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사랑’이 몰아낸 비구름…프로야구 올스타전 만원 관중 속 치러
승패 부담 놓고 팬들과 즐긴 ‘축제의 장’
경기는 4대2로 나눔이 드림 꺾으면서 종료
비 예보가 있는 궂은 날씨에도 만원 관중 속에 치러진 2024 KBO 올스타전은 나눔 올스타가 드림 올스타를 4대 2로 이기면서 막을 내렸다. 나눔 올스타가 3년 연속 승리하며 상대 전적 4승 4패로 동률을 이뤘다. 나눔 팀 KIA 타이거즈 최형우는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활약을 펼치며 MVP인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됐다.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 속에 열렸다. 이런 날씨도 야구팬들의 ‘야구 사랑’을 막을 순 없었다. 이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스타전을 찾은 관중 수는 2만2500명에 달했다. 야구장 전 좌석을 가득 메운 매진 기록이다. 2022년부터 3년 연속 매진이다. 2020~2021년은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았다.
이날 올스타전은 인천 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 정민태, 김경기, 김동기가 SSG 랜더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최정과 함께 한 시구-시포로 포문을 열었다. 애국가는 트롯 가수 이찬원이 불렀다.
경기는 초반부터 나눔 올스타가 앞서 나갔다. 2회초 최형우가 상대 투수 김민(KT)의 초구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만들었다. 3회초엔 선두 타자 키움 김혜성이 2루타를 쳐 나가고, LG 오스틴 딘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작렬했다. 후속타자 최형우가 2루타를 추가했으나 추가 득점은 없었다.
드림 올스타도 반격에 나섰다. 4회말 타선에 변화를 줬으나 두산 정수빈과 KT 장성우가 범타로 물러났다.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SSG 최정이 중견수 앞 안타를 때렸고 이어 등장한 삼성 데이비드 맥키넌이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2점 홈런을 기록했다. 3-2로 따라붙었다.
클리닝타임 이후 경기는 소강상태로 진행됐다. 8회부턴 비까지 내려 차분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선두타자 오스틴이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최형우가 1타점 적시타를 날려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올스타전 관련해 여러 기록도 나왔다. 올스타전에 단골 출장 중인 LG 김현수는 2008년 감독 추천 선수로 개인 첫 올스타로 선정된 이후 매년 올스타에 뽑혔다. 5회말 좌익수 대수비로 출전해 역대 최장인 양준혁(은퇴)이 보유한 13년 연속 출장(1995~2007년)과 동률을 이뤘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삼성 오승환은 이날 기준 41세 11개월 21일의 나이로 등판해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합쳐 올스타전 최고령 출장 기록을 세웠다.
올스타전은 팬들과 함께 하는 축제의 장으로 치러졌다.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선 류현진, 오승환, 원태인, 정해영, 김도영, 윤동희 등 올스타로 선발된 선수들이 팬사인회를 진행했고, 10개 구단 2명의 선수와 어린이 팬과 남성, 여성팬 등 30명이 함께 한 썸머레이스도 진행됐다. 그라운드에 설치된 장애물을 넘어 이어달리기를 했다. 5회 종료 후 클리닝타임 땐 그룹 데이식스의 축하공연과 경기 종료 후엔 5분간 불꽃놀이도 이어졌다. 중간중간 응원석을 향해 물대포를 쏘면서 관중의 더위를 날렸다.
올스타전 전매특허인 선수들의 퍼포먼스도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KIA 김도영은 1회초 선두 타자로 등장하면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패러디했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임솔’이 남주인공 ‘류선재’의 열혈팬으로 응원해주는 것처럼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주는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와 함께 팬들의 ‘팬’이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키움 김혜성은 자신의 이름 ‘혜성’에서 착안해 별 풍선과 별 망토를 착용했다. 헬멧에도 야광별 스티커를 부착했다. 키움 로니 도슨은 탕후루 헬멧을 쓰고, 손에도 탕후루를 들고나와 온라인에서 유행한 ‘마라탕후루(마라탕+탕후루)’ 춤을 선보였다.
LG 오스틴 딘은 자전거를 타고 피자 배달부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상대 포수인 양의지에게 건네자 양의지는 피자를 한입 베어 물었다. LG 트윈스 측은 “오스틴 선수는 지난 어린이날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꿈이 피자 배달부였다고 했었는데 올스타전에서 그 꿈을 이뤘다”고 전했다.
한화 요나단 페라자는 이글스 캐릭터와 함께 나와 걸그룹 춤을 선보였고, LG 박동원은 탤런트 김광규 분장으로 딸과 함께 등장해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롯데 윤동희는 닮은꼴인 여자배구 선수 김희진 분장을 하고 ‘동희진’ 이름이 있는 배구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배구공 스파이크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삼성 류지혁은 저출산대책위원장이라는 팻말과 함께 아들 2명, 딸 1명과 그라운드에 나왔다.
투수들도 퍼포먼스에 가세했다. KT 김민은 어릴 때부터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온 만화 닥터 슬럼프 ‘아리’ 캐릭터를 코스프레했다. NC 김영규는 팬이 지어준 별명인 ‘알파카’ 모자를 쓰고 마운드에 올랐다. 키움 하영민도 왕관을 쓰고 나왔고, 유니폼엔 이름과 반대인 ‘최상영민’이라고 새겼다. 6회말 마운드에 오른 키움 조상우는 마운드의 소방수라는 콘셉트로 소방관 의상을 입고 소화기로 화재를 진화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가장 큰 호응을 이끈 건 롯데 황성빈이었다. 황성빈은 관중 100% 투표로 뽑은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차지했다. 황성빈은 이날만큼은 별명인 ‘마황’이 아니라 ‘라이더황’이라 자처하며 라이더 조끼를 입고 헬멧을 쓴 채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했다. 내야 안타로 1루에 나간 뒤엔 ‘배달완료’라고 쓰인 종이를 펼치며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이날 우수투수상은 류현진, 우수타자상은 맥키넌, 우수수비상은 나성범에게 각각 돌아갔다. 류현진은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로 뽑은 미스터 올스타의 영예는 이날 4타수 3안타(1홈런 포함) 2타점으로 맹활약한 최형우가 안았다. 21표 중 19표를 따냈다. 최형우는 만 40세 6개월 20일로 최고령 미스터 올스타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11년 이병규(은퇴)의 36세 8개월 28일이었다. 최형우는 “아직 MVP를 받아보지 못해서 받고 싶었다”며 “후배들이 저를 보고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고 느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기는 순위만 보면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좀 더 잘 추스려서 후반기도 잘 끝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인천=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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