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잠수함 어항 속 물고기 만들 것"…軍 '바다의 神' P-8A 자신감 [이철재의 밀담]

이철재 2024. 7.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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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상북도 포항 해군항공사령부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포세이돈 01, 대한민국 바다를 수호하기 위한 P-8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바람. 포세이돈 01 출격”이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조종사는 “라저, 장관님.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적 잠수함 식별시 즉각 수장시키겠습니다”고 답했다.

4일 해군 항공사령부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의 이륙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해군


그리고 대한민국 영해를 지키는 해신(海神), P-8A 포세이돈 1대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올랐다. P-8A는 해상초계기다. 해상초계기는 적의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색한 뒤 공격하는 항공기다. 포세이돈은 그리스 신화에 바다의 신(神)이다.

P-8A는 ‘피에잇(P-8)’이라고 읽는다. 편의상 ‘에이(A)’를 뺀다. 에잇과 에이가 연달아 나와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미국에서도 그냥 ‘피에잇’이라고 부른다. A는 설계 그대로 생산한 기종이라는 뜻이며, 앞으로 개량을 거치면서 B,C,D…식으로 개량부호가 바뀐다.

미 해군은 2013년 보잉에서 만든 P-8A의 실전배치를 시작했다. P-8A는 2018년 9월 국내 도입이 결정돼 지난해까지 6대를 제작했다. 지난달 19일과 30일 3대씩 한국에 도착했다. 1대당 가격은 약 2200억원. 이 가격에선 무장 비용이 빠졌다. 해군은 내년까지 전력화를 거쳐 2025년 중반 P-8A를 작전에 투입될 계획이다.

신원식 장관은 축사를 통해 “P-8A는 한반도의 바다를 지배하는 게임체인저”라며 “적 잠수함을 어항 속의 물고기로 만들 것이다. 적 잠수함에 바다는 지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P-8A를 “영해 수호의 핵심 전력”이라고 자랑했다.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 해군


어떻게 P-8A는 북한 잠수함을 어항 속의 물고기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길까.


잠수함 최고의 천적은 항공기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9월 15일이었다. 프랑스 해군의 잠수함인 푸코함은 아드리아해의 항구도시 카타로(현재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근처 바다에서 초계 중이었다.

1915년 9월 16일 오스트리아-형가리 제국의 로너 L 수상정 편대가 프랑스 잠수함 푸코함을 폭탄으로 격침했다. Devil’s Porridge Museum


그런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해군 항공대 소속 로너 L 비행정 2대가 푸코함을 발견했다. 비행정은 물에서 뜨고 내릴 수 있는 항공기다.

아드리아해는 물이 맑았기 때문에 로너 L 비행정 편대는 푸코함을 똑똑히 식별할 수 있었다. 적 잠수함으로 확인한 뒤 로너 L 비행정 편대는 폭탄 4발을 푸코함을 향해 떨어뜨렸다. 푸코함은 최소 1발을 맞고 침몰하기 시작했다.

푸코함 승조원들은 잠수함을 포기했다. 로너 L 비행정 1대가 바다에 착륙했고, 프랑스 장교 2명을 포로로 잡았다. 나머지 프랑스 승조원들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어뢰정에 구조됐다. 이는 항공기가 잠수함 킬러로 데뷔한 첫 사례였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을 하늘의 영국 전투(Battle of Britain)에서 물리친 영국은 바다의 대서양 전투(Battle of the Atlantic)에서 고전을 치렀다. 나치 독일 해군의 잠수함인 유보트를 제대로 막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영국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미국에서 물자와 무기를 받고, 전 세계에서 식량과 자원을 수입해야만 했다. 그런데 유보트의 이리떼가 대서양 한가운데서 영국 수송선을 속속 침몰시켰다. 미국이 뒤늦게 참전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블랙 핏(Black Pitㆍ검은 구덩이)이라고 불리는 해역이 문제였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주변 바다를 일컫는 말인데, 연합군 항공기 항속거리 밖이라 유보트에겐 청정해역과 다름없었다.

연합군은 해결책을 마련했다. 우선 상선을 개조한 호위항공모함이 수송선단에 ‘항공우산’를 씌워줬다. 또 하나는 폭격기인 B-24 리버레이터를 개조한 해상초계 폭격기 PB4Y 프라이버티어였다. 한 번 기름을 넣으면 최대 6000㎞를 나는 PB4Y는 ‘유보트 사냥꾼’이었다.

유보트넷에 따르면 1939~1945년 중 나치 독일은 유보트 1154척을 사고 등을 포함한 각종 이유로 잃었다. 항공기 공격에 의한 침몰이 250척이었다. 수상함 공격에 의한 침몰은 264척이었다. 그런데 수상함과 항공기의 협공으로 가라앉은 유보트는 37척이었다. 그리고 항구 정박 중 공습으로 잃은 유보트는 43척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미국 해군의 해상초계 폭격기 PB4Y 프라이버티어. 미 해군


결국 항공기가 유보트의 천적인 셈이었다. B-24와 PBY4Y는 93척의 유보트를 격침했다. 그리고 ‘대잠수함전의 구멍’ 블랙핏은 결국 1943년 5월 연합군의 노력으로 메워졌다.


