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역사 성찰을 위해 공주시 위령탑 건립 꼭 필요"

임재근 2024. 7. 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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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한국전쟁기 공주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 개최

[임재근 기자]

 제19회 한국전쟁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7월 6일 오전 11시에 공주대학교 산학연구관에서 열렸다
ⓒ 임재근
 제19회 한국전쟁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 임재근
"살구쟁이 눈물은
닦을 수 없는 눈물입니다.
눈물의 원천이 너무 깊어
닦아도 닦아도 그침없는 눈물입니다.
(...)
살구쟁이 눈물은
유유히 흐르는 금강물입니다.
태초부터 흐르는 마르지 않는 강물이기에
한 맺힌 슬픔을 잊게 하는 강물입니다."

제19회 한국전쟁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6일 오전 11시 공주대학교 산학연구관에서 열렸다. 위 시는 공주유족회 소재성 회장이 쓴 시이고, 합동위령제에서 김성혜 원불교공주교당 교무가 낭독했다.

위령제에서 소재성 공주유족회 회장은 인사말에 나서 "1950년 7월 한국전쟁 공간에서 죽어야 할 이유가 없는 선량한 백성들이 집단학살이란 참혹한 죽음을 당한 곳이 있다"며 "이곳에서 동쪽 약 3km 지점 공주 대전 간 옛 국도변 왕촌 살구쟁이란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잘못된 역사의 교훈으로 성찰해야겠다"면서 "위령탑 건립은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19회 한국전쟁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7월 6일 오전 11시에 공주대학교 산학연구관에서 열렸다
ⓒ 임재근
 공주유족회 소재성 회장이 제19회 한국전쟁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대표 인사를 하고 있다.
ⓒ 임재근
  
1950년 7월 9일 최대 700명이 살해당한 공주형무소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 보고서를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희생자 위령제 봉행 및 위령비 건립 등을 권고했고, 공주유족회도 지속해서 시에 위령비 건립을 요청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21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공주시협의회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화해·상생을 도모하는 의미에서 왕촌살구쟁이 집단희생지 앞에 위령비를 건립하겠다며 공주시에 보조사업비를 신청해 위령비 건립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이미지 훼손과 주변 땅값 하락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 위령비 건립에 난항이 생겼다.

한국전쟁 직후였던 1950년 7월 9일 공주형무소의 재소자와 예비검속되어 공주형무소에 수감된 보도연맹원 등 최소 400, 최대 700여 명이 공주CIC분견대, 공주파견헌병대, 공주경찰에 의해 상왕동 산 29-19번지 일대(일명 왕촌 살구쟁이)로 끌려가 학살당했다. 당시 영국의 시사화보잡지 <픽처 포스트>(Picture Post) 기자들이 학살 직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들의 취재 결과는 1950년 7월 29일 자 <픽처 포스트>에 생생하게 담겼는데, 사진 속 트럭에는 짧은 머리카락의 재소자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대부분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나, 한 재소자는 팔이 꺾였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공주 왕촌살구쟁이 학살사건 현장에서는 두 차례 유해 발굴을 통해 지난 2009년 317구, 2014년 80구 등 모두 397구의 유해를 수습한 바 있다.
  
 공주 지역 민간인학살 사건을 보도한 영국 시사화보 잡지 픽처 포스트의 1950년 7월 29일자 기사의 한 장면. 공주에서 대전으로 오는 길목에서 공주형무소 재소자를 트럭이 멈춰 있다. 길 오른편으로 금강이 보인다.
ⓒ 임재근
 왕촌살구쟁이 집단희생지 앞에 세워진 안내판. 공주형무소 재소자를 비롯해 국민보도연맹원들은 왼편 산으로 끌려가 학살당했다. 학살 사건이 벌어진 지 74년이 지났지만, 그 길은 여전히 공주와 대전을 잇는 길로 사용 중에 있고, 오른편으로 금강이 흐르고 있다.
ⓒ 임재근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재성 회장의 유족 인사에 이어 각계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추도사에 나선 박찬석 (사)동학농민전쟁우금티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그렇기에 위정자들은 더욱 더 국민을 귀히 여기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위령제를 통해 오랜 세월 억울한 낙인을 안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유족 여러분의 아픔이 다소나마 위로받고 치유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김복영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회장은 추도사에서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슴 깊이 새기며, 우리들의 간절한 마음을 더욱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유족회원분들이 마음을 헤아려 하루빨리 결정문이 여러분들의 가정에 전달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아 진실화해위원회에 간절한 우리의 의견을 함께 다짐하고 촉구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고 추도사만 보냈다. 김광동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공주에서는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총 31건의 진실규명 사건을 신청했고 그중 민간인 희생 사건 17건 모두는 다가오는 9일 제82차 전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결정으로 상정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희생자와 유족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진실화해위원회는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최원철 공주시장과 임달희 공주시의회 의장,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공주)도 추도사를 보내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원불교공주교당 김성혜 교무가 소재성 유족회장이 쓴 시 ‘살구쟁이 눈물’을 헌시로 낭독하고 있다.
ⓒ 임재근
 합동위령제에 앞서 홍성문화연대 윤해경씨가 진혼무 공연을 하고 있다.
ⓒ 임재근
 
합동위령제에 앞서 민간인학살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이 상영되었고, 홍성문화연대 윤해경씨가 살풀이 춤으로 진혼무를 올렸다. 합동위령제는 위령제례와 헌화로 마무리 되었다. 한국전쟁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사건이 벌어진 7월 9일을 전후해 토요일에 진행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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