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한일전 복수 성공, 1점 차 극적인 역전승

이준목 2024. 7. 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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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 대표팀, 한일 친선 평가전서 85대 84... 오는 7일 2차전 예고

[이준목 기자]

 5일 일본과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한국 이정현
ⓒ 일본농구협회 제공
 
영건들의 힘을 앞세운 대한민국 농구대표팀이 한일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5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4 소프트뱅크컵 대한민국-일본 농구대표팀 친선 평가전' 1차전에서 한국은 일본과 접전끝에 85대 84, 1점차로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뒀다.

에이스 이정현이 27점(3점슛 6개) 4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로 공격을 주도했다. 빅맨 하윤기는 마지막 결승 자유투를 포함하여 15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으로 골밑을 사수했다. 캡틴 변준형도 12점으로 지원사격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이날 변준형-이정현-이우석-양재민-하윤기를 베스트5로 내세웠다. 일본은 카와무라-히에지마 마고토-바바 유다이-와타나베 휴-조쉬 호킨슨이 선발 출전했다. 한국은 경기초반 일본에 0대 8로 끌려가며 출발이 좋지 않았으나, 변준형의 3점슛으로 포문을 열었고, 양재민과 오재현을 중심으로 한 속공이 위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접전 양상으로 바꾸어놓았다. 한국은 1쿼터에 13-15로 일본과 점수차를 좁힌 채 마쳤다.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2쿼터들어 강한 압박수비로 일본의 공격을 연이어 막아내고 이정현과 문정현의 연속 3점슛이 터지며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은 일본의 턴오버를 연이어 속공으로 성공시켰고, 유기상, 하윤기, 오재현까지 고르게 득점에 가세하며 2쿼터에만 무려 33점을 몰아쳤다. 한국은 예상을 깨고 일본에 46대 35, 11점 차로 크게 앞서며 전반전을 마쳤다.

3쿼터에도 한국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일본이 기습적인 풀코트 프레스를 펼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만, 이정현-변준형의 연이은 3점포로 위기를 넘겼고 공격 리바운드에 가담한 하윤기의 팁인 덩크와 투핸드 덩크슛까지 이어지며 점수차는 어느새 20점차(72-52)까지 벌어졌다. 한국이 이 정도로 우세를 차지할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못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4쿼터들어 한국은 일본의 거센 반격에 위기를 맞이했다. 부진하던 주전 포인트가드 카와무라 유키(23점 6어시스트)의 돌파와 경기운영이 살아나면서 일본은 야투 난조에 빠진 한국을 맹렬하게 추격했다. 여기에 슈터 제이콥스와 빅맨 호킨슨도 내외곽에서 연달아 득점에 성공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종료 48.5초전 오재현이 카와무라에게 아쉬운 파울을 범하면서 자유투 1개를 내줘 결국 82-82로 일본에 동점을 허용했다.이어진 공격에서 한국은 이번엔 일본의 풀코트프레스에 막혀 하프라인도 넘지못하고 실책으로 공격권을 헌납하고 말았다.

멘탈이 급격히 흔들린 한국의 영건들은 팀파울 상황에서 또다시 카와무라에게 파울을 범했다. 36.3초를 남기고 카와무라는 이번엔 자유투 2구를 모두 성공시키며 84-82로 역전에 성공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한국의 승리

20점차 리드를 모두 날리고 한국의 대역전패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 하지만 4쿼터 부진하던 이정현이 종료 15초를 남기고 왼쪽 측면에서 귀중한 점퍼를 적중시키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원포제션 공격에 나선 일본은 카와무라가 해결사로 나서서 종료 3초전 45도에서 3점슛을 시도했으나 빗나갔다.

그리고 리바운드 다툼을 하던 호킨슨이 종료 0.9초를 남겨놓고 하윤기에게 파울을 범하면서 한국에게 천금같은 마지막 자유투의 기회가 돌아왔다. 하윤기는 1구를 적중시켜 리드를 잡은후, 2구째는 시간지연을 위하여 일부러 놓쳤다.

일본은 리바운드를 잡았으나 촉박한 시간 때문에 마지막 슛을 던져볼 여유도 없이 그대로 종료 버저가 울렸다. 이로서 한국은 원정에서 천금같은 재역전승에 성공했다.

사실 이날 한일전을 앞두고 한국의 승리를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한국농구는 과거에는 일본을 상대로 확고한 우위를 점했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로 국제경쟁력에서 크게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일본농구는 지속적인 투자와 준비를 바탕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호로 부상했고 NBA 선수들까지 꾸준히 배출해내고 있다. 일본이 2024 파리올림픽 본선진출에 성공한 반면 한국은 21세기 들어 한번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 랭킹에서 일본은 26위, 한국은 50위라는 것으로 양팀의 위상이 설명된다.

또한 일본에게 이번 친선전은 사실상 파리올림픽 출정식을 겸한 이벤트였기에 그야말로 정예 멤버들이 출전했다. 비록 NBA리거 하치무라 루이(레이커스), 와타나베 유타(멤피스)는 결장했지만, 그럼에도 전력과 홈어드밴티지에서 일본의 우위가 예상됐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한일전에서 평균 만 25세에 불과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귀화선수 계약이 종료된 라건아를 비롯하여 최준용, 송교창, 허훈, 전성현 등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간판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최고참 변준형이 96년생이었고, 하윤기,이정현, 양재민, 이우석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심지어 소집 이후 제대로 손발을 맞춘 기간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정에서 일본을 상대로 큰 점수차로 리드한 끝에 승리한 것은 한국농구의 저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준 쾌거였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선전의 복수

한국농구는 지난해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예선에서 일본대표팀에게 77대 83으로 패한 바 있다. 당시에는 한국이 허훈, 김선형, 라건아 등 최정예 1진이 나섰던 반면, 일본은 같은해 농구월드컵에 출전했던 주전급 선수들이 모두 빠진 2.5군급이자 청소년 선수까지 포함된 평균 24.9세의 젊은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내내 일본에게 끌려다니다가 충격패를 당했다. 더구나 이 패배의 여파로 이후 한국의 경기일정이 꼬이면서 8강에서 개최국 중국을 만나 대패했고, 결국 노메달에 이어 아시안게임 역대 최악의 성적인 7위로 추락하는 '항저우 대참사'를 초래하고 말았다. 일본전 패배에서 시작된 나비효과였다. 대표팀은 마지막 7-8위전에서 다시 만난 일본에 설욕하기는 했지만, 큰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1년 만의 재대결에서 이번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2진급 전력에도 일본의 안방에서 정예 1진을 격파하는 리벤지로 항저우 참사의 완벽한 '거울치료'에 성공했다.

또한 젊은 선수들의 세대교체 가능성, 안준호 감독의 노련한 리더십, 그리고 대표팀의 국제경쟁력에 대한 농구 팬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1승 이상의 귀중한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양팀은 오는 7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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