 “중국의 쿠바 스파이 기지가 중국 인민해방군이 해외에서도 군사력을 유지·투사하도록 하기 위해 글로벌 기지 주둔 및 정보 인프라를 확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중국이 2019년 정보 수집 시설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은 계속 쿠바에서 세력 강화를 추구할 것이고,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 자료: CSIS

더욱이 미 정부 당국자들이 우려하는 점은 중국이 새로 추진하는 군사시설이 인민해방군의 '141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 곳곳에 군사기지와 군수보급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게 중국 정부의 복안이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인민해방군의 군사 영향력을 확대하고, 전 세계에 군수보급을 확보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해군기지,와 아랍에미리트(UAE) 항구 군사시설, 아프리카 지부티의 정보시설 등은 모두 141 프로젝트 차원에서 중국이 건설한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6월12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미국이 아무리 유언비어를 퍼뜨려도 중국과 쿠바의 진정한 우정을 파괴할 수 없고, 세계 각국에서 무차별적으로 도청을 하는 미국의 악행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류펑위(劉鵬宇)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전 세계에 방대한 군사기지와 감청 시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동맹국도 도청하는 등 의심할 여지 없이 도청의 선두 주자라며 "미국 측은 중국이 쿠바에 스파이 기지를 설치하거나,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반복해서 과장해 왔다"고 주장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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