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장 끝 독일 꺾고 4강행... '사실상 결승전'다운 명승부

[유로 2024 8강전] 스페인 2-1 독일

[박시인 기자]

▲ 한국시각 6일 오전 1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슈투트가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24 8강전 스페인과 독일의 경기에서 스페인의 미드필더 미켈 메리노(CR)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AFP

  사실상의 결승전다운 명승부였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개최국 독일을 물리치고 유로 2024 4강에 진출했다. 

스페인은 6일 오전 1시(한국시각)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슈투트가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24 8강전에서 독일과 연장전 승부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프랑스와 4강전에서 격돌한다. 

교체 카드 적중한 스페인, 올모-메리노 합작골로 극적인 승리

이날 스페인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원톱은 알바로 모라타, 2선은 니코 윌리암스-페드리-라민 야말이 포진하고, 중원은 파비안 루이스-로드리가 책임졌다. 수비는 마크 쿠쿠렐라-에므리크 라포르트-로뱅 르 노르망-다니 카르바할, 골문은 우나이 시몬이 지켰다. 

독일도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카이 하베르츠, 2선은 자말 무시알라-일카이 귄도안-르로이 사네가 포진했다. 토니 크로스-엠레 잔이 허리을 구축했고, 수비는 다비트 라움-요나단 타-안토니오 뤼디거-요슈아 키미히가 자리했다. 골키퍼 장갑은 마누엘 노이어가 꼈다. 

전반 1분 스페인이 빠른 템포의 공격 전개로 기회를 만들었다. 니코 윌리암스, 모라타를 거친 뒤 페드리가 첫 번째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스페인은 초반부터 부상 악재를 맞았다. 전반 8분 페드리가 부상으로 빠지고, 다니 올모가 투입됐다. 전반 14분에는 올모가 얻어낸 프리킥을 야말이 직접 슈팅으로 시도했지만 골문 오른편으로 벗어났다. 

스페인은 강한 하이 프레싱과 역동적인 포지셔닝으로 미드필드 싸움에서 근소하게 우위를 가져갔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슈팅 기회를 엮어냈다. 전반 16분 야말이 오른쪽에서 패스했고, 아크 중앙에 있던 루이스의 슈팅이 골문 위로 떠올랐다. 

독일은 전반 21분 첫 번째 슈팅을 시도했다. 오른쪽에서 키미히가 띄어주고, 하베르츠가 머리로 돌려놓은 공은 골키퍼 품에 안겼다. 22분에는 상대진영까지 직접 끌고 올라온 라포르트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 34분 뤼디거가 긴 패스를 공급하며 미들진을 생략했다. 트래핑 이후 하베르츠의 슈팅은 고키퍼 선방에 막혔다. 스페인은 대부분 박스 밖에서의 슈팅을 시도하는데 그쳤다. 전반 39분 하베르츠가 소유권을 내주면서 올모의 중거리슛 기회가 열렸지만 노이어 골키퍼가 막아냈다. 전반 44분에도 야말의 박스 밖 슈팅이 무산됐다. 슈팅수에서 8-3으로 스페인이 앞선 것에 반해 점유율은 독일이 53%을 기록했던 전반전이었다. 

독일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잔, 사네 대신 로베르트 안드리히, 플로리안 비르츠를 넣었다. 스페인도 르 노르망 대신 나초를 교체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스페인은 결정적인 빅 찬스 미스가 발생했다. 야말이 중앙으로 패스를 찔렀고, 모라타가 타를 등지고 돌아서며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문 위로 솟구쳤다. 

줄곧 독일 골문을 두들기던 스페인이 드디어 포문을 열어제쳤다. 후반 6분 라포르트의 빌드업으로 시작된 공격에서 모라타가 내려와 공을 받은 뒤 오른쪽으로 패스를 벌렸다. 야말이 왼발로 횡패스를 보냈고, 올모의 오른발 슈팅이 골로 연결됐다. 

독일은 후반 12분 다시 교체 카드를 꺼냈다. 귄도안, 라움 대신 니클라스 퓔크루크, 막시밀리안 미텔슈테트를 투입했다. 퓔크루크를 원톱에 배치하고, 하베르츠가 한 칸 내려오는 형태였다. 

