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태극기' 설치한다는 서울시, 문화재 안전경비원은 감축?
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희동 기자]
▲ 강동구의 제309회 정례회 본래 일정보다 10일이나 연장되었던 치열한 정례회. 현재 시각 6월 29일 새벽 2시 30분. |
ⓒ 강동구의회 |
2023년도 결산과 2024년도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걸려있던 강동구의회 제309회 정례회가 지난 6월 29일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정례회는 그 어느 때 보다 여야의 힘겨루기가 팽팽했는데요, 통상 3회로 끝내는 본회의는 8차까지 연장되어 정례회가 10일이나 더 걸렸고, 마지막 본회의는 무려 토요일 새벽 3시경에야 끝이 났습니다. 지금껏 유래가 없던 일이라고들 합니다. 과연 강동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와 관련하여 본 의원은 몇 편의 기사를 통해 여야의 공방이 치열했던, 정례회 동안 이슈가 되었던 예산들을 살펴보고, 강동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제안해 보겠습니다. 이번 기사는 그중 강동구 문화재 안전경비원에 관한 건입니다.
목조문화재만 보호하겠다는 서울시
예산결산위원회에 포함되어 있었던 본 의원이 검토한 추경 가운데 눈에 띄는 예산 중 하나는 문화예술과가 올린 문화재 안전경비원 운영과 관련된 약 8000만 원이었습니다. 전체 700억이 넘는 추경 예산 중 큰 비중은 차지하지 않았지만, 강동구의 최고 자랑인 암사동 선사 유적을 위한 문화재 안전경비원을 이제야 채용하고 배치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서울시의 문화재 안전경비원 재 구조화 공문 |
ⓒ 서울시 |
실제 공문을 살펴보니, 서울시는 지난 2월 문화재 안전경비원 조정계획을 통해 각 자치구에게 문화재 안전경비원 재조정을 통보하였습니다. 기존의 총 배치 인원 158명을 120명으로 38명 감축한다는 방안으로써, 기존 23군데 문화재 중 9군데를 축소하거나 아예 편성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 서울시의 문화재 안전경비원 감축 통보 |
ⓒ 이희동 |
본 의원을 더욱 참담하게 만든 것은 서울시가 공문을 통해 밝힌 예산감축 이유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강동구 암사동 유적은 종로구의 서울 경교장과 송파구의 풍납동 토성, 석촌동의 고분군 등과 마찬가지로 목조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더는 안전경비원이 필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재가 목조가 아니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 문화재청이 눈이 내린 2023년 12월 20일 오후 낙서로 훼손된 경복궁 담벼락의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 박수림 |
이런 비근한 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왜 사건 발생 고작 2개월 만에 문화재 안전경비원 예산을 감축했을까요? 경복궁 담장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걸까요? 강동구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체 8억이 채 되지 않는 예산인데, 설마 그만큼 아껴 광화문에 100m 넘는 태극기를 설치하는 데 보태겠다는 걸까요? 부디 서울시가 관련 예산을 복구하기를 바랍니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 강동구의 선택은?
문제는 이와 같은 서울시 정책에 대한 강동구청의 입장입니다. 다행히 처음에 강동구청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에 대하여 운영기관으로서 분명한 반대 의견을 표했습니다.
▲ 강동구 암사동선사유적지 움막 전경 2천여 그루의 수목, 억새로 만들어진 움집 |
ⓒ 이희동 |
그러나 지원에 대해 서울시에서 별 반응이 없자 강동구청은 오락가락 입장을 번복하기 시작합니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할 때는 8명이 필요하다고 했고, 서울시에서 예산을 자르겠다고 하니 최소한 6명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정작 추경에는 4명 분의 예산을 올렸습니다. 일부 의원들이 8명, 6명까지 예산을 늘려주겠다고 했지만 담당부서는 굳이 거절했습니다.
도대체 강동구청이 판단하고 있는 적정한 문화재 안전경비원 숫자는 몇 명일까요? 담당 부서는 CCTV를 추가로 설치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인력이 필요 없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CCTV를 설치해 범죄율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재에 경비원을 배치하는 것은 그 단 한 번의 범죄를 직접적으로 막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 서울시가 100m 높이에 태극기가 게양된 대형 조형물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한다고 6월 25일 밝혔다. 사진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태극기가 게양된 대형 조형물 조감도. |
ⓒ 서울시 |
이는 서울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서서 광화문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국가 조형물을 세우겠다고 밝혔는데, 정작 서울시 문화재관리과는 주요 문화재에 대한 안전경비원 예산을 줄이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이며, 무엇을 위한 정치일까요? 이 답답한 심정을 담아 영화 <곡성>에 나오는 대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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