잠수함 킬러 본능에 충실

대(對)잠수함전은 쥐(잠수함)와 고양이(수상함ㆍ항공기ㆍ잠수함) 싸움이다. 대잠수함수함전의 첫 단계는 잠수함을 찾는 것이다.

김주원 기자


우선 잠수함은 눈으로 잡을 수 있다. 21세기에 무슨 얘기냐 싶지만, 21세기에도 일어난다. 중국의 진(晉)급 전략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추진 잠수함으로 보이는 잠수함이 지난달 18일 대만 서해안에서 약 200㎞ 떨어진 대만해협 위로 나와 수상주행을 하는 모습이 대만 어민에 의해 목격됐다.

재래식 잠수함은 외부 공기를 들여오는 스노클링을 하러 스노클을 물 위로 낸다. 또 잠망경을 꺼내 바다 위나 육지를 살펴본다. 이때가 잠수함이 가장 약한 순간이다.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 해군 영상 캡처


또 다른 하나는 소나나 자기 이상 탐지기(MAD) 같은 센서로 잠수함을 찾는 방법이고, 마지막 하나는 전자전 탐지다. 잠수함이 통신하거나 레이더 탐색할 때 나오는 전파로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P-8A는 타고난 잠수함 킬러다. 이 최첨단 장비 덕분에 세 가지 잠수함 탐지 방법에서 모두 도사이기 때문이다.

P-8A는 눈 대신 AN/APY-10 합성개구레이더(SAR)와 MX-20HD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로 잠수함을 수색한다. AN/APY-10은 수상 표적 탐지에도 뛰어나다. 이들 장비는 잠수함이 스노클과 잠망경을 올렸을 때를 노린다.

P-8A는 능ㆍ수동 소노부이(음향부표) 120여개를 바다 곳곳에 떨어뜨려 소음으로 잠수함이 수중 어디 있는지 알아낸다. AN/ALQ-240 전자지원(ESM) 체계는 레이더ㆍ통신장비ㆍ전자장비의 전파로 적을 파악할 수 있다.

P-8A는 해군이 기존 보유하고 있는 해상초계기인 P-3 오라이언보다 이들 장비의 능력이 더 뛰어날 뿐만 아니라 비행능력이 더 좋아졌다. 특히 CFM-56B 상용엔진 2기가 뿜어내는 최대 추력 2만7000 파운드는 최대 85t의 이륙중량을 하늘로 끌어 올린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전략 폭격기인 B-29 수퍼포트리스 수준이다.

김주원 기자


엔진 출력이 크다는 얘기는 더 많은 전력생산을 의미한다. 그래서 더 고성능 센서를 돌릴 수 있다. 한 번 급유로 최대 7200㎞를 난다.


여객기 개조해 넓은 통로, 쾌적한 환경

지난 4일 P-8A 내부를 들어가 봤다. 저가항공(LCC)에서 많이 볼 수 있는 189석짜리 B737-800ERX가 P-8A의 기반이다. 그래서인지 쾌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 기내 좌석이 있어 승무원들이 쉴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P-3는 기내가 좁아 한 명이 간신히 통행할 수 있는데, P-8A는 두 명이 서로 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 날개 아래 하드포인트에 공대함 미사일을 달 수 있다. 해군 영상 캡처


장시간 비행을 밥 먹듯하는 P-8A 승무원에겐 이런 환경이 중요하다. 피로는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전투력을 깎아 먹기 때문이다.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타는 조종석은 B737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조종사석엔 속도ㆍ고도ㆍ자세지시 등을 나타내는 HUD가 달렸다.

5대의 전술워크스테이션은 P-8A의 브레인이다. 대잠수함 전술통제관(TACCO)이 부전술통제관, 소너부이를 담당하는 음향 조작사, 레이더ㆍ전자전장비를 담당하는 비음향 조작사와 함께 키보드, 트랙볼 등 주변기기로 워크스테이션을 조작한다.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의 전술워크스테이션에서 전술통제관 등이 앉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군


워크스테이션은 평범한 PC처럼 보였다. 그러나 P-8A의 각종 센서가 획득한 정보는 기내 통합임무컴퓨터에서 통합ㆍ분석된다. 그리고 사람이 알기 쉬운 형태로 가공해 이를 워크스테이션 스크린에 띄운다. 이 정보는 위성통신장비나 Link-16를 통해 아군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고, 기내 데이터 저장장치에 기록된다.

전술통제관이 P-8A의 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 때론 조종사보다 상위 계급일 수 있다. 전술통제관과 조종사는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을 협의한다.