스페인도 후반 18분 야말을 불러 들이고, 페란 토레스를 넣으며 측면 자원을 교체했다. 스페인은 크게 무리하지 않고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독일은 장신 공격수 퓔크루크의 머리를 겨냥한 크로스 위주의 패턴으로 스페인 수비를 공략했다. 후반 24분 안드리히의 날카로운 중거리슛이 시몬 골키퍼에게 막혔고, 31분 키미히의 패스에 이은 퓔크루크의 슬라이딩 슛이 골대를 팅기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스페인은 후반 35분 윌리암스, 모라타 대신 미켈 메리노, 미켈 오야르사발을 넣었다. 올모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고, 메리노가 중앙 미드필더에 포진했다. 독일도 수비수 타를 빼고, 공격 자원 토마스 뮐러를 투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안드리히를 센터백으로 내렸다. 

후반 37분 시몬 골키퍼의 킥 미스를 가로챈 하베르츠가 비어있는 골문으로 칩슛을 날렸으나 득점에 실패했다. 후반 40분 세트피스에서 크로스가 올리고 하베르츠의 프리 헤더마저 시몬 골키퍼를 넘어서지 못했다.

끝까지 공격에 박차를 가하던 독일은 후반 44분 승부의 균형추를 맞췄다. 후반 44분 미텔슈타트가 크로스를 오렸고, 키미히가 머리로 떨궈준 패스를 비르츠가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두 팀의 90분 승부는 1-1로 종료되면서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연장 전반 시작하자마자 하베르츠를 빼고, 발데마르 안톤을 넣으며 수비진을 다시 정비했다. 안드리히가 다시 중앙 미드필더로 올라갔다. 스페인은 연장 전반 12분 파비안 루이즈를 빼고 전문 공격수 호셀루를 투입했다. 연장 전반 13분 오야르사발의 중거리 슈팅은 골대 왼편으로 빗나갔다. 15분에는 비르츠의 왼발슛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팽팽했던 승부는 연장 후반 갈렸다. 119분 왼쪽에서 올모가 올려준 크로스를 메리노가 헤더로 마무리지었다. 독일은 추가 시간 퓔크루크가 시도한 회심의 헤더마저 골문을 외면했다. 카르바할은 무시알라를 고의로 잡아 넘어뜨리며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을 당했다. 그럼에도 결국 스페인이 극적인 2-1 승리를 거두며 경기를 마감했다. 

유로 2024 최고의 두 팀이 맞붙은 명승부  
 

▲ 스페인 vs 독일 스페인이 유로 2024 8강전에서 독일을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 유로 2024 공식 트위터 캡쳐

 
독일과 스페인 모두 이번 유로 2024에서 가장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대회 팀 득점에서도 1, 2위를 달릴만큼 막강한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두 팀이 8강에서 너무 빨리 만난 게 아니냐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올만큼 유로 2024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독일은 조별리그를 2승 1무로 통과한 뒤 16강에서 덴마크를 2-0으로 제압하고 여유있게 8강에 안착했다. 데 라 푸엔테 감독 체제의 스페인은 이번 유로 2024에서 유일한 3전 전승이자 무실점을 기록한 팀이다. 죽음의 B조에서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알바니아를 차례로 격파한데 이어 16강에서도 조지아를 4-1로 대파하고 8강에 올랐다. 

독일은 경고 누적에서 해제된 타가 복귀했으며, 크로스의 파트너로 안드리히가 아닌 잔이 출전한게 특이점이었다. 스페인은 지난 16강전과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고도의 압박 전술과 빌드업, 전환 등 최고의 두 팀 답게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였다. 스페인이 후반 초반 올모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이후 다소 수동적으로 임하면서 흐름이 바꼈다. 독일은 공격적인 교체를 통해 끝까지 스페인을 두들기며 후반 44분 비르츠의 동점골로 따라붙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도 선수 교체를 통해 재정비하며 역전골을 만들었다. 교체 투입된 올모와 메리노가 결승골을 합작했다. 앞서 전반 초반 부상으로 페드리 대신 교체로 들어간 올모는 1골 1도움으로 스페인의 4강행을 이끌었다. 스페인에겐 이번 독일전이 최대 고비처였다. 독일을 넘어선 스페인은 통산 4회 우승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

이번 유로 2024에서 28년 만에 우승을 노린 독일은 스페인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정신적 지주 크로스는 이 경기를 끝으로 현역 선수에서 물러난다. 지난 3월 대표팀 복귀 후 유로 2024에서 라스트 댄스를 췄지만 끝내 유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유로 2024 8강전
(슈투트가르트 아레나, 독일 슈투트가르트 - 2024년 7월 6일)
스페인 2 - 올모(도움:야말) 51' 메리노(도움:올모) 119'
독일 1 - 비르츠(도움:키미히) 89'

퇴장 : 카르바할 126+'