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영부인이 부가티 샀다?…안보까지 덮친 'AI 딥페이크'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450만 유로(약 67억원) 상당의 슈퍼카 '부가티 투르비옹'을 주문했다는 가짜 뉴스가 유포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펼친 심리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딥 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가짜 뉴스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숨겨진 진실 프랑스'(VeriteCachee France)라는 웹사이트에는 자신을 스포츠카 브랜드 부가티의 파리 대리점 직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남성은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지난달 7일 부가티의 새 모델인 '투르비옹'을 450만 유로에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친(親) 러시아 성향의 인플루언서들은 해당 영상을 각종 SNS에 유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 페이크 기술로 생성된 영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부가티도 관련 보도가 나온 당일 성명을 통해 해당 영상에서 주장하는 거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공식 부인했다.
이런 허위 정보는 진위를 쉽게 구별하기 어렵고, 대상이 국가 정상이나 주요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일 경우 파급력은 더 커진다. 특히 올해는 선거의 해로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9월), 미국 대선(11월) 등을 앞두고 허위정보 유포나 딥 페이크 영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위협분석센터(MTAC)는 지난 4월 중국 배후 사이버조직인 'Storm-1376'이 지난 1월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AI 생성 딥 페이크 음성·영상 기술을 활용해 선거개입 활동을 했다고 폭로했다.
MS MTAC에 따르면 'Storm-1376'은 AI 뉴스 앵커 등을 이용해 라이칭더(賴清德) 당선인이 국고를 횡령했다거나 사생아가 있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 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사퇴한 궈타이밍(郭台銘) 후보가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짜 음성 파일을 SNS에 유포했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지난해 9월 30일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친미 성향의 야당 후보인 미할 시메츠카가 "우리 당이 선거에 이기려면 (소외계층인) 로마족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말한 딥 페이크 음성 파일이 유포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친러 성향의 여당 후보가 총리에 당선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에서도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일각에서 무당층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도록 압박해 왔지만, 이는 헛소리"라며 "11월 대선까지 표를 아껴두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발언하는 모습이 담긴 딥 페이크 영상이 유포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양심 고백 연설'이라는 딥 페이크 영상이 퍼져 논란이 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이미 가짜뉴스 유포를 한국 내 사회 혼란 유발을 꾀하는 주요한 도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권 관련 허위정보 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각국에선 AI를 활용한 가짜뉴스 대응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딥 페이크음성 메시지를 송출한 로봇콜 제작자·관여업체에 각각 600(약 82억 7000만원)만 달러와 200만 달러(27억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유럽연합(EU)도 전 세계에서 최초로 AI 활용 위험도를 네 단계로 나눠 차등 규제하는 'AI 규제법'을 최종 승인했다.
한국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생성물의 워터마크 표시 의무화를 방안을 발표했는데, 법령 정비 등이 필요해 시행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러 양국이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심리전을 지속해서 벌여온 전례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가짜뉴스 도발' 분야에서도 양국이 힘을 합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오물풍선 살포를 비롯해 한국 사회 분열을 집요하게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권과 관련한 딥 페이크 영상이나 가짜뉴스가 대폭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정보역량을 최대로 동원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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