기체 후미엔 소노부이를 보관하는 거치대가 있다. 그리고 소노부이를 바다로 내보내는 투하대가 3개 있다.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의 내부. 민항기를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넓고 쾌적하다. 해군 영상 캡처


승무원은 조종사, 부조종사, 전술통제관, 부전술통제관, 음향조작사 2명, 비음향조작사 2명 등 모두 8명인데, 예비 인력 1명을 더 태워 보통 9명이 P-8A를 운용한다. 이 중 손이 빈 사람이 소노부이 투하 임무를 맡는다. 최대 22명까지 태울 수 있다.


수중 잠수함을 탐지하는 최첨단 레이더

BBC에 따르면 P-8A는 여러 개의 소노부이로 ‘배틀십 게임’처럼 격자 패턴을 만들어 잠수함이 없는 곳을 가려낸 뒤 잠수함이 있을 만한 곳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잠수함을 찾으면 내부 무장창에서 마크-54 경어뢰를 투하해 공격한다. 기뢰도 무장창에 탑재할 수 있다. 아군에게 적 잠수함 위치를 알려줄 수도 있다.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의 조종석. B737-800ERX와 비슷하다. 해군


수상함은 AGM-84 하푼 공대함 미사일로 타격한다. 미 해군은 AGM-84E 슬램-ER 공대지 순항미사일, AGM-158 장거리 공대함(LRASM) 미사일, 합동정밀직격탄(JDAM)도 P-8A에 단다

미 해군은 마크-54 경어뢰에 공중투하 액세서리(ALA) 키트를 결합한 고고도 대잠수함전 무기(HAAWC)도 개발했다. P-8A는 어뢰를 투하하려면 낮은 고도로 내려와야 했다. 다시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 기름도 많이 들고, 저고도에선 최근 여러 나라가 개발 중인 잠수함 발사 대공 미사일에 당할 수도 있다.

해군 장병이 거치대에서 소노부이(음향부표)를 꺼내고 있다. 해군


HAAWC 덕분에 P-8A는 높은 고도에서 넓은 지역의 여러 표적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HAAWC는 아직 한국 해군은 확보하지 못했다.

P-8A는 한국과 개발국인 미국을 포함해 모두 7개 나라가 갖고 있으며, 2개 나라가 새로 주문을 넣었다. 그런데 미국이 다른 국가에 절대 안 내주는 장비가 있다.

AN/APS-154 고성능공중센서(AAS)다.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SAR인데, 한마디로 수중 잠수함을 잡는 레이더다. 잠수함이 물속에 움직이면서 밀어낸 물결이 해수면에 미세하게 나타내는 데 AN/APS-154는 이를 잡아낸다. 그만큼 분해능이 대단하다는 얘기다.

해군 장병이 소노부이(음향부표)를 투하대에 집어넣고 있다. 해군 영상 캡처


AN/APS-154를 단 P-8A는 미 해군도 몇 대 안 되는데, 북한이 도발할 조짐을 보이면 가끔 한국을 찾아온다. 지상에서 움직이는 물체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임무 가능한 전천후 멀티 플레이어

값비싼 P-8A를 들여온 이유는 북한의 SLBM 때문이다. 북한은 북방한계선(NLL) 가까이 붙지 않고 후방에서도 한국을 핵공격할 수 있는 SLBM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대비하는 수중 킬체인의 핵심자산이 P-8A다.

P-8A 포세이돈 하면에 긴 막대 모양의 AN/APS-154 AAS가 달렸다. 이 최첨단 레이더는 물속 잠수함 탐지뿐만 아니라 지상 목표물 감시도 가능하다. 현재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물론 P-8A가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P-8A의 센서가 최첨단이고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바다는 넓고 깊다. 바다 구석구석 깊숙이 다 탐지할 센서는 없다.

대잠수함수함전은 종합예술이다. P-8A의 단독 플레이로는 북한 잠수함을 다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군의 해상작전 헬기, 해상초계기, 수상함, 잠수함 간 협업은 필수다. 음향감시체계(SOSUS)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앞으론 무인 수상정(USU)과 무인 잠수정(UUV)과도 공조해야 한다.

그런데 P-8A는 통신장비와 데이터링크로 팀 플레이에도 능하다. P-8A는 대잠수함수함전(ASW), 대수상함전(ASuW)뿐만 아니라 전자전(ESM), 정보수집·감시·정찰(ISR), 탐색·구조(SAR) 임무도 맡을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김민석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 특파원은 P-8A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 P-8A 도입의 의미론 첫째, 기존 P03보다 고고도 작전으로 레이더와 전자광학 장비의 탐색 범위가 넓어져 광대역 수색이 가능한 점, 둘째, 비행고도가 낮아 적 신호정보 수집(SIGINT) 임무에 제한이 있던 P-3보보다 더 먼 곳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점, 셋째, 적 발견시 신속한 작전구역 이동으로 긴급 임무 대응시간이 크게 짧아진 점을 들 수 있다. "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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