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영화로 국제영화제 대상 ... 광고도 AI로 만드는 ‘이 남자’[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7. 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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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서 수상한 권한슬 대표
두바이AI영화제?

AI로만 만든 영화를 대상으로 우열을 가리는 국제영화제다. 올해 2월 역사적인 1회 행사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현지에서 열었다. 출품작은 500편이 넘었다. 이 가운데 대상·관객상 2관왕을 차지한 영화가 있다. 한국 스타트업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에서 제작한 ‘One More Pumpkin(원 모어 펌킨)’이다. 감독이자 이 회사 대표인 권한슬 씨와 중앙대 영화학과 동문인 구도형 부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전기료와 컴퓨터만으로 5일 만에 만들었다”라고 해서 더 화제가 됐다. 이후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소개 영상을 순수 AI로만 제작했는가 하면 광고 시장에도 진출, 이노션을 통해 현대차에 납품하기도 했다. 이때도 한편 제작 가격을 3편을 순수 AI로 만들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권한슬 대표와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Q. 우선 영화제 수상 축하한다. 어떻게 영화제에 참가하게 됐나.

지난해 국제영화제를 공모한다는 소식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지난해 9월 친구 사무실을 빌려 3명이서 5일 만에 만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심사위원으로 영화 ‘반지의제왕’, ‘호빗’ 등을 작업한 글로벌 VFX회사 웨타(Weta)의 CEO 리처드 테일러가 심사를 했는데 좋은 평을 남겨줘 꿈만 같았다. 두바이에서 평소 존경하던 영화계의 거물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처도 교환한 것은 정말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이후 학창시절부터 정말 좋아하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AI콘퍼런스 참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 포럼 발제 등 현재 국내에서 AI와 콘텐츠가 관련 행사에서 회사를 소개할 수 있어 몸둘 바를 모르겠다.

One More Pumpkin(원 모어 펌킨) 포스터
Q. 창업 계기는.

대학 졸업 후 광고 연출 등을 하며 작가·감독으로 활동했다. 주로 구현하고자 하는 것들은 신선한 비주얼이 특징인 장르물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스타일은 영화로 제작하기에는 예산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어서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았다. 그러던 중 생성형 비디오 AI기술을 알게 되면서 세상이 달라 보였다. 이를 활용하면 제작비에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작품세계를 구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학창시절 독립영화 작업을 하며 호흡을 맞췄던 구도형 부대표와 의기투합, 창업하게 됐다. 언젠가는 컴퓨터 앞에서 AI만을 가지고 완벽한 수준의 장편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망상(?)’을 안고 지금도 일에 매진하고 있다.

Q. 망상?(웃음) 보통 다른 대표들은 희망 혹은 목표라고도 하는데.

아티스트들은 망상을 하다가 예술작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래서 사명에도 자유의지(Free will)와 망상(Illusion)이란 단어를 담았다. 위대한 것은 자유로운 망상에서부터 탄생한다는 모토를 기반으로 작명했다. 또 콘텐츠 IP를 다루는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스튜디오 프리윌루전(Studio Freewillusion)’이 됐다.

Q. 사업모델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 매출은 어떻게 발생시킬 수 있나?

생성형 비디오 AI는 아직까지 한계가 명확하다. 품질 저하, 일관성 유지부족, 디테일한 조작 불가 등 상업 영역에서 최종본으로 쓰이기엔 여러 장벽이 있다. 대신 장점도 많다. 요즘 대세인 숏폼이나 초단편 콘텐츠에서는 오히려 영상 품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획이나 콘셉트,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영상물은 AI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그게 바로 광고영상이다.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은 국제영화제 수상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실은 기업 대상으로 AI를 활용해 생성한 광고영상 제작을 서비스해서 돈을 벌고 있다. 광고 납품 때 중요한 건 얼마나 다양한 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다. 그런데 문제는 제작비용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AI로 만들면 실사촬영이나 CG작업 대비 3분의 1정도 수준으로 3편을 만들 수 있어서 광고주도 좋아하기 시작했다.

Q. 하긴 광고주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하겠다. 모바일 등 콘텐츠 채널이 다양하니.

전문 용어로 프리비즈(Pre-Visual) 컨셉티저 영상이 있다. 사전시각화란 뜻으로 영상제작 전에 작품의 비주얼과 콘셉트를 미리 확인해 IP를 사전 검증하는 작업이다. 현재 영화, 드라마 등의 제작비 규모가 굉장히 커져가고 있음에 따라 그 만큼 작품 투자의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있다. 작품제작 전 시행착오, 리스크 체크로 제작공정 효율화를 이루고 투자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작업자 간 명확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준다. 텍스트로만 돼있는 시나리오만 가지고 몇백억원 단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대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이런 프리비즈를 통해 먼저 시각화를 해보는 프로세스가 필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순수 생성형 AI 비디오 제작 서비스는 저희 회사가 선점했다고 자부한다. 이 시장에 대한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계속해서 실증사례를 만들며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다.

Q. 예를 들면.

최근에 글로벌 광고대행사 이노션과 현대자동차의 국내 최초 내러티브가 있는 생성형 AI숏필름 광고를 제작하는 선례를 남겼다. 현재 AI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곳은 많아도, 실질적인 실증 결과물을 내는 제작사는 저희 외에는 거의 없다.

제작한 현대자동차 AI 숏필름 광고
Q. 주력 서비스 외 부가 수익이나 글로벌 진출도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하다. 실제 사례가 있나?

현재 다양한 확장 루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권위있는 AI 연구소인 밀라(Milla)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밀라 AI 연구소는 딥러닝 분야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가 설립한 캐나다 3대 연구소 중 하나다. 현재 캐나다 지사를 설립한 뒤 연구협력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와 기술력을 갖춘 미디어 테크 기업으로서의 비전을 그리고 있다. 작년에 우선심사를 거쳐 AI 기술 특허 1건을 등록했고, 계속해서 기술 쪽으로도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맞서 비슷한 AI 모델을 개발하여 경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영역을 고도화해서 정말 콘텐츠 제작에 실용적인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K콘텐츠 제작에 특화가 된 자체 생성형 AI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향후 이를 유통하기 위한 채널로서 자사의 AI 정보 포털 플랫폼 ‘AI-Kive’(에이아이-카이브)도 현재 베타서비스 출시를 곧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자들이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잠재력이 큰 K-콘텐츠 시장이 계속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AI 활용률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단순 AI 콘텐츠 제작을 넘어 시장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의 비전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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