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감독의 마지막 경기, 인천은 '무승부'로 안녕 고했다
[이준목 기자]
▲ 인천의 조성환 감독 |
ⓒ 한국프로축구연맹 |
조성환 감독이 끝내 인천 유나이티드를 떠난다. 인천은 조성환 감독의 고별전에서 극장골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 경기에서 인천은 김천 상무와 접전 끝에 1대 1로 비겼다. 전반전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끌려간 인천은 외국인 공격수가 무고사가 후반 43분 극적으로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패배를 면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김천전을 앞두고 구단에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유는 성적부진이었다. 인천은 현재 K리그1 12개 구단 중 9위로 대구-대전-전북 등과 함께 하위권에서 잔류를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천전 직전까지 3연패에 빠진 것이 치명타였다.
인천은 지난 5월 18일 대전전 승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조성환 감독의 고별전이었던 김천전에서도 승점 1점을 따내기는 했지만 8경기 연속 무승 행진(4무 4패)은 결국 끊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환 감독의 시대는 인천의 중흥기를 이끈 '화양연화'로 평가받는다. 조 감독은 2020년 8월 인천의 11대 감독으로 처음 부임했다. 당시 인천은 조성환 감독 부임전 14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5무 9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1위와는 무려 승점 8점 차가 나는 압도적인 꼴찌팀이었다. 이때만 해도 인천의 2부 강등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조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선굵은 축구로 인천을 빠르게 수습하여 부임 후 7승 1무 5패로 승점 22점을 쌓으며 5할이 넘는 승률을 달성하는 반전을 이끌어냈다. 인천은 그해 11위로 기적적인 1부 잔류에 성공했다. 조성환 감독은 그야말로 인천의 구세주로 등극하며 팬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이어 조성환호는 이듬해인 2021시즌에 8위로 다시한번 안정적인 조기 잔류에 성공했다. 2022년(4위)과 2023년(5위)에는 2시즌 연속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내며 창단 최초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까지 달성하기도 했다. 매년 하위권을 전전하며 1부리그 잔류를 위한 생존경쟁에 허덕이던 인천이 오랜만에 K리그의 언더독으로 발돋움한 시절이었다.
부상자 속출에 물병 투척 사태까지... 다사다난했던 시즌
조 감독은 2024시즌에도 인천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며, 인천 역사상 최장기간 감독이자, 현역 K리그 감독 중에서 단일팀 최장수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인천은 조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17년간 무려 10명의 감독들이 거쳐간 '감독의 무덤'으로 꼽혔다. 성공한 장수 감독에 목말랐던 인천 팬들은 조성환 감독을 '조버지(조성환+아버지)'라 부르며 열광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계약 마지막해였던 올시즌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가뜩이나 빈약한 선수층에 부상자 속출과 젊은 선수 육성 실패, 중원 장악에 약한 조성환 축구의 약점이 상대팀들에게 분석 당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5월에는 서울과의 경인 더비에서 일부 관중들의 물병 투척 사태로 인해 5경기 홈응원석 폐쇄라는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비록 마무리는 좋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조성환 감독이 인천 구단 역사를 빛낸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날 조성환 감독은 고별전을 앞두고 평소와 달리 말끔한 정장을 입은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천과의 경기가 끝나고 인천 선수단은 떠난 조성환 감독을 헹가래 치고 꽃다발을 건넸다. 또한 홈관중들은 조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예우했다.
조 감독은 그라운드 곳곳을 걸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다가 감정이 북받친 듯 끝내 눈물을 보였다. 조 감독은 팬들에게 전하는 작별인사에서 "좋지 않은 성적으로 팬들께 근심을 끼쳐드려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먼저 사과했고 "인천에서의 추억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 인천이 더 나은 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팬들께서도 변함없이 응원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건강문제로 부득이하게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던 고 유상철 감독을 제외하고, 최근 인천에서 명예롭게 물러난 감독은 사실상 조성환 감독이 유일하다. 자진사퇴라고 해도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감독이 이렇게 선수단과 팬들의 성원을 받으며 명예롭게 물러나는 경우는 K리그에서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조성환 감독이 인천에 남긴 족적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성환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인천은 제게 무척 소중한 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랜 지도자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조성환 감독에게 인천은 축구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지도자로서의 명성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었던 전환점이었다.
한편으로 K리그는 올시즌 감독들의 수난사가 계속되고 있다. 시즌도 절반도 지나기 전에 벌써 단 페트레스쿠(전북), 최원권(대구), 이민성(대전) 감독에 이어 조 감독까지 무려 4명이나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K리그2까지 범위를 넓히면 이기형(성남), 염기훈(수원) 감독까지 6명이다.
또한 조성환 감독을 떠나보낸 인천은 또다시 힘겨운 1부리그 생존경쟁을 이어가야하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인천은 당분간 변재섭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게 되며 조만간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강등권 팀들과의 격차가 사실상 크지 않은 데다 현재 팀 전력과 최근의 무승행진을 감안하면, 올시즌 인천의 잔류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다. 2020년의 조성환 감독처럼 단기간에 분위기를 반등시켜줄만한 새 감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시 1부 리그 잔류와 강등 사이에서 마음을 졸여야하던 시절로 되돌아온 인천은, 그래도 끝내 강등 만큼은 당하지 않는다는 '잔류왕'의 명성을 이번에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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