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양복 입고 진흙길 달리는 반전매력… 아우디 Q8 e-트론
온로드에서도, 오프로드에서도 점잖은 신사
이질감 없이 잘 만든 전기차… 368km 주행거리는 아쉬워
우락부락한 덩치와 커다란 바퀴, 어디에 갖다 놔도 끄떡없을 것 같은 강력한 외모의 자동차만 오프로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호텔에 발렛파킹을 맡길 때도, 늦은 밤 한강 드라이브를 할 때도, 때로는 거친 산길을 달리더라도 언제나 세련될 수는 없는 걸까.
아우디는 지난 2018년 내놓은 최초 전기차 'e-트론'을 '더 뉴 아우디 Q8 e-트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재정비하며 이런 고민에 해결책을 내놨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정체기)으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지만, 그간 국내 시장엔 없었던 성격의 전기차로 정면승부를 볼 작정이다.
아우디 Q8 e-트론을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 모델은 가장 최고급 트림인 'Q8 55 e-트론 콰트로 프리미엄'으로, 가격은 1억3160만원이다. 시승 코스는 온로드는 물론 차량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거친 비탈길과 산자락을 오르는 오프로드 코스로 마련됐다.
강렬한 레드 색상 옷을 입은 Q8 e-트론을 마주하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진짜?' 였다. 이렇게 섹시하고 날렵한 얼굴을 하고 정말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을까. 서울 시내에서나 어울리는 도심용 럭셔리 차량의 모습을 여주 오프로드 산길에서 마주하니 도통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심지어 문제는 전기차라는 점이었다. 전기차를 타고 거친 산길을 올라본 적이 있었나. 오프로드의 아이콘과 같은 지프의 랭글러나 그랜드체로키 PHEV 모델이 아니고서야, 이런 예쁜 얼굴로 진흙과 커다란 바위 등을 오르는 전기차는 좀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얼굴은 기존 e-트론의 모습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더욱 전기차스러워졌다. 헤드램프는 기존 e-트론 대비 조금 더 깔끔한 선으로 정돈됐고, 그릴에 있던 세로 줄도 Q8 e-트론으로 바뀌며 사라졌다. 아우디 디자인을 아는 사람이라면 멀리서봐도 전기차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세련된 외모와 달리 내부로 들어서면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타 브랜드의 경우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내연기관과 달리 휘황찬란하게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아우디는 전기차에서도 원래의 성격을 지켰다. 깔끔하고, 있을 건 다 있지만 눈에 띄게 화려한 것도 없다.
기존 내연기관차부터 이어졌던 운전자 중심 내부는 여전히 전기차에서도 고수했다. 중앙 디스플레이와 그 아래 공조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운전 중에도 편안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운전석 방향으로 각도가 틀어져있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아우디의 철학이 잘 느껴진다.
이날 탄 차량에서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적용됐는데, 아우디 Q8 e-트론 중 프리미엄 트림과 고성능 모델에만 탑재된다고 한다. 내부에 미러가 디지털 화면으로 표시되고, 원래 있어야할 외부에는 조막손 같은 카메라가 달린 식이다.
처음에는 차선을 변경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보게되는 탓에 불편했지만, 사용하다보니 매우 편리했다. 특히 물리 사이드미러는 운전에 따라 각도를 맞춰야하지만, Q8- e트론에 달린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더욱 넓은 각도를 보여줘 굳이 조절할 필요를 못느꼈다.
달리기 성능은 어떨까. 이미 Q4 e-트론으로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경쟁력을 잘 보여줬지만, 플래그십 모델은 어떻게 다를까. 본격적으로 가속페달에 발을 올렸더니, 전기차 다운 힘있는 가속력과 부드러운 주행감이 느껴졌다. 정숙성은 물론, 플래그십의 위엄이 느껴지는 안정적인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특히 Q8 e-트론으로 진화하며 스티어링휠 감각이 매우 민첩해졌다. 요철 구간을 지날 때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Q8 e-트론의 스티어링휠은 응답성이 굉장히 빠르다. 덕분에 차량의 중심을 잃지 않고 거친 노면에서도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온로드에선 흠을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주행감을 자랑한다.
오프로드에선 어떨까. 오프로드 코스에 들어서자 오프로드 전용 차량으로 지나야할 것만 같은 코스들이 줄지어 이어졌다. 울퉁불퉁한 노면에 바퀴가 공중에 뜨는 범피구간부터, 진흙으로 잔뜩 미끄러워진 머드 구간, 하늘이 보일 정도로 높은 경사로 등 하나같이 보통 용기로는 지나기 어려운 코스가 마련됐다.
차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는 인스트럭터의 말을 새기고, 앞서 가는 차량들을 따라 오프로드 코스로 진입했다. Q8-e트론에서는 오프로드 모드를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데, 해당 모드로 설정하면 차량 무게 배분을 바꾸고, 차의 높이가 최대로 높아진다.
온로드 코스에서 느꼈던 Q8 e-트론의 장점은 오프로드에서 빛을 발했다. 산자락을 타고 오르내리는 코스에서 특히 감사했던 순간은 무서울 정도로 급격한 내리막에서였다. Q8 e-트론은 무자비한 내리막에 진입하자 알아서 속도를 최대로 줄이고 천천히 내려갔다. 차가 알아서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데, 덕분에 에너지 회수를 극대화 하고 브레이크에 무리도 주지 않을 수 있다.
범피 구간에 진입해서는 공중에 떠있는 운전석 앞바퀴와 조수석 뒷바퀴 탓에 차 전체가 흔들렸다. 이런 구간은 산길에선 흔히 만날 수 있지만 어지간한 차로는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Q8 e트론은 자동으로 트랙션 컨트롤 모드로 바뀌면서 드륵드륵 소리를 내다 곧 두바퀴만으로도 유연하게 탈출해냈다. 세련된 얼굴에 숨겨져있던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온로드, 오프로드 시승을 마치고 난 후 Q8 e-트론을 다시 보니 날렵하고 섹시하던 얼굴이 꽤 든든하게 보였다. 비싼 차를 산다는 건 도심에서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받을 때도 좋은 일이지만, 어떤 험로에서도 운전자를 안심시키고 무사히 집으로 귀가시켜준다는 점에서 가치를 증명하는 듯 하다. 다만, 개인의 취향이 아니고서야 굳이 1000만원을 더 주고 프리미엄 트림을 사야할 이유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차량의 성능이나 디자인에선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지만, 주행거리가 400km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여전히 아쉽다. 어차피 1억을 훌쩍 넘기는 차량이니 보조금은 받을 수 없지만, 주행거리 500~600km를 넘기는 전기차가 등장하는 시대에 아무리 배터리 효율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368km의 주행거리는 패널티로 작용할 수 있겠다.
▲타깃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어느 것 하나 양보할 수 없는 당신
-평일엔 도심, 주말엔 외곽… 차 두 대 굴리고 싶지 않다면
▲주의할 점
-오프로드 잘 타는 건 좋은데, 오프로드 타고 집 오는 길에 충전소는 한번 들러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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