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태양 코로나’를 조심할 시간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지난 5월 한국에서 오로라가 관측돼 큰 화제가 됐습니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뿜어져 나온 전기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붙잡혀 대기 중 산소 분자와 충돌하며 빛을 내는 현상입니다. 높이에 따라 낮은 층에서는 녹색, 높은 층에선 보라색으로 빛나는데요. 지구 자기장이 수렴하는 위도 70도 이상 극지방에서나 보이던 오로라가 한국에서 보이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눈은 즐거웠지만 걱정도 됐습니다. 거대한 태양 폭풍을 예고하는 경고 사인일 수 있기 때문이죠.
태양은 핵융합을 통해 빛과 에너지를 분출합니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자전과 공전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석 덩어리인 지구와 달리 태양은 가스로만 이뤄져 극 부분과 적도 부분 회전 속도가 다른데요. 이에 내부 기체 간 충돌이 격렬해지면 플레어(화염)가 터지게 됩니다. 이 현상을 전기 입자가 왕관 모양으로 튀어나온다고 해서 ‘코로나 질량 분출(CME·Coronal Mass Ejec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급격히 뜨거워진 플레어 주변부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 까만 점(흑점)으로 보입니다. 흑점 발생은 11년 주기로 증가했다 줄어드는 현상을 반복합니다. 2025년이 플레어 분출이 가장 많을 시기인데 벌써 지난 5월 대형 플레어가 연속으로 7번 폭발했습니다. 이때 분출 방향이 지구를 향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입자가 날아와 저위도 지역에서도 오로라가 보인 것이죠.
‘캐링턴 이벤트’ 당시 감전 사고 속출
이 같은 태양 전기 입자에 의한 자기 폭풍은 종종 지구를 덮치고 있습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1859년 9월 2일 발생했는데요. 적도에 가까운 쿠바, 콜롬비아에서도 오로라가 보였을 정도였죠. 전봇대 등 전기 시설 손상과 감전 사고가 속출하니 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가장 강력한 에너지 폭발 경험이었겠네요.
당시 태양 흑점 변화를 기록하던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크리스토퍼 캐링턴 박사가 자기 폭풍 현상은 태양에서 불어온 전기 입자, 즉 태양풍이 원인이라고 규명함에 따라 그의 업적을 기려 ‘캐링턴 이벤트(The Carrington Event)’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캐링턴 이벤트보다 더 큰 플레어가 터졌는데요. 다행히 분출 방향이 지구를 향하지 않아 위기를 넘긴 바 있습니다.
1859년의 경우 전기 인프라가 미비한 환경인데도 큰 피해를 입었던 걸 감안하면 또다시 태양 코로나 자기 폭풍이 지구를 강타할 경우, 반도체 설비부터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이 같은 재난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최악의 경우 미국 GDP의 15%인 2조6000억달러 피해와 4~10년의 복구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자기 폭풍 재난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역사서를 보면 밤하늘이 붉은빛으로 물들었다는 기록이 수차례 남겨져 있는데요. 아마 자기 폭풍 재난을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태양에서 분출된 빛은 8분 만에 지구에 오지만 전기 입자들은 질량이 있어 2~3일 뒤에 도달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사전 예측이 가능한 만큼 어느 정도 대비는 가능하다는 거죠. 위안이 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한 전 세계 천문 기관들이 태양 관측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니 잘 참고해야겠습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극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태양 코로나’를 조심해야 하는 시간이 됐네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6